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KDB생명 사옥. /사진=김준하 기자
서울 용산구 KDB생명 사옥. /사진=김준하 기자

| 스마트에프엔 = 한시온 기자 | 올해 상반기 생명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지연율이 손해보험사의 두 배 이상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KDB생명은 52.9%로 생보사 중 가장 높은 지급 지연율을 기록했다. 의학적 판단이나 지급사유 조사 등 복잡한 심사 절차가 길어지면서 소비자 불만도 커지고 있다.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이양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보험사들이 지급한 보험금 10조6416억원 중 9849억원(9.3%)이 약관상 지급기일(3영업일)을 초과해 지급됐다.

연도별로 보면 보험금 지급 지연율은 2020년 6.8%, 2021년 8.1%, 2022년 8.4%, 2023년 8.3%, 2024년 8.6%로 매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 기준 손보사의 지급 지연율이 8%인 반면, 생보사는 20%로 두 배 이상 높았다.

생명보험사별로 보면 KDB생명의 올해 상반기 보험금 지급 지연율은 52.9%로 생보사 21곳 중 가장 높았다. 이 기간 지급된 보험금 70억원 가운데 37억원이 기한을 넘겨 지급됐다. 신한라이프(52.8%)와 iM라이프(50.0%)가 각각 뒤를 이었으며, 세 곳 모두 절반 이상 지연율을 보였다.

생명보험표준약관 제30조에 따르면 보험사는 보험금 청구 서류 접수 후 3영업일 이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단 지급사유의 조사나 확인이 필요한 경우에는 10영업일 이내 지급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보험사가 '의학적 판단'이나 '사고 조사' 등 사유를 내세워 지급기일이 지연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현행 약관(생명보험 표준약관 및 해설)에서는 보험금 지급기일을 영업일 기준으로 하고 소송, 조사 등의 사유가 있는 경우는 30영업일 이내로 연장하고 있다. 또한 계약자가 보험사고 조사에 대한 협조를 정당한 사유없이 거절해 보험사고 조사가 지체되는 경우에는 향후 지연이자를 지급하지 않도록 한다.

생명보험협회의 보험금 지급 관련 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5대 생보사의 '추가 소요 지급비율'은 삼성생명 2.65%, 한화생명 2.20%, 교보생명 3.85%, 신한라이프 9.87%, NH농협생명 3.03%다. 추가소요 지급비율은 약관상 정해진 지급기일을 초과해 지급된 건수의 비율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약관상 지급기일을 초과해 지급된 보험금 건수는 4만313건으로 지난해(2만4472건)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가운데 '지급 사유 조사'가 2만9290건으로 전체의 약 73%를 차지했다. 지급 사유 조사는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이 타당한지 확인하기 위해 실시하는 조사 절차지만, 이 과정이 길어지면서 실질적인 지급 지연의 주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해 8월 보험연구원이 발간한 '보험산업 신뢰회복을 위한 과제(Ⅱ): 보험금 지급' 보고서에 따르면 금감원에 접수된 보험민원 중 보험금 지급 관련 민원이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2023년 기준 생명보험민원의 약 36%, 손해보험민원의 약 64%가 면·부책이나 보험금 산정·지급과 관련된 민원이었다.

보험연구원이 2022년 보험금 청구 경험이 있는 전국 성인 남녀 258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보험금 지급 과정에서 청구 절차의 간편성과 투명성이 소비자 만족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보험금 지급 과정에서 복잡한 청구 절차, 지급 내역 안내 부족, 처리 진행 상황에 대한 안내 부족 등을 주요 불만 요인으로 꼽았다.

KDB생명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에는 영업 활성화로 신규 가입자가 늘면서 보험금 청구 건수와 청구금액이 예년보다 크게 증가했다"며 "이에 따라 심사 건이 급증하면서 처리 지연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금 지급심사 시스템을 고도화해 AI 기반 자동심사 기능을 도입하고, 관련 업무 프로세스를 효율화해 지급의 신속성과 정확성을 동시에 확보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생명보험은 손해보험보다 보험기간이 길고 보험금 규모도 상대적으로 크다"며 "사람의 생명·질병과 관련된 보험은 추가적인 의학적 조사나 확인 절차가 불가피해 손해보험보다 지급 심사가 오래 걸리는 구조적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명보험 업권의 문제나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기보다 각 회사의 상품 특성과 내부 시스템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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