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법조인 CEO'로 리스크 통제 강화
KT, 김영섭 CEO 연임 '포기', 공개 경쟁으로 새 리더 찾는다
LG유플러스, 홍범식 체제 유지···'해킹 의혹' 해소 필요

| 스마트에프엔 = 양대규 기자 | 올해는 국내 이동통신 3사들의 우선 순위가 'AI'에서 '보안'으로 바뀐 원년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4월 SK텔레콤의 유심(USIM) 정보 유출을 시작으로 8월 KT의 불법 펨토셀 해킹, LG유플러스의 서버 침해 의혹까지 연달아 터지며, 국가 기간망인 통신사들의 보안이 뿌리부터 흔들렸기 때문다.
이 사태는 단순한 보안사고를 넘어 통신 3사의 리더십 교체와 기업 전략 전환을 촉발한 계기가 됐다.
SK텔레콤, '법조인 CEO'로 리스크 통제 강화
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의 최고경영자(CEO)로 법조인 출신 정재헌 사장이 선임됐다. SK텔레콤의 AI 기업 전환을 주도하던 유영상 대표는 해킹 사태 이후 25년 만의 분기 적자와 1348억 원 과징금을 감당하며 조기 퇴진했다.
지난해 연임에 성공하며 안정적인 경영을 이어가던 그였지만, 이번 사태로 조직의 책임론이 불가피했다.
유영상 대표는 2021년 11월 취임한 이래 SK텔레콤을 '글로벌 AI 컴퍼니'로 전환하는 비전을 강력하게 주도해왔다. 성과를 바탕으로 2023년 12월 연임(유임)에 성공했다. 2024년은 'AI 피라미드 전략'의 실행력을 극대화하는 해로 선포될 만큼 SK텔레콤의 전략적 초점은 '기술 기반 성장'에 명확히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4월에 발생한 해킹 사태는 SK텔레콤에 재무적 충격과 법적 리스크라는 두개의 큰 문제를 안겼다.
SK텔레콤은 사태 수습을 위해 전 고객 대상 8월 통신요금 50% 할인, 유심 무상 교체, 해지 위약금 면제 등을 담은 파격적인 '고객 감사 패키지'를 시행했다. 이 조치는 2025년 3분기 실적에 직격탄이 됐다.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484억원으로,전년 동기 대비 90.9% 급감했다. 별도 기준으로는 52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이는 SK텔레콤 창사 이래 25년만의 첫 분기 적자였다.
또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SK텔레콤의 허술한 보안 관리가 개인정보 보호 법규를 중대하게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8월 SK텔레콤에 역대 최대 규모인 1347억 9100만 원의 과징금과 과태료 960만원을 부과했습니다.

이에 SK텔레콤은 새로운 CEO로 '법률전문가' 정재헌 사장을 선임하기로 한 것이다. 기술 성장 대신 ‘리스크 통제’를 전면에 내세운 인사다.
정재헌 CEO는 서울대 공법학과를 졸업하고 판사를 거쳐 SK텔레콤 법무그룹장과 대외협력 사장을 역임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정재헌 CEO는 내년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선임된 이후 이사회를 거쳐 대표이사가 된다"고 설명했다.
KT, 김영섭 CEO 연임 '포기', 공개 경쟁으로 새 리더 찾는다
KT는 8월 불법 펨토셀을 악용한 해킹으로 2만2000여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368명이 무단 소액결제 피해를 입었다.
2023년 8월 취임한 김영섭 대표 는 당초 재임 기간 실적 개선 및 구조 개편 성과 를 바탕으로 연임 도전이 유력시됐다. 하지만 이번 해킹 사태로 10월 국정감사에 2차례 증인으로 출석 하며 정치권과 여론의 강력한 사퇴 압박에 직면했다.
김영섭 대표는 국감 증인석에서 "경영 전반의 총체적 책임을 지는 CEO로서, 금번 KT 사고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 및 소액결제 피해 발생에 대한 합당한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발언하며 사실상 사퇴 의사를 밝혔다.

