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2년 '신의 은행가' 로베르토 칼비 회장 피살···결국 미제사건으로
1982년 6월, 이탈리아의 주요 은행이었던 암브로시아노 은행의 로베르토 칼비 회장이 런던 블랙프랑이어스 다리 아래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교황청과의 밀접한 관계로 인해 '신의 은행가'라는 별칭으로 불렸던 칼비 회장이었다.
칼비 회장의 사망 직전 암브로시아노 은행은 약 13억 달러(현재가치 40억달러 이상)에 달하는 자금 행방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채 파산했다. 앞서 1978년 이탈리아 중앙은행은 암브로시아노 은행이 수십억 리라(이탈리아의 옛 통화)의 자금을 불법으로 해외로 빼돌렸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이와 관련해 칼비 회장은 1981년 재판에서 징역 4년의 집행유예외 1980만달러의 벌금을 선고받았지만, 항소 중 보석으로 풀려났고, 이후 은행 회장직을 유지했다.
사망 약 2주 전 칼비 회장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 "암브로시아노 은행이 붕괴하면 상상할 수 없는 재앙을 초래해 교회에 치명적인 손해를 입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서신은 당시 은행과 바티칸 고위층 사이에서 불법 거래가 이뤄지고 있었다는 증거가 됐다. 암브로시아노 은행은 교황청 종교사업협회(바티칸 은행)의 주요 주주였다.
수사에 따르면 칼비 회장은 바티칸 은행과 협력해 해외로 자금을 유출하고,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자금을 세탁했다. 이 과정에 시칠리아 마피아, 나폴리의 카모라, 정치권 인사들이 연루됐으며 동유럽 반공세력 지원을 위한 비밀 자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초기 검시관은 자살 판정을 내렸지만 유족이 강하게 반발했다. 이후 민간 조사기관과 이탈리아 당국이 칼비의 시신을 재조사했고 2002년 보고서에서 타살로 공식 결론이 났다. 그러나 범인은 특정되지 않았다.
이탈리아 검찰은 2005년 시칠리아 마피아 보스 주세페 칼로, 프리메이슨 비밀 결사 '프로파간다 두에'의 단장 리치오 젤리, 사업가 플라비오 카르보니 등 5명을 칼비 살해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증거 부족, 핵심 증인 부재, 20년 이상의 시간 경과 등으로 기소는 난항을 겪었다.
2007년 로마 법원은 "칼비는 타살되었으나 피고인들과의 연관은 입증되지 않았다"며 5명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항소심과 재심에서도 동일한 결론이 내려졌고 사건은 종결되었다. 이에 대해 당시 검찰은 "칼비는 법정에서 다시 한 번 살해당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2위 통신사 월드컴, 초대형 회계부정 사건 폭로
2002년 6월 미국 2위 통신사였던 월드컴이 38억달러 규모의 회계 부정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사건은 당시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회계 사기였으며, CEO 버나드 에버스는 징역 25년형을 선고받았다.
감사 결과, 월드컴은 당기 손익에 반영돼야 할 회선 비용을 자산으로 회계 처리해 마치 수익성이 양호한 것처럼 장부를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외부 감사인은 회선 비용을 자산으로 처리하는 방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2001년 3월 월드컴의 재무 분석가 킴 에미는 인건비를 운영비가 아닌 자본 지출로 처리하라는 부당한 지시를 받고 이의를 제기했다가 상사로부터 질책을 받은 뒤 해고됐다. 이듬해 5월 에미는 언론 인터뷰에서 월드컴의 지출 관행에 대한 우려를 표했고, 이 기사를 읽은 내부 감사 담당자는 감사부서 부사장 신시아 쿠퍼에게 자본 지출 감사를 앞당길 것을 제안했다. 쿠퍼는 5월 말부터 감사를 시작했다.
쿠퍼는 경영진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야간 작업을 병행하며 조사를 진행했다. 감사부서는 'Prepaid Capacity'라는 정체불명의 회계 항목을 발견했고, 이 항목이 없었다면 월드컴의 2002년 1분기 1억3000만달러 흑자는 3억9500만달러 적자가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내부 회계 담당자들은 이 항목의 실체를 알지 못한 채 상부 지시에 따라 입력했다고 진술했고, 최고재무책임자(CFO) 스콧 설리번은 이 모든 과정을 승인한 핵심 인물로 드러났다. 결국 월드컴은 5개 분기에 걸쳐 38억달러의 수익을 과대계상했다고 인정했다. 외부 감사기관 KPMG 역시 부정을 확인했다.
