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용인 흥덕IT밸리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스타리아 차량에서 '펑' 소리와 함께 불이 났다. 불이 크게 번져 한 사람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가고 수십 대의 차량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지난해 8월 청라에서도 벤츠 차량에 불이 나 차량 수십 대가 불탔고, 사고 발생 10개월이 지났지만 현재까지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처럼 잘 알려진 사고만 있는 게 아니다. 2023년 국내에서 2262건의 자동차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하루 평균 6건이 넘는 화재사고가 벌어진 셈이다. 과거로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자동차 화재는 2019년부터 매년 2000건 이상 발생해 왔다. 불상사 언제 어디서든 벌어질 수 있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사고의 책임을 누가 지느냐다. 자동차 제조사가 화재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는 드물다. 제조사로부터 배상받는다고 해도 법적 다툼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화재 차주의 과실이 입증되지 않으면 차주가 계약한 보험사가 대인·대물 배상 책임을 지지도 않는다. 더군다나 보험사의 대물배상 보장한도는 최대 20억원인데, 흥덕·청라 화재처럼 최소 수십억원의 큰 피해가 나면 보험사가 이를 모두 책임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지하주차장 화재는 인간이 만든 자동차에서 벌어진 사고여도 마치 자연재해나 천재지변처럼 취급된다. 날벼락 맞듯이 누군가 죽거나 다칠 수 있고, 내 차량이 잿더미가 되더라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이 없다.
이런 현실에서 자기차량손해보험(자차보험)이 사실상 유일한 안전망이다. '자동차보험=자차보험'이라는 오해가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자차보험은 자동차보험을 구성하는 한 요소로, '내 차량'이 입은 피해를 배상한다는 의미다. 아무도 내 차량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을 때 자차보험만이 내 차를 지킬 최후의 보루가 된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자차보험 가입률은 80%였다. 2008년 52.6%에서 꾸준히 올라 80%까지 올랐지만, 여전히 약 380만대의 차량은 예기치 못한 화재에 무방비 상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인식 부족이다. 본보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내 차량에 화재 피해가 발생해도 대인·대물 배상 보험으로는 배상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른다고 응답한 비율이 74%에 달했다. 경각심의 부재이자 보험 안내·교육 시스템의 허점이다.
자차보험에 드는 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선택이지만, 그 선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른 채 결정을 내리는 것은 다른 문제다. 보험사는 자동차보험 계약 시 자차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어떤 상황에서, 어떤 보장을 받지 못하는지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자차보험 필요성에 대한 고지를 의무화 할 필요가 있다. 몰라서 당하는 자동차 화재 피해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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