결국 김 대표는 지난 4일 열린 이사회에서 연임을 포기하고 차기 대표이사 공개 모집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 했다. 김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까지다.
KT는 과거 '오너 없는 기업'의 고질적인 지배구조 문제로 지적받던 '대표이사 연임 우선 심사제'(일명 '셀프 연임')를 2023년 6월 폐지했다. 이에 따라 차기 CEO 선임은 8명의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된 '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주도하는 완전 공개 경쟁 방식으로 진행된다.
후보군은 ▲외부 전문기관 추천 ▲공개 모집(11월 5일~16일) ▲주주 추천(전체 주식의 0.5% 이상을 6개월 이상 보유한 주주) ▲관련 규정에 따른 사내 후보(전무급 이상) 등 4가지 방법으로 추려진다.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연말까지 최종 후보 1인을 선정해 이사회에 보고하며 3월 정기 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쳐 최종 선임된다.
KT 이사회는 차기 리더에게 ‘대내외 신뢰 회복’과 ‘보안 전문성’을 핵심 요건으로 제시했다. KT는 이미 5년간 1조 원을 투자하는 ‘K-시큐리티 프레임워크’를 발표했다. AI 기반 보안 관제, 글로벌 보안기업 협업, 전담 인력 확대, 그리고 ‘제로 트러스트(Zero Trust)’ 체계 구축이 주요 골자다.
KT 역시 위약금 면제 비용과 과징금 등의 재무적, 법적 리스크가 남아있기 때문에 차기 대표 자리에 '법률전문가'가 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KT 이사회는 차기 대표 응모 자격 요건에 기업 경영 전문성, 리더십 역량 등 일반적인 요건 외에 "대내외 이해관계자 신뢰 확보와 협력적인 경영 환경 구축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핵심 자격으로 명시했다.
지원자가 제출해야 하는 직무수행계획서에는 '대내외 신뢰 회복과 협력적 경영 환경 구축'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도록 요구해 차기 CEO의 제1 과제가 해킹 사태 수습 및 전사적 리스크 관리임을 분명히 했다.
현재 KT 차기 대표 하마평으로는 ▲구현모 전 KT 대표 ▲김태호 전 서울교통공사 사장 ▲박윤영 전 KT 사장 ▲박태웅 전 KTH 부사장 ▲윤경림 전 KT 사장 ▲윤종록 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주형철 전 문재인 대통령 경제보좌관 ▲차상균 서울대 교수 ▲홍원표 전 SK쉴더스 사장(가나다 순) 등이 거론되고 있다.

LG유플러스, 홍범식 체제 유지···'해킹 의혹' 해소 필요
SK텔레콤과 KT가 연쇄적으로 CEO 교체에 나선 가운데, LG유플러스는 홍범식 대표의 유임 가능성인 높다. 취임 1년이 채 되지 않았다는 점과 '피해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 그 근거다.
홍범식 대표는 LG 경영전략부문장에서 2024년 11월 신임 대표로 선임됐으며 지난 3월 정식 취임했다. 실제로 LG유플러스의 해킹 의혹과 관련해 채 1년도 되지 않은 홍 대표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그럼에도 LG유플러스는 해킹 의혹으로 인한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LGU+는 2차 인증이 ‘111111’로 설정된 등 보안 취약점을 방치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KISA의 해킹 통보 후 "침해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한 달 이상 고수하며 신고서를 늦게 제출하는 등 늑장 대응을 했다. 아울러 관련 서버를 재설치하거나 폐기했다는 정황이 확인돼 경찰 내사도 진행 중이다.
홍범식 대표의 첫 1년 경영 성적표 역시 순탄치 않다. 'AI 전환'을 기치로 내걸었으나 3분기 실적은 시장의 기대를 크게 밑돌았다. 영업이익은 16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8%, 직전 분기 대비 47.3% 급감했다. 여기에는 지난 8월 600여명을 대상으로 단행한 희망퇴직에서 발생한 1500억원의 일회성 인건비가 3분기 실적에 그대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다만 LG유플러스 측은 "희망퇴직에 소요된 1500억원을 제외하면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6.7% 늘어난 3117억원"이라며 "상반기 이어 개선된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킹 의혹 속에서 LG유플러스는 대외적으로 '보안'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7월 29일 LG유플러스는 향후 5년간 7000억원을 투자 해 CEO 직속 정보보안센터를 신설하고, 2027년까지 '제로 트러스트' 아키텍처를 완성하여 '가장 안전한 통신사'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10월 29일에는 홍 대표가 직접 APEC에서 아마존웹서비스(AWS)의 맷 가먼 CEO를 만나, 클라우드 기반 보안 수준 고도화 및 AWS의 생성형 AI 서비스 '아마존 베드록'을 활용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해킹 파문은 통신 3사의 경영 철학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모두 ‘AI 컴퍼니’를 외치던 3사는 이제 ‘보안 우선 기업’으로 방향을 튼 상태다. 올 한해 SK텔레콤 7000억원, KT 1조원, LG유플러스 7000억원 등 총 2조4000억 원 규모의 보안 투자가 발표됐다. 이는 보안이 더 이상 ‘비용’이 아닌, 기업가치를 결정하는 ‘투자’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결국 내년 통신 산업의 승패는 누가 더 혁신적인 AI 모델을 만드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가 먼저 '제로 트러스트'와 'NIST CSF' 등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 보안 거버넌스를 확립하고 고객의 신뢰를 실질적으로 되찾느냐에 달리게 될 전망이다.
- LG유플러스, 3분기 영업익 1617억원···희망퇴직 비용 제외 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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