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아 대표, 이프카카오서 완전히 달라진 '카카오톡' 개편 공개
SNS·숏폼·스레드? '호불호' 갈리는 UI 개편안

| 스마트에프엔 = 양대규 기자 | 카카오톡은 지난 10여 년간 단순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넘어 한국인의 디지털 생활 그 자체로 자리매김했다. 국내 메신저 시장에서 93.5%의 사용자가 주 이용 플랫폼으로 꼽을 만큼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구축했다. 이는 단순한 점유율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다만 최근 카카오톡에 대한 사용자 몰입도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카카오 내부에서는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카카오톡의 1인당 월평균 사용 시간은 매년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정신아 대표, 이프카카오서 완전히 달라진 '카카오톡' 개편 공개
18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오는 23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이프카카오(if(kakao)25)'에서 카카오톡 개편과 신규 AI 서비스를 통해 가능성을 일상으로 만드는 카카오의 비전을 제시할 계획이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직접 컨퍼런스 첫날인 23일 새롭게 바뀐 카카오톡에 대해 발표한다. 이번 개편은 카카오톡의 본질인 ‘채팅’에 집중해 더 나은 대화 경험을 선사하고, 동시에 프라이버시 보호에도 중점을 둘 예정이다.
카카오는 본격적인 AI 통합에 앞서, '카카오톡 실험실' 기능을 통해 사용자들에게 AI 기술의 효용성을 점진적으로 체감시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현재 제공되는 '안 읽은 대화 요약하기'와 '말투 변경하기' 기능이 대표적이다. '대화 요약하기'는 최대 3000자의 대화 내용을 간결하게 정리해 정보 과부하에 시달리는 사용자들의 불편을 해소한다. '말투 변경하기'는 사용자가 작성한 메시지를 정중체, 상냥체, 심지어는 '임금체'와 같은 재미있는 톤으로 변환해주는 기능이다.
이런 기능들은 카카오브레인의 기술을 기반으로 하며 사용자의 명확한 불편함을 해결해주는 실용적인 접근 방식을 취한다. 이는 거대하고 복잡한 AI 기술을 사용자에게 강요하는 대신, 작고 유용한 기능으로 AI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수천만 사용자가 AI와 상호작용하는 경험에 익숙해지도록 유도해 앞으로 더 복잡하고 강력한 AI 서비스를 수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일종의 사용자 적응 전략인 셈이다. 급진적인 변화에 대한 거부감을 최소화하고 AI 기술의 연착륙을 꾀하는 접근법이다.
실험실 기능을 통한 사용자 적응 단계를 넘어 카카오는 AI를 카카오톡의 핵심 경험으로 깊숙이 통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오픈AI(OpenAI)와의 공식적인 협력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언어 모델인 챗GPT를 카카오톡 내에 직접 탑재한다. 유력한 방안으로는 채팅 탭 내에 챗GPT 아이콘을 배치해 사용자가 별도의 앱 전환 없이 즉시 AI와 대화를 시작하고 그 결과를 채팅방에 손쉽게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카카오는 자체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 '카나나(Kanana)' 역시 카카오톡에 통합한다. 이는 글로벌 모델과 로컬 모델을 결합하는 하이브리드 전략으로, 챗GPT의 범용적인 성능과 한국어 및 한국 문화에 특화된 카나나의 섬세함을 동시에 활용하려는 시도다. 예를 들어, 기존의 '#검색' 기능에 두 AI 모델을 결합하여 훨씬 더 정교하고 맥락에 맞는 검색 결과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이는 AI를 단순한 '기능'에서 카카오톡 플랫폼 전반에 걸쳐 작동하는 '기반 레이어'로 격상시키는 것을 의미하며, 사용자 경험의 질을 한 차원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SNS·숏폼·스레드? '호불호' 갈리는 UI 개편안
UI 개편도 예고됐다. 출시 이후 15년간 유지된 친구 목록 탭은 정적인 주소록에서 동적인 피드형 공간으로 대체된다. 사용자는 카톡을 실행했을 때 친구들의 게시물과 사진, 동영상이 표시되는 타임라인을 보게 된다. 여기에 틱톡과 유튜브 쇼츠를 겨냥한 숏폼 비디오 전용 탭도 신설된다. 카카오는 이를 통해 체류 시간을 20% 이상 늘리고 신규 광고 지면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룹 채팅의 가독성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의 단일 답장 기능을 업무용 메신저 '슬랙(Slack)'과 유사한 '스레드(Thread)' 방식으로 개선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기 특정 메시지에 대한 답글들을 하나의 묶음으로 관리하여 대화의 흐름을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이다
이런 대대적인 변화는 '사용자 편의성 제고'라는 명분 아래 추진되고 있지만 카카오 내·외부에서 급격한 변화의 혼란과 마찰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카톡의 본질이 메신저인데 SNS로 변질된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주소록 기반 친구 구조 때문에 원치 않는 상대에게 개인 일상이 노출될 수 있다는 프라이버시 우려도 제기됐다. 과거 ‘펑’, ‘카카오스토리’ 같은 시도가 실패한 전례가 있어 이번 개편도 ‘카카오스토리 시즌 2’가 될 것이라는 냉소적인 평가도 나온다.

카카오가 이런 변화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사용자 몰입도 감소가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카카오톡의 1인당 월평균 사용 시간은 2021년 5월 822.68분에서 2023년 5월 731.85분으로 감소했다. 특히 Z세대와 알파세대는 인스타그램 DM과 유튜브 등 글로벌 플랫폼을 더 선호하며, 카카오톡의 관심 점유율 하락이 가속화되고 있다. 카카오는 체류 시간 증대와 광고 수익 확대 없이는 성장 정체를 피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는 피드와 숏폼 콘텐츠 도입을 통해 사용자의 앱 내 체류 시간을 20% 이상 늘리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정신아 대표는 지난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최근 모바일 환경에서 글로벌 플랫폼들의 경쟁이 심화되고 특히 이용자 체류 시간 확보를 위한 플랫폼 간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며 "올해에는 카카오톡 개편을 통해 이용자의 체류 시간을 20% 증가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숏폼 서비스에 대해 정 대표는 "콘텐츠 수급을 위한 채널을 다변화하고 크리에이터들이 콘텐츠를 쉽게 생산할 수 있는 스튜디오를 구축하겠다"며 "카카오에서만 확인 가능한 독점 콘텐츠나 카카오 그룹사 내 역량으로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변화가 성공할 경우 카카오톡은 새로운 광고 인벤토리를 확보하고 AI 중심의 슈퍼앱으로 진화할 수 있다. 반면 사용자 반발이 지속되고 소셜 기능이 외면받을 경우 앱의 단순성과 신뢰성을 잃고 경쟁 플랫폼과의 싸움에서 불리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카카오 관계자는 "다양한 이용자 수요를 반영해 기능을 확대하고 다양화하는 방향으로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며 "자세한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고 (23일 예정된) 이프카카오에서 최종안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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