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콩코드 효과와 그 사이 어딘가

박재훈 기자 2023-10-20 13:29:22
'콩코드 효과'라는 말이 있다. 콩코드 여객기에서 탄생한 용어로 돈, 노력, 시간을 투자하던 중 일이 실패할 것을 예감하면서도 투자한 것이 아까워 그만두지 못하는 경제적 행동을 뜻한다. 흔히 말하는 매몰비용 효과와 같은 의미다.

최근 항공업계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콩코드 효과와 궤를 같이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두 항공사의 합병을 물리기에는 돈과 시간, 뱉어진 말들로 너무 먼 길을 와버렸다.

양사 합병에 있어서 아직도 찬반이 첨예하게 갈린다. "경쟁력 있는 메가 캐리어가 탄생하게 될 것","항공산업 경쟁력 약화의 지름길" 등 언론에서 다뤄지는 것 말고도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대화주제가 되고 있다.

기자는 여름휴가를 마치고 인천공항에 도착해 활주로를 보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같은 비행기를 타고 내리던 한 부부와의 대화에서 두 항공사의 합병에 대해 누구도 확실한 답을 내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을 느꼈다. 대화에서 남편은 "아시아나 항공기 사진 찍어둬, 나중에는 사진으로 밖에 못 볼지 몰라"라고 아내에게 말했다.

"합병하면, 좋은거야? 나쁜거야?"

남편의 말을 듣고 아시아나 항공기를 바라보던 아내는 남편에게 물었다. 이름 모를 승객이 무심코 던진 그 질문은 항공산업 관계자 그 누구도 명확히 답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아마 산업은행도 대한항공 조원태 회장도 시원하게 답을 해줄 수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내릴 수 없지만, 두 항공사의 합병은 계속해서 가던 길을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엎질러진 물이기 때문이다. 찬성하는 쪽도 반대하는 쪽도 모두 일리가 있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태까지 쏟은 비용과 대한항공이 쓴 3년이라는 시간, 새로운 인수자를 찾을 수 없는 재무상태의 아시아나항공 등을 고려하면 그 대답이 무엇이 옳던지 간에 두 항공사는 걸어온 길을 묵묵히 걸어가야만 한다.

예상보다 길어지는 합병과 해외 경쟁당국의 까다로운 조건 등에 응원의 목소리와 불안의 눈짓이 섞여지고 있다. 영국 경쟁시장청(CMA)의 승인 당시 7개의 슬롯을 내줄 때도, 지금의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권 매각에도 우려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정진해야 한다.

'유럽연합(EU)와 미국, 일본의 승인만 넘어가면 된다'라는 말이 나온지 어느덧 7개월이다. 올해 안에 승부를 봐야하는 대한항공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화물사업권 매각에 대해 시정서를 제출하고 아시아나항공의 이사회가 결정을 내려 계단을 올라가야 할 때다. 

콩코드 여객기와 같은 길을 걷는게 아닐까하는 불안감이 마음속에 피어나도 뒤돌아 볼 수는 없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말했던 것처럼 이제 플랜 B는 없다.

길어지고 있는 두 항공사의 합병이 경쟁력 약화일지 신의 한수일지 시간이 흘러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함께 가야 할 목적지의 티켓이 더 이상 연착되지 않기를 바란다.

박재훈 기자 isk03236@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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