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8월16일부터 자동차 사고 수리 시 순정부품(OEM) 대신 품질인증대체부품을 우선 사용하는 자동차보험 약관 개정안이 시행된다. 정부는 수리비 절감과 보험료 안정화, 부품 시장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선택권이 사라졌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보험사가 대체부품을 기준으로 보험금을 산정한다는 것이다. 대체부품은 순정부품과 성능은 유사하지만 가격은 순정부품보다 약 35~40% 저렴하다. 하지만 실제 국내 자동차 수리 시장에서 대체부품 사용 비율은 1% 미만이다.
기존에는 대체부품을 선택할 경우 순정부품과의 차액을 돌려주던 '페이백 제도'가 있었지만 앞으로는 보험금 산정 기준이 순정부품이 아닌 '대체부품'으로 변경된다. 이에 따라 소비자가 순정부품을 원할 경우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겉보기에는 ‘선택’이 가능한 것 같지만 사실상 ‘강제’에 가깝다.
대체부품에 대한 신뢰가 약하다는 것도 문제다. 2020년 한국소비자원에서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대체부품을 알고 있는지 조사한 결과 50.3%가 '모른다'고 응답했고, '알고 있다'는 10.2%에 불과했다. 대체부품에 대한 이미지를 조사한 결과 64.3%가 부정적인 응답을 했다.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로는 '중고·재생부품과 유사'가 35.7%, '저가부품' 9.9%, '모조품' 2.9% 등이 꼽혔다.
대체부품의 성능을 인증하는 기관은 한국자동차부품협회(KAPA) 단 한 곳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 기관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협회가 사실상 ‘가족기업’처럼 운영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각에선 협회장이 단독 추대와 만장일치 방식으로 연임해 왔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일부 소비자들은 국민청원까지 올리며 제도 시행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22일 국회 국민동의 청원 게시판에는 '품질인증부품 강제 적용 자동차보험 약관 개정 반대에 관한 청원'이 게시됐다. 청원인은 개정안이 소비자의 선택권과 안전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증기관인 협회의 부실한 인증 절차와 대체부품 사용 시 발생할 수 있는 진동·소음 등도 문제로 제기했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미국과 유럽은 한국보다 대체부품 사용률이 높다. 수리비를 절감하고 보험료를 할인하는 등 인센티브 구조를 통해 소비자가 스스로 대체부품을 선택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국내와는 다른 구조다.
정책이 비용 절감에만 치우친다면 결국 소비자의 신뢰를 잃고 불필요한 갈등이 지속될 것이다. 제도가 실효성을 거두려면 무엇보다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대체부품을 강제하는 자동차보험 약관 개정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정부는 이제라도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