회계 조작 사실이 밝혀지기 전부터 월드컴의 신용등급은 이미 '정크 본드(부도 위험이 높은 채권)'로 강등됐고, 주가는 90% 이상 폭락했다. 부채는 300억달러를 넘었고 1만7000명 해고 계획을 발표한 뒤 2002년 7월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이튿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사기 혐의로 월드컴에 소송을 걸었다.
2005년 재판에서 최고경영자(CEO) 버나드 에버스는 사기, 공모, 허위 보고 혐의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건강 악화로 2019년 말 조기 석방됐고 2020년 2월 사망했다.
2001년의 '엔론 사태'에 이어 월드컴 사태까지 잇따르자, 미국 연방의회는 2002년 '사베인스-옥슬리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CEO와 CFO의 재무제표 공동 서명 의무화, 감사위원회 독립성 강화, 내부통제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역사상 최악의 금융 스캔들···글로벌 은행들의 리보금리 담합·조작 사태
2012년 6월 수십조 달러의 금융상품에 영향을 미친 '리보(LIBOR)금리'가 다국적 은행들의 조직적 담합에 의해 장기간 조작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사건은 금융 역사상 최악의 스캔들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기준금리의 기준금리'로 불리는 리보금리는 런던 소재 주요 은행들이 서로 자금을 빌려줄 때 적용하는 예상 금리를 제출하면 이들 수치를 평균해 산출하는 기준금리다. 주택담보대출·학자금대출·기업대출·이자율스왑·파생상품 등 전 세계적으로 350조달러(40경원 이상)에 달하는 금융계약의 기준점으로 사용됐다. 하지만 실제 거래금리가 아닌 자의적 보고에 기반한 구조 때문에 조작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조작 의혹은 2008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보도로 처음 제기됐다. 이후 각국의 금융당국은 이메일·메신저·음성녹취 등 증거를 확보했다. 미국, 영국, 유럽연합, 일본, 캐나다 등 최소 10개국 이상에서 조사가 이뤄졌으며, 일부 은행에서는 내부 고발자의 증언을 통해 카르텔 구조가 드러났다.
조작은 주로 트레이더가 금리 제출 담당자에게 연락해 자신들의 포지션에 유리한 방향으로 금리를 조정해달라고 요청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메신저 기록에는 "앞으로 3일 동안 3개월물 리보에 큰 포지션을 가지고 있으니 며칠 동안만 리보금리를 5.39%로 유지해줄 수 있느냐"는 식의 노골적 요구도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영국 바클리스를 포함한 일부 은행들이 유동성 위기를 숨기기 위해 금리를 조작했다.
바클리스, UBS, 도이체방크,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씨티그룹 등 세계적인 금융기관들이 조작에 연루됐다. 이들은 수년간 조직적인 담합을 통해 금리를 조작했으며, 일부 트레이더가 브로커에게 금전까지 제공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들 은행은 총 100억 달러(약 13조원)가 넘는 벌금을 부과받았다. 그러나 책임자들에 대한 형사처벌은 미미했다. 영국에서는 13명이 기소됐지만, 8명이 무죄 판결을 받았고, 실형을 선고받은 인물은 트레이더나 중간 관리자 등 4명에 그쳤다. 대부분의 고위 경영진은 사임하는 수준에 그쳤다. 대표적으로 밥 다이아몬드 바클리스 그룹 CEO에게는 조작 정황을 알았거나 최소한 인지할 위치에 있었다는 강력한 의혹이 제기되었으나 그는 기소조차 되지 않고 공식 사임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금융소비자와 지방정부였다. 미국 볼티모어 시를 비롯한 여러 지자체는 이자율 스왑 계약에서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며 집단소송에 나섰다. 변동금리 대출을 이용한 일반 가계들 역시 조작된 금리에 따라 더 많은 이자를 부담했다. 미국 주택금융기관 패니메이와 프레디맥도 리보금리 조작으로 인해 약 30억달러 규모의 손실을 입었다.
이 사건 이후 영국은 리보금리를 규제 대상에 포함하고, 금리 조작을 형사 범죄로 규정했다. 미국·일본·영국·유로국가들은 2010년대에 대체 지표금리를 선정했으며, 리보금리는 결국 2023년에 공식 폐지됐다.

◆'77246 위조지폐 사건' 범인 검거···5000원권 5만장 위조
2013년 6월, 8년간 위조지폐를 유통한 일명 '77246 위조지폐 사건'의 범인이 붙잡혔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2005년 3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위조 5000원권 약 5만장을 사용한 혐의로 김모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액면가로 2억50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77246 사건'이라는 명칭은 위조지폐의 발행번호 중앙에 항상 '77246'이라는 숫자가 포함되어 있었던 것에서 유래했다. 이 지폐는 정교하게 만들어져 일반인들은 위조지폐인지 쉽게 구별하지 못할 정도였다.
