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서비스에 깊이 파고드는 ‘전문가형 에이전트’
카카오, '카카오톡'을 AI의 관문으로 개방형 생태계 구축

이미지=구글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구글 제미나이 생성

| 스마트에프엔 = 양대규 기자 | 국내 양대 플랫폼 거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인공지능(AI) 경쟁이 사용자의 ‘개인 비서’ 역할을 수행할 ‘AI 에이전트(AI Agent)’를 중심으로 본격화되고 있다. 두 기업은 AI 에이전트를 미래 플랫폼의 핵심으로 삼고 있지만, 그 접근 방식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네이버는 자사 서비스에 특화된 ‘전문가형 에이전트’를,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모든 것을 연결하는 ‘만능형 에이전트’를 지향하며 각기 다른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AI 에이전트는 단순히 명령에 답하는 챗봇을 넘어, 사용자의 의도와 맥락을 파악해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작업을 수행하는 지능형 소프트웨어를 의미한다. 맛집을 찾아달라는 요청에 목록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평소 취향과 현재 위치, 시간대를 고려해 최적의 식당을 추천하고 예약까지 대신 처리해주는 ‘개인 비서’와 같다. 궁극적으로 AI 에이전트는 사용자가 여러 앱을 오갈 필요 없이, 대화 하나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일종의 포탈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네이버, 서비스에 깊이 파고드는 ‘전문가형 에이전트’

3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자체 개발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한 '소버린 AI' 전략을 사용했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검색, 커머스 등 자사의 핵심 서비스에 직접 접목해 플랫폼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가장 자신 있는 분야에서 AI 기술을 통해 격차를 벌리겠다는 명확한 목표다.

대표적인 예는 검색 결과의 핵심을 요약해주는 '큐:(CUE:)' 서비스다. 이 기능은 복잡한 질문에도 생성형 AI가 정보를 분석하고 요약해 입체적인 답변을 제공하며 검색 경험을 혁신하고 있다. 네이버는 맛집, 카페 등 장소 정보를 제공하는 '플레이스' 서비스에도 AI 요약 기능을 도입해 사용자 체류 시간과 예약·주문 전환율을 높이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실제로 플레이스 AI 브리핑이 적용된 업체들은 도입 이전대비 사용자 평균 체류시간은 +10.4%, 클릭률 +27.4% 증가했다. 또한 AI 브리핑을 통해 탐색이 활성화되며 예약과 주문도 이전대비 +8% 증가했다.

플레이스 AI 브리핑 사용 예시 /사진=네이버
플레이스 AI 브리핑 사용 예시 /사진=네이버

광고와 커머스 분야에서도 AI는 핵심 동력이다. 쇼핑 검색 과정에 AI가 개입해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는 ‘AI 쇼핑 가이드’를 연내 ‘쇼핑 전문 AI 에이전트’로 발전시키는 등 AI를 통해 플랫폼의 수익성을 직접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이러한 전략적 자신감은 독자적인 AI 파운데이션 모델 구축 역량에서 나온다. 네이버는 각 국가의 문화와 언어적 맥락을 이해하는 '소버린 AI' 모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사우디아라비아 등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을 입증하고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네이버가 만들고 있는 AI는 이용자와 창작자, 판매자를 더 섬세하게 연결하는 도구가 될 것"이라며 AI를 통해 기존 플랫폼 생태계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카카오, '카카오톡'을 AI의 관문으로 개방형 생태계 구축

카카오는 네이버와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다. 특정 AI 모델에 얽매이지 않고 자체 모델을 포함해 오픈AI(OpenAI)의 챗GPT 등 글로벌 최고 수준의 모델을 유연하게 활용하는 ‘모델 오케스트레이션’ 전략을 채택했다. 이를 통해 전 국민이 사용하는 카카오톡이라는 막강한 플랫폼 위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만능 비서’를 구현하겠다는 전략이다..

카카오의 최종 목표는 AI를 통해 모든 사람의 일상을 혁신하고 AI 사회로의 전환을 이끄는 것이다. 이를 위해 카카오톡 채팅방 안에서 선물을 추천하고, 대화로 장소를 예약하는 등 생활 밀착형 ‘AI 에이전트’ 서비스를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카카오는 상반기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선물하기 서비스를 바로 이용할 수 있는 AI 메이트 쇼핑 서비 스를 선보였고, 최근에는 카카오맵에서 이용자가 원하는 조건의 장소를 대화형식으 로 답변해주는 AI 메이트 로컬을 서비스 중이다.

주목할 부분은 카카오가 추진하는 ‘개방형 플랫폼’ 전략의 핵심 기술인 ‘PlayMCP(Model Context Protocol)’다. 이는 AI를 위한 'USB-C'처럼, 카카오맵, 선물하기, 결제 등 다양한 외부 서비스를 카카오의 AI 에이전트에 손쉽게 연동시키는 개방형 표준 기술이다. 개발자들은 이 표준을 통해 자신의 서비스를 카카오 AI 생태계에 참여시킬 수 있다. 이는 사용자가 별도의 앱 설치 없이 채팅을 통해 상품 추천부터 주문, 결제까지 모든 것을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슈퍼앱' 생태계를 지향하는 것이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AI 기술로 모두가 필요로 하는 미래를 더욱 앞당기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시도할 것"이라며 AI의 대중화와 서비스 혁신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지난해 if카카오에서 신규 AI 서비스 '카나나'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카카오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지난해 if카카오에서 신규 AI 서비스 '카나나'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카카오

네이버는 자사 서비스의 ‘깊이’를 더하는 전문가형 에이전트로, 카카오는 카카오톡의 ‘넓이’를 활용하는 만능형 에이전트로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남효지 SK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와 카카오의 전략 방향성은 차이가 있다"며 "네이버는 자체 AI 기술 확보를 통해 최근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구축 사업자로도 선정됐다. 카카오는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도 보유하고 있지만 모델 오케스트레이션 전략을 중심으로 해 글로벌 최고 수준의 모델을 적절히 활용한다"고 분석했다.

네이버의 전략이 성공한다면 사용자들은 검색, 쇼핑 등 개별 서비스에서 압도적인 만족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카카오의 전략이 통한다면 사용자들은 카카오톡 하나로 모든 일상을 해결하는 편리함에 익숙해질 것이다.

AI 에이전트 시대의 승자는 단순히 가장 똑똑한 AI 모델을 가진 기업이 아닐 것이다. 사용자의 일상에 가장 깊숙이 파고들어 번거로운 과정을 없애주는 ‘만능 해결사’의 역할을 누가 먼저 선점하느냐에 달려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마트에프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