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 '수출의 전차'가 되다
방산의 신뢰는 숫자로 측정되지 않는다
'국가의 얼굴'···책임감 가져야

현대로템은 대한민국 전차를 만들고, 열차를 수출하며 산업과 국방의 전선에 섰다. 25년 넘게 철도산업의 두뇌였고, 방위산업의 핵심이었다. 성공의 길은 쉽지 않았지만, 멈춘 적도 없었다. K2 전차는 진화를 거듭했고, 수출은 기술 협력으로 확장되며 국산 무기의 위상을 높였다. 과거 납품 과정에서 논란도 있었지만, 신뢰와 시스템을 재정비해왔다. 정권이 바뀌어도 기술자는 흔들리지 않았다. 검증된 품질과 꾸준한 기술 축적은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기술은 무기를 만들지만, 철학은 신뢰를 만든다. 현대로템은 방산 자립의 상징으로 거듭나고 있으며, 산업 주권과 수출 전략의 핵심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철도는 시간을 지키고, 전차는 나라를 지킨다. 현대로템은 그 둘을 견인하는 '강철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스마트에프엔>은 한국 방위산업의 주역이 된 현대로템의 여정을, 기술 자립과 공공 신뢰의 관점에서 다시 살펴본다.

현대로템 CI
현대로템 CI

| 스마트에프엔 = 이장혁 기자 | 폴란드 평원을 가르는 K2 전차의 궤도 소리는, 단순한 기계음이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이 무기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도약했음을 상징하는 산업의 박동이다.

현대로템은 더 이상 내수 방산기업이 아니다. 나토 회원국에 전차를 공급하고, 남아메리카의 차륜형 장갑차 시장에 진입하며, 철도·방산·에너지 시스템까지 포괄하는 종합 제조사로 자리매김했다.

외형의 확장은 내면의 균열을 수반한다. 방산기업이 '국격의 최전선'이라면, 그 기업의 신뢰는 국가의 신뢰이기도 하다. 현대로템은 기술력이라는 기둥 위에 새로운 시장을 쌓아올리는 중이다.

2022년 10월 'K2 전차 폴란드 갭필러 출고식'에 전시된 K2 전차 /사진=연합
2022년 10월 'K2 전차 폴란드 갭필러 출고식'에 전시된 K2 전차 /사진=연합

K2, '수출의 전차' 되다

K2 전차는 대한민국 육군의 자존심이다. 이제는 수출의 아이콘이기도 하다. 2022년 폴란드와의 계약은 단순한 방산 거래를 넘어선 외교적 성과로 평가받는다. 1차 계약은 K2 전차 180대, 4조 5000억 원에 달하는 규모였으며 후속 생산과 기술이전까지 포함하면 약 9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전차 수출은 기술력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정밀한 전략의 산물이기도 하다. 국방부·방사청·외교부가 총동원됐다. 흔히 'K-방산 수출'이라 불리는 이 연합 작전은 단순 수출을 넘어선, '산업외교'의 성공 모델로 불린다.

K2 '파워팩(엔진+변속기) 논란'은 4차 양산계획에선 사그라들 전망이다. 2028년까지 우리 육군에 공급되는 K2 전차 150여 대에 SNT다이내믹스가 개발한 변속기와 HD현대인프라코어가 제작한 엔진 결합한 국산 파워팩이 장착된다. 기존 독일제 파워팩을 장착한 K2 전차는 수출 시 독일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2020년대 초반, 기존(1~3차)에 제작된 K2 전차에 탑재됐던 국산 파워팩은 내구성과 온도 대응 테스트 통과에 실패했고 납품 일정도 차질을 빚었다. 감사원은 절차상 문제와 관리 미흡을 지적했고, 일각에선 '성급한 자립 선언'이 리스크를 키웠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래서 독일제 파워팩을 써야만 했다.

최근엔 K2ME(중동 수출형) 모델에 국산 파워팩이 장착되며 분위기가 전환됐다. 중동 최대 방산 전시회에서 K2ME를 선보이고, 현지 고객사를 대상으로 세일즈에 나섰다. UAE, 사우디의 미래 수요를 충족하는 전차라는 기대감도 흘러나왔다.