범인 김 씨는 컴퓨터 디자인을 전공한 인물이었다. 가족의 질병과 사업 실패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2003년부터 지폐 위조를 준비했고 인쇄·접착·디자인 기술을 동원해 당시 위조방지 기술이 미흡했던 ‘(다)오천원권’을 타깃으로 삼았다.
김 씨는 발각을 피하기 위해 주로 CCTV가 없는 동네 슈퍼마켓이나 철물점에서 등에서 위조지폐를 사용했다. 껌이나 테이프 같은 저가 물품을 산 뒤 잔돈을 챙겼고, 한 해에 4000~8000장씩 유통시켰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한국은행은 결국 5000원권 신권을 1년 앞당겨 도입했다.
김 씨의 검거는 한 슈퍼마켓 주인의 눈썰미 덕분에 이뤄졌다. 2013년 1월 김씨가 슈퍼마켓에서 사용하고 간 구권 오천원권 지폐가 유난히 뻣뻣하다는 것을 신기하게 여긴 주인이 이를 보관해뒀고, 이후 지인이 받은 지폐와 발행번호가 동일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주인은 위폐임을 깨닫고 이후 구권 오천원권 사용자를 관찰했다.
그로부터 5개월 뒤인 6월 5일, 김씨가 이 슈퍼마켓을 다시 방문해 위조지폐를 사용하자 주인은 그에게 "위조지폐일 수 있으니 경찰에 신고하라"고 조언했다. 김 씨가 지폐를 넣는 순간 슈퍼마켓 주인은 지갑 안에 구권 지폐가 여러 장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본 주인은 경찰에 신고했고 김 씨가 체포됐다.
김 씨는 통화위조 및 사기 등 혐의로 징역 8년형을 선고받았으며, 2021년 6월에 출소했다. 범인이 검거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해당 위폐가 아직 유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 2의 라임사태'···옵티머스자산운용 환매 중단
2019년 '라임펀드 사태'에 이어 발생한 초대형 사모펀드 사기 사건인 ‘옵티머스 사태’로 인해 2020년 6월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가 벌어졌다. 2022년 6월 옵티머스자산운용은 결국 파산을 신청했다.
옵티머스 펀드는 설계부터 '사기'였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투자자 2900여명으로부터 1조2000억원을 모집했다. 옵티머스는 ‘안정적인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면서 자금을 유치했지만 실제로는 조직폭력배가 연루된 부실기업에 자금을 몰아넣었고, 결국 56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이것이 2020년 6월 환매 중단 사태로 번졌다.
이 사태는 단순한 금융 사기를 넘어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옵티머스 관계자들이 여야 정치인, 청와대 전 행정관 등 유력 인사들에게 금품을 제공하고 로비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며, 옵티머스 내부 문건에서 펀드 수익자로 정부 및 여당 관계자가 일부 참여되어 있다는 내용이 발견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은 "김 대표가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이 사건을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호도했다"고 밝혔다.
김재현 전 옵티머스 대표는 2020년 구속 기소 후 2021년 1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고, 2심에서는 징역 40년, 벌금 5억원, 추징금 약 752억원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2022년 7월 이를 확정했다. 이후 별도로 기소된 횡령 혐의에 대해 대법원이 징역 3년을 추가 선고하면서 최종 형량은 징역 43년이다. 김 전 대표는 현재 복역 중이다.
옵티머스자산운용 설립자인 이혁진 전 대표는 횡령·배임·조세포탈 등 다수의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2018년 해외로 도피해 기소중지 상태에 있었으며, 2025년 1월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핵심 인물인 윤석호 변호사(전 옵티머스 이사)는 2심에서 징역 15년, 벌금 3억원이 확정됐으며, 옵티머스 2대 주주 이동열 씨에게는 징역 20년, 벌금 5억원, 추징금 약 52억원이 확정됐다.
옵티머스 펀드의 80% 이상(약 4300억원)을 NH투자증권이 판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NH투자증권은 일반투자자 대상 판매분 2780억원에 대해 원금 100% 지급을 결정했으며, 다른 판매사인 한국투자증권도 판매액 287억원 전액 배상을 결정했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은 이 사건에 대한 수사 확대를 지시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검찰 수사에 청와대가 협조하라고 공식 지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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