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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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DB증권의 한 직원이 회사의 명의와 이벤트를 사칭해 '상품권 깡'을 벌이다 적발된 가운데, 구체적인 범행 규모와 수법이 드러났다. 해당 직원은 약 9년간 총 355억원어치의 상품권을 구매해 현금화했으며, 아들의 휴대전화번호까지 동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기간 이 사고를 알아차리지 못한 것은 DB증권의 허술한 내부통제 시스템으로 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상품권 깡'으로 주식·코인 투자 및 생활비 사용···미정산대금 30억원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DB증권의 50대 직원 A씨는 2016년 3월부터 2025년 5월까지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에서 신세계 10만원권 상품권을 대량 구매해 본인과 아들의 휴대폰 번호로 발송한 뒤, 이를 지류(종이)상품권으로 교환해 현금화하는 수법을 반복했다.

A씨는 상품권 구매가 후정산 방식(구매 후 두 달 뒤 결제)으로 이뤄지는 구조를 악용해 '돌려막기'를 했다. 상품권을 1장에 약 9만8000원에 구매해 9만4000~9만5000원에 되팔아 현금화했고, 이를 주식 및 가상자산 투자, 생활비 등으로 사용했다.

상품권 발행 금액은 2016년 8월부터 2025년 5월까지 총 355억원이며, 이 중 현재까지 미정산된 금액은 약 26억~3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미정산대금 사용 추정내역은 ▲현금화 손실 10~14억원 ▲가상자산 투자 손실 7억7000만원 ▲주식 투자손실 3억5000만원 ▲생활비 5억원 등이다.

DB증권은 지난달 15일 내부 정기감사 중 이 사건을 인지했고, 같은 달 23일 금융감독원에 보고하고 A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A씨의 회사 사칭 상품권 구매 및 현금화 수법. /자료=김상훈 의원실
A씨의 회사 사칭 상품권 구매 및 현금화 수법. /자료=김상훈 의원실

◆계약·인장·인력관리 모두 허점

9년 동안 벌어진 이번 사건은 DB증권의 계약·인장관리, 인사 시스템 전반의 허술함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DB증권은 11번가와의 계약이 자동으로 연장되는 구조였음에도 이벤트 종료 후 계약 해지나 관리자 ID 폐쇄 조치를 하지 않았다. A씨가 이를 사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이다.

인장 날인 시점에 일어날 수 있는 기망행위에 대한 통제 절차가 미흡했다는 점과, A씨가 사건을 일으킨 부서에 발령된 후 10년 동안 장기간 근무를 했다는 점도 문제였다. 일반적으로 금융사는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일정 주기마다 부서를 이동시키는 직무순환제를 운영한다.

DB증권은 ▲개인 ID를 통한 상품권 구매 방식 전면 금지 ▲상품권 공급업체에 대한 주기적 점검 ▲인감 날인 문서의 적정성 사전 점검 강화 ▲직무순환제 확대 등을 주요 재발 방지 대책으로 제시했다.

◆DB증권 "책임자 규명 쉽지 않아"

수백억원의 상품권 돌려막기가 벌어졌음에도 책임자를 밝혀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DB증권은 사후관리 체계 부실이 오래 유지되다가 발생한 금융사고이기 때문에 특정 기간 동안의 책임자를 특정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DB증권은 "임원에게 공통 책무인 '소관조직의 금융사고 예방에 대한 책임'을 적용해 책무구조도에 따른 사건 관련 책임자를 지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향후 대응방안으로 '계약 체결 · 유지 및 사후관리'를 책무구조도 시행일(7월 2일)까지 임원의 공통 책무로 신설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 임원의 직책별로 책무를 명확하게 분담하는 문서로, 금융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지난해 7월부터 금융권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DB증권은 지난 4월 책무구조도 초안을 금감원에 제출했고, 6월 말까지 확정된 최종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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