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 프로젝트 취소·내수 붕괴·부평공장 매각설 겹쳐
산은 약정 만료 이후 '철수 시나리오' 현실화 우려

| 스마트에프엔 = 김동하 기자 |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이 한국GM 노사 갈등의 불씨를 키우면서, GM 본사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본사 고위 임원이 "수익성 확보 실패 시 구조조정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데다, 내수 판매 급감·전기차 프로젝트 취소·부평공장 매각설까지 겹치며 한국 사업장의 지속 가능성은 점차 불투명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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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업계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통과로 원청의 사용자 책임이 확대되고 경영상 결정까지 쟁의 대상에 포함되면서, 한국GM 노조는 기본급 인상·성과급·격려금·서비스센터 매각 철회 등을 요구하며 투쟁 강도를 높이고 있다. 

사측은 "노사 충돌이 본사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노조는 "철수설을 교섭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며 강경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GM 기술연구소가 추진하던 소형 전기차 프로젝트는 30~40% 진행된 상태에서 본사 지시로 전격 취소됐다. 연구소 인력 절반이 투입된 대규모 프로젝트였다는 점에서 내부 충격이 컸다. 

업계에서는 'GM이 한국에 미래차 라인을 맡기지 않겠다는 결정'으로 받아들여, 철수 가능성을 키우는 직접적 신호로 보고 있다.

폴 제이콥슨 GM 글로벌 CFO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한국 사업장이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중국 사례와 마찬가지로 구조조정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발언했다. 

이는 단순 경고를 넘어 한국 사업장이 이미 본사 차원에서 ‘철수 검토 리스트’에 올랐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상하이차(SAIC)와 합작 법인을 운영하고 있던 GM은 올해 초 중국 선양 소재 공장 한 곳을 폐쇄하고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GM의 한국 철수가 단번에 이뤄지기보다 단계적 축소 → 구조조정 → 철수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첫 번째 단계는 신규 투자 철회다. 실제로 한국GM은 소형 전기차 개발 프로젝트가 30~40% 진행된 상태에서 본사 지시로 중단되는 등, 미래차와 전략 차종 배정에서 이미 배제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두 번째 단계는 생산 라인 축소와 공장 매각이다. 최근 거론되는 부평공장 매각설이 대표적이다. GM은 과거 호주·러시아 등에서도 생산시설을 정리하며 시장 철수 수순을 밟은 바 있다.

마지막 단계는 철수 공식화다. 산업은행과 맺은 10년간의 생산시설 유지 약정이 만료되는 2027~2028년을 전후해 GM 본사가 한국 시장 철수를 선언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2018년 한국GM은 산업은행으로부터 7억5000만달러를 지원받으며 생산시설 유지 약정을 맺었다. 2028년 상반기 약정 종료 시점은 GM 본사가 ‘철수 버튼’을 누를 수 있는 제도적 마지노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헥터 비자레알 한국GM 사장은 최근 "우리는 한국에서 사업을 지속할 것이며, 고용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본사 재무라인의 구조조정 발언과 EV 프로젝트 취소라는 현실은 사장의 메시지와 충돌한다. 

업계에서는 "본사의 전략 변화 앞에서 한국GM 사장의 발언은 상징적 의미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자동차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노란봉투법 이후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면 GM 본사가 철수 시나리오를 앞당길 수 있다"며 "산업은행·정부·지자체가 노사와 함께 새로운 투자 유인책을 만들지 못하면 2028년 이후 한국GM의 철수는 충분히 현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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