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반도체 산업의 중심축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그 선봉에 선 기업은 단연 엔비디아(NVIDIA)다. GPU(그래픽처리장치) 시장을 석권하며 AI 반도체 시장의 절대 강자로 떠오른 엔비디아는 전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우똑 솟았다.
이 과정에서 엔비디아의 AI 가속기에 필수적인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며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모습은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SK하이닉스는 현재 HBM3와 HBM3E를 양산하며 엔비디아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 이로 인해 실적은 물론 기업 이미지까지 비약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엔비디아의 실적에 맞춰 4일 장중 전일 대비 7% 가까이 올랐다. 5일에도 9시 10분 기준 전일 대비 3.68% 오른 22만5500원의 주가를 기록 중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고전 중이다. 한때 메모리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했던 삼성은 HBM 공급에서 SK하이닉스에 밀리며, 실적과 존재감 모두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일 종가 기준 불과 1.76% 오른 5만7800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런 격차는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 대신 중동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부상하면서 엔비디아는 최첨단 AI 가속기에 들어갈 HBM 수요를 확보해야 한다.
전 세계에서 엔비디아가 원하는 수준의 HBM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 3곳 밖에 없다. 결국 엔비디아는 삼성전자와 다시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HBM3 고객사 확대에 나섰고, 차세대 HBM4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또한 엔비디아에 HBM3E를 납품하기 위한 과정의 막바지 단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까지는 엔비디아의 요구를 완벽히 맞춰주지 못했지만 기술력과 대규모 생산 능력은 여전히 삼성전자의 강점이다. 이는 결국 엔비디아에게도 중요한 선택지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반도체 공급망 다변화는 엔비디아에게 필수적인 전략이기 때문이다.
양사의 협력 가능성은 메모리에만 그치지 않는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에 들어갈 GDDR7 메모리는 삼성전자가 선도적으로 개발을 마치고 양산 채비에 나선 상태다. 게임용 GPU와 AI 경량화 칩 등 다양한 분야에서 GDDR7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 부문에서도 삼성의 역할은 클 수밖에 없다.
또한 AI 칩 제조에 필수적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도 삼성전자의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TSMC와의 경쟁 속에서도 삼성은 자체적인 미세공정 기술력을 기반으로 차세대 AI 칩 생산에서 엔비디아의 주요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의 ‘밀월’이 주목받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엔비디아는 다시 만날 수밖에 없는 ‘운명'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글로벌 AI 생태계가 커질수록, 두 기업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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