제11차 전기본, 재생에너지 확대로 ESS 수요 증가

정부가 제11차 전력기본수급계획(전기본)을 통해 올해부터 에너지저장장치(ESS)의 대규모 도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국내에 2038년까지 40조원으로 추산되는 대규모 ESS 배터리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이면서 국내 이차전지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을지 관심이 쏠린다.

전력망 안정 위한 첫 도입분부터 1조원

28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540MW(메가와트)의 배터리 ESS를 전국에 도입하기 위해 사업 입찰 공고를 냈다. 사업자가 2026년까지 ESS 설비를 구축하고 15년간 고정 가격을 적용받아 전력거래소의 급전 지시에 따라 전기를 충전하거나 공급하는 사업이다.

제주 한림해상풍력단지 전경./사진=LG엔솔
제주 한림해상풍력단지 전경./사진=LG엔솔

요구된 충·방전(공급) 시간은 최대 6시간이다. 기준을 맞추기 위해선 총 3240MWh 용량의 배터리 ESS를 설치해야 한다. 관련 시설 투자비는 총 1조원대에 달할 전망이다.

이번 사업은 ESS 배터리 시장이 열리는 것을 의미한다. 전력거래소의 지시에 따라 운영되는 ESS 설비가 전국적으로 도입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는 반드시 전력망의 유연성을 뒷받침하는 대규모 ESS가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그동안 높은 투자비용과 낮은 사업성, 화재 등 안전성 문제로 ESS 보급 속도가 더뎠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규모와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 전력망 유연성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2023년 8.4% 수준이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11차 전기본 기간의 마지막 해인 2038년에는 29.2%까지 높아진다.

설비 용량 기준으로는 증가 폭이 더 크다. 2023년 30GW(기가와트)이던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용량은 2038년 121.9GW로 4배 가까이 늘어나야 한다. 

지난 2월 확정된 11차 전기본에 따르면 2038년까지 총 23GW의 ESS 설비가 추가로 필요하다. ESS의 양대 축인 양수발전소의 경우 현재 건설 중인 사업들을 제외하면 2036~2038년이나 돼야 125GW 규모의 추가 건설이 가능하다. 따라서 2038년까지 약 20GW의 ESS를 대부분 배터리 방식의 ESS로 채울 전망이다. 

장기적으로 배터리 ESS 건설 단가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현재보다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 시장가를 기준으로 하면 정부가 요구하는 6시간 충·방전이 가능한 20GW 출력의 ESS 배터리를 건설하는데는 약 40조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 전력망용 ESS 배터리 컨테이너 제품/사진=LG엔솔
LG에너지솔루션 전력망용 ESS 배터리 컨테이너 제품/사진=LG엔솔

투자비용 수십조원···국내 기업 이차전지 사용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는 CATL을 위시한 중국 기업들을 이겨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연구회사인 로모션에 따르면 현재 중국 ESS용 배터리는 전 세계 ESS 용량의 거의 90%를 차지한다.

특히 CATL 등 중국 기업들은 대부분의 ESS배터리에 활용되는 LFP(리튬인산철) 기술에 강점을 갖고 있기도 하다. CATL의 경우 첨단 기술 개발을 통해 LFP의 유일한 단점으로 지목된 에너지 밀도까지 획기적으로 높여 주목받았다.

일각에서는 국내 태양광 설비가 중국산 패널로 덮였던 것처럼 수십조원에 육박할 ESS 배터리 산업의 과실이 중국에 넘어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ESS 배터리 사업자를 선정할 때 국내 산업을 실질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장치들을 우선 두기로 했다.

산업부는 가격 요소 외에도 국내 산업 기여도와 고용 창출 효과 항목에 100점 만점에 24점을 부여해 주된 요인으로 따진다. 특히 배터리 완제품 외에도 핵심 요소인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인버터 등의 원산지와 조달 계획도 평가 대상에 포함됐다.

ESS 사용 기간이 끝난 뒤 재활용성에도 점수를 부여한다. 이는 재활용 가치가 높은 삼원계 배터리 기술에 강점을 가진 한국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정부 주도하에 ESS의 전국적 도입은 이번이 처음이라 의미있는 사례"라며 "국내 기업에 대한 혜택을 통해 숨통이 트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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