SNT다이내믹스 변속기와 HD현대인프라코어 엔진이 탑재된 k2ME /사진=SNT다이내믹스
SNT다이내믹스 변속기와 HD현대인프라코어 엔진이 탑재된 k2ME /사진=SNT다이내믹스

수출은 늘었지만, 구조는 그대로

현대로템의 수출은 대부분 G2G(Government to Government)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는 안정성과 외교적 무게를 동시에 담보하지만, 수익성이나 일정 조정에서 민간 계약과는 다른 제약을 갖는다. 특히 파생 상품의 유지보수, 추가 계약, 기술이전 조건은 상당한 협상력과 지속적 관리 역량을 요구한다.

인도·브라질에서의 전동차 수출 프로젝트들은 납기 지연, 현지 노조와의 갈등, 정치적 불확실성 등의 이유로 수익성이 낮아졌다. 일부 사업은 손실로 전환됐고, 철도부문이 방산 수익을 잠식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방산의 신뢰는 숫자로 측정되지 않는다

방위산업은 '성과산업'이 아니라 '신뢰산업'이다. 단 한 번의 결함이 전체의 신뢰를 흔들고, 작은 기술 누락이 국가 브랜드에 상처를 입힌다.

현대로템 차륜형 장갑차의 파워팩 성능시험에서 사용된 냉각수가 부적절해 금속성 이물질이 발생했던 문제가 있었다. 방청 성능이 없는 공업용수를 사용한 것이 원인이었다. 곧바로 조립공정을 개선해 이물질 발생을 차단했고 불특정 이물질을 걸러내기 위해 냉각수 플러싱 장비도 적용했다.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관리의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수출 후 관리 체계, A/S 인력 확보, 부품 공급망 안정화 등 '후방 시스템'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방산 수출은 오래가지 못한다.

현대로템이 페루에 수출한 K808 차륜형 장갑차 /사진=현대로템
현대로템이 페루에 수출한 K808 차륜형 장갑차 /사진=현대로템

수출 1대=일자리 10개, 방산의 무게

현대로템은 최근 협력업체와의 관계를 재정비하고 있다. 단가 후려치기 관행 개선, 중소기업과의 공동개발 프로젝트, 국산 부품 확대 등이 추진되고 있으며, 창원공장에선 전차 생산라인을 확장하면서 신규 고용도 늘었다.

현대로템은 전차 하나를 단순한 제품이 아닌 하나의 산업으로 본다. 엔진, 방열판, 제어장치, 조준경, 화포, 궤도까지 수백여 개 기업이 공급망에 얽혀 있다.

'수출 1대=일자리 10개'라는 방산업계의 통설은 과장이 아니다. 2024년 기준, 창원공장은 생산라인 2교대 체제로 전환되었고, 신규 채용은 3년 만에 40% 증가했다. 협력업체 단가도 평균 12% 인상됐고, 국산 부품 채택률은 70%를 넘겼다.

이 같은 변화는 이용배 대표 체제에서 조직된 '수출 후방지원 TF', '협력사 상생위원회' 등의 결과다. 단가 경쟁에 내몰렸던 부품사들과의 구조적 불균형을 해소하고, 장기 기술 투자와 연계된 인센티브 구조를 제안하는 방식으로 조정이 이뤄졌다.

현대로템은 '전차를 수출하는 시대'를 넘어 '대한민국 방산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기술 자립, 수출의 내실, 협력 생태계, 글로벌 평판, 그리고 무엇보다 국가의 얼굴이란 책임감이 명운을 좌우할 것이다.

방위산업의 날(7월 8일) 계기 시민 참여 페스티벌 행사를 위해 진행된 블랙이글스 비행훈련 /사진=연합
방위산업의 날(7월 8일) 계기 시민 참여 페스티벌 행사를 위해 진행된 블랙이글스 비행훈련 /사진=연합

방산은 더 이상 철과 기계의 산업이 아니다. 기술을 품고, 생태계를 만들고, 민과 군을 하나로 묶는 산업이다. 현대로템이 달릴 길은 전차의 궤도를 넘어 미래를 향한 신뢰의 레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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