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은 대한민국 전차를 만들고, 열차를 수출하며 산업과 국방의 전선에 섰다. 25년 넘게 철도산업의 두뇌였고, 방위산업의 핵심이었다. 성공의 길은 쉽지 않았지만, 멈춘 적도 없었다. K2 전차는 진화를 거듭했고, 수출은 기술 협력으로 확장되며 국산 무기의 위상을 높였다. 과거 납품 과정에서 논란도 있었지만, 신뢰와 시스템을 재정비해왔다. 정권이 바뀌어도 기술자는 흔들리지 않았다. 검증된 품질과 꾸준한 기술 축적은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기술은 무기를 만들지만, 철학은 신뢰를 만든다. 현대로템은 방산 자립의 상징으로 거듭나고 있으며, 산업 주권과 수출 전략의 핵심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철도는 시간을 지키고, 전차는 나라를 지킨다. 현대로템은 그 둘을 견인하는 '강철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스마트에프엔>은 한국 방위산업의 주역이 된 현대로템의 여정을, 기술 자립과 공공 신뢰의 관점에서 다시 살펴본다.

현대로템 CI
현대로템 CI

"K2 전차는 유럽을 달리고, 로템은 세계를 간다."

방산 수출의 기적처럼 보였던 이 문장은 한때의 영광이자 현재의 과제로 남았다. 현대로템은 폴란드, 페루, 브라질, 인도 등에 전차와 장갑차, 전동차 등을 수출하며 대한민국 방산의 대표 주자로 부상했다. 수출 규모는 커졌지만, 따라붙는 의혹과 문제도 같이 늘어갔다.

1977년 창립 당시 현대정공은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의 산업보국 철학 아래 태어났다. 전후 폐허 속에서 "할 수 있다"를 외치며 불도저로 산을 깎던 정주영의 도전은, 철도를 만들고 전차를 세우며 산업의 대동맥을 놓겠다는 구상으로 이어졌다. 그의 아들 정몽구는 창원에 전차공장을 세우고, 한국형 전차 개발에 매달렸다. 당시 현장엔 '현대정공은 군을 책임진다'는 팻말이 걸려 있었다.

1987년, K1 전차가 처음 육군에 납품됐을 때, 정몽구는 제작라인을 매일 돌며 나사 하나까지 손수 챙겼다. 그로부터 20여 년 후, 그 유산은 K2로 이어졌다. 수출형 K2는 1500마력 디젤 엔진, 자동 장전장치, 능동방어체계까지 갖춘 3.5세대 전차로 발전했다. 유럽 수주를 따냈고, 현대로템은 전차 한 대당 수십억 원의 계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방산 시장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1999년 정주영과 정몽구가 기아차 화성공장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기아차
1999년 정주영과 정몽구가 기아차 화성공장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기아차

여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2000년대 중반, 국산 파워팩 개발 실패로 독일제 부품에 의존하게 됐고, 납품 지연과 품질 문제는 수년간 논란이 됐다. 2022년, 폴란드 수출 전차 초기물량 납품 과정에서는 성능 논란이 불거졌다. 브라질과 인도에선 전동차 납기 지연이 발생했다. 노조 갈등과 부품공급 문제 때문이었다. '기술력은 있지만 협상력은 부족하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그런데도 현대로템은 '주궤도'를 이탈하지 않았다. 철도노동자, 전차조립 기술자, 설계 엔지니어, 품질검수관들이 땀 흘린 현장에는 이름 없는 수천 명의 손이 있었다. 기밀 유지, 고열 작업, 정밀 용접, 수백 번의 테스트. 그 모든 과정이 쌓여 'K-방산'이라는 이름이 탄생했다.

최근에는 국산 파워팩을 장착한 K2ME 전차가 중동 수출을 앞두고 시험 운용에 들어갔다. 엔진과 변속기까지 모두 국내 기업이 제작했으며, 능동방어체계도 국산화됐다. 무기 자립이자 기술 주권의 서막이다.

사격하는 K2 전차 /사진=연합뉴스
사격하는 K2 전차 /사진=연합뉴스

현대로템은 한때 로비와 납품 비리의 중심에 놓이기도 했다. 2013년 철도 입찰 비리, 2023년 고속열차 사업 관련 외압 논란 등은 여전히 기록으로 찾아볼 수 있다. 동시에, 누적 수출 20조 원 시대를 열고, 대한민국을 무기 수출국으로 바꿔놓은 기업이다.

과거의 그림자와 미래의 빛 사이에 서 있는 현대로템은 실패와 성공이 공존하는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K2 전차가 지나간 궤적에는, 정주영과 정몽구의 결단, 이름 없는 기술자의 집념, 그리고 현장 노동자의 피와 땀이 깃들어 있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침략당하던 나라가 아니다. 강력한 방어와 스마트한 억제를 수출하는 나라다. K2 전차도 단지 무기가 아니다. '만드는 나라'가 아니라 '보내는 나라'가 되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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