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직영 서비스센터 9곳·부평공장 유휴 자산 매각 공식화
BYD·지커 등의 인프라 인수시 국내 신뢰도 구축에 유리할 것

중국 전기차 업체 BYD가 올해 초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BYD는 중국 내수 경쟁에 대한 대응책으로 한국, 일본, 동남아 등 해외시장 진출 확대를 서두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 최근 한국GM이 전국 9개 직영 정비사업소와 부평공장 유휴부지 처분을 예고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한국GM이 내놓은 매물을 BYD가 인수하면서 신뢰도 구축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국 전기차 업체 BYD가 지난 16일 인천 중구 소재 상상플랫폼에서 공식 출범식을 가졌다. 사진은 BYD 아토3./사진=김동하 기자
중국 전기차 업체 BYD가 지난 16일 인천 중구 소재 상상플랫폼에서 공식 출범식을 가졌다. 사진은 BYD 아토3./사진=김동하 기자

중국 전기차 내수 '치킨게임'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가격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BYD를 비롯해 지리, 샤오펑, 체리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올해 들어 최대 30% 이상 가격을 인하하며 점유율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BYD의 경우 자사 22개 모델을 대상으로 최대 34% 할인을 단행했고, 지리차와 체리차, 광저우자동차, 상하이자동차 등 10곳에 가까운 차 브랜드들도 잇따라 차량 가격을 낮추며 연쇄 할인을 이어갔다.

작은 브랜드의 생존 여부가 불투명해지는 이른바 '치킨 게임' 양상이 펼쳐진 것이다. 중국 정부도 전기차 산업 붕괴를 막기 위해 업체들이 무리한 가격 경쟁을 벌이지 않도록 유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BYD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중국 시장에서의 전기차 업계 재편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BYD는 한국 시장에도 저가 공세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아토3는 보조금을 받을 경우 2000만원대 후반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 4월 사전계약을 실시한 세단모델 '씰'의 경우도 환경부 인증 절차를 마무리하면서 3분기 중 출시가 유력해진 상황이다. 씰의 국내 판매 가격은 4750만~5250만원 사이로 전망된다.

16일 경기도 광명시 아이벡스 스튜디오에서 헥터 비자레알 한국GM 사장이 이날 공개된 제너럴모터스(GM)의 고급 브랜드 캐딜락을 대표하는 럭셔리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더 뉴 에스컬레이드'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6일 경기도 광명시 아이벡스 스튜디오에서 헥터 비자레알 한국GM 사장이 이날 공개된 제너럴모터스(GM)의 고급 브랜드 캐딜락을 대표하는 럭셔리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더 뉴 에스컬레이드'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GM의 자산 매각에 따른 BYD의 매입 가능성

이런 상황에 한국GM이 전국 9개 직영 정비사업소와 부평공장 유휴 부지 처분을 예고했다. 회사 측은 "재정 지속 가능성과 비즈니스 효율성 확보를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단기적 비용 절감 조치이자 전략 변화의 신호로 주목하고 있다. 

특히 유휴 부지 처분과 관련해 향후 전기차 전환에 필요한 생산설비 확보 기회를 포기하는 셈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렇듯 '한국GM 철수설'에 더욱 힘이 실리는 상황에 남겨진 정비 인프라와 공장 유휴부지를 BYD가 인수해 한국을 수출 허브로 삼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한국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선 서비스센터 구축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 BYD도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며 "서비스센터 매각은 철수를 염두에 둔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과거 GM은 인도·태국 철수 당시 생산 기지를 상하이자동차, 장성자동차에 매각한 전례가 있다. 국내에서 유사하게 진행된다면 중국 브랜드가 GM의 이미지를 기회로 삼아 신뢰성 구축에 힘을 얻을 수 있다.

3일 2025서울모빌리티쇼에 전시된 BYD씰./사진=김동하 기자
3일 2025서울모빌리티쇼에 전시된 BYD씰./사진=김동하 기자

BYD 및 중국 기업의 한국화 '탈피' 가능성

BYD는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 면에서 국내 시장에 보여준 바가 있지만 소비자 신뢰를 얻기 위해선 애프터서비스 체계 안정화가 필수적이다. BYD나 지커 등 중국 전기차 브랜드가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전국 단위의 애프터서비스 체계가 필요한데 마침 한국GM의 정비망은 이 조건을 충족한다.

서비스센터 뿐만 아니라 공장을 인수할 경우 CKD나 CKD형태의 반조립 상태로 국내에 들여와 일부 한국 부품을 사용하면서 '메이드 인 코리아'로 수출할 것이란 예측도 있다.

한국 시장을 '게이트 웨이'로 활용해 브랜드 이미지를 챙기면서 FTA 등을 활용한 수출 허브로 삼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미 KGM은 BYD의 LFP배터리와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토레스 EVX가 해당 방식으로 생산돼 판매 중이고 향후 BYD의 하이브리드 기술을 활용한 제품도 생산할 예정이다.

향후 KGM의 공장을 BYD가 위탁 활용 혹은 국내 공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BYD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평택공장이 전용공장으로 변모한다는 전망이다.

한편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의 경우 폴스타4의 위탁 생산을 맡고 있다. 르노코리아와 폴스타의 경우 중국 지리자동차가 대주주로 있는 기업이다.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 지리자동차의 전기차 브랜드 지커가 생산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BYD가 한국GM의 인프라를 인수하게 되면 단순한 판매 진출이 아닌 현지화를 통한 이미지 세탁 전략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애프터서비스 인프라 확보"라며 "BYD를 위시한 중국 기업들이 정비 인프라도 확보하게 된다면 국내 시장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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