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화·고부가 전략 없인 생존 어려워
북미 현지 생산·브랜드 경쟁 본격화

| 스마트에프엔 = 김동하 기자 |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부과하던 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하면서, 현대차·기아 등 국내 완성차 업계는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관세율이 일본, 유럽 등 주요 수출국과 동등한 수준으로 조정되며 수출 경쟁에서불이익은 해소된 셈이다.

안심하긴 이르다. 관세 장벽은 넘었지만 북미 시장 내 현지화 수준, 브랜드 가치, 전기차 전환 속도에서 본격적인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업계는 해외시장 확대와 함께 고부가가치 차량 중심 전략 없이는 생존조차 어려운 '진검승부'에 진입했다는 경고음을 내고 있다.

HMGMA 차체 공장에서 아이오닉 5가 생산되는 모습./사진=현대차그룹
HMGMA 차체 공장에서 아이오닉 5가 생산되는 모습./사진=현대차그룹

관세 인하에도…수익성은 '적신호'

3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시장에서 각각 26만2000대, 23만2000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성장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같은 기간 대미 수출액은 153억4000만달러(약 21조3800억원)로 전년 대비 16.8% 감소했다.

수출 물량은 유지된 반면, 관세·물류·환율 등 복합 비용 상승이 차량 단가에 반영돼 영업이익이 급감해서다. 현대차와 기아는 2분기 기준으로 각각 8282억원, 7860억원의 영업이익 손실을 관세 관련 요인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국시장선 美車 '역진입'…내수 시장 역차별 논란도

한국 내수 시장에선 미국산 자동차의 판매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미국산 자동차 판매는 2만4132대로,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하며 5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테슬라(1만9212대)가 대부분을 차지했고, 포드·지프·링컨 등의 브랜드도 판매를 확대했다. 이들 차량은 무관세로 한국에 수입되고 있어, 국내 제조사 대비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관세 평준화'로 북미 현지 생산 경쟁 본격화

관세협상 타결로  한국산 차량의 대미 관세는 일본·유럽 수준(15%)으로 낮아졌다. 이제는 현지화·브랜드력·공급망 대응력이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일본차는 북미 공장 기반이 견고해 관세 영향을 거의 받지 않으며, 품질 신뢰도 면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 유럽차는 고급차 및 전기차 중심 전략으로 고부가가치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미국차는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기반한 세금 혜택을 내세워 전기차 생태계를 선점 중이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조지아·앨라배마 등에 생산거점을 보유하고 있지만, 일부 차종 수출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 관세가 동일해진 이상, 현지 생산 확대와 모델 현지화 없이는 가격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전경./사진=현대차그룹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전경./사진=현대차그룹

국내 생산기반·고용 여건, 이중 압박 직면

현지 경쟁 심화로 생산거점이 해외로 이동할 경우, 국내 부품사 생태계와 일자리에도 타격이 우려된다. 수익성 악화로 국내 투자 축소가 본격화되면, 중소 협력사 생존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지금은 관세 문제보다 수익성과 구조 경쟁력이 핵심 변수'라며 "이대로라면 국내 생산은 점차 축소되고 북미 현지화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부가가치·해외 고도화 전략 절실

관세 인하가 ‘출발선’이라면, 품질과 브랜드, 차량 가치를 끌어올리는 싸움이 시작된 셈이다. 단순 저가 전략이나 물량 확대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현대차·기아가 북미 현지 EV 생산 확대, 고급 브랜드(제네시스 등)의 북미 확장, 해외 전략형 SUV 및 픽업 트럭 모델 강화 등 고부가가치 중심의 재편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이제는 관세 완화라는 유리한 조건이 아닌, ‘평평한 경기장’에서 진짜 실력으로 경쟁해야 할 때다.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업계가 해외시장 확대, 고부가 차량 중심 전환, 현지 생산 고도화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관세 인하 효과도 오래 가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현대차 관계자는 "대미 관세 문제 해결을 위해 온 힘을 다해주신 정부 각 부처와 국회의 헌신적 노력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현대차·기아는 관세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 방안을 추진하는 동시에 품질 및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기술 혁신 등을 통해 내실을 더욱 다져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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