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삼성 임원들에게 "삼성은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다"며 '독한 삼성인'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최근 삼성을 둘러싼 복합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고삐를 죄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재계 및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전 계열사의 부사장 이하 임원 2000여명을 대상으로 순차적으로 진행 중인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을 통해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며 "'사즉생'의 각오로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에서 공개된 이 회장의 메시지에는 "중요한 것은 위기라는 상황이 아니라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라며 "당장의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영상에 직접 등장한 것은 아니지만 이 회장이 '생존의 문제' '사즉생' 등을 언급하며 위기를 진단하고 임원을 강하게 질책하는 메시지가 대외에 알려진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특히 교육 참석자들에게 나눠준 크리스털 패에 새겨진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 문구가 삼성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이 회장의 의중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회장은 앞서 지난해 11월 25일 항소심 최후진술에서 "최근 들어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저희가 맞이하고 있는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 녹록지 않지만,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위기에 직면한 삼성, 해법은?
최근 삼성은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 부진으로 위기설이 나돌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15조1000억원으로, SK하이닉스(23조4673억원)에 추월 당했다.
인공지능(AI) 시장 확대로 고부가 제품인 HBM이 급부상한 가운데 선제 투자로 HBM 시장을 선점한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을 쓰며 고공행진하는 동안 HBM 투자에 실기한 삼성전자는 HBM 납품 지연 등으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탓이다.
여기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은 수조원대의 적자를 내며 글로벌 1위 업체인 대만 TSMC와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TSMC가 최근 엔비디아·AMD·브로드컴·퀄컴 등에 경영난에 빠진 인텔에 대한 공통 투자를 제안한 가운데 실제로 이 같은 방안이 실현될 경우 TSMC의 시장 지배력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반도체 관세 부과 방침과 반도체법 보조금 폐지 움직임이 있는 것도 부담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건설 중인 미국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에 오는 2030년까지 37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기로 하고 직접 보조금 지급 계약을 체결했지만, 트럼프 행정부 집권 후 보조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삼성 내부적으로는 위기 극복을 위해 '초격차 경쟁력' 회복에 시동을 걸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복합 위기 타개 방안 중 하나로 삼성글로벌리서치 내에 경영진단실을 신설했다.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출신 최윤호 사장이 맡은 경영진단실은 출범 후 처음으로 지난 1월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시스템LSI 사업부에 대한 경영진단에 착수했으며, 이후 다른 사업부에 대한 경영진단에도 나설 전망이다.
지난해 말 신설한 미래로봇추진단도 인력을 충원하며 휴머노이드를 비롯한 미래 로봇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레인보우로보틱스와의 기업결합을 승인하며 로봇 사업 추진에도 탄력이 붙은 상태다.

HBM의 경우 5세대 HBM인 HBM3E 개선 제품을 1분기 말부터 주요 고객사에 공급하고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6세대인 HBM4는 올해 하반기 양산이 목표다.
삼성전자는 이사회에 반도체 전문가 3명을 보강하기로 하고 오는 19일 열릴 주주총회에 이사 선임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삼성SDI와 삼성디스플레이 등 전자 계열사도 지난해 말 인사에서 '기술통'을 전진 배치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의 경쟁력 약화 원인 중 하나로 그룹 차원의 컨트롤타워 부재를 꼽히는 만큼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 논의가 속도를 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 최원준 삼성전자 MX사업부 개발실장 사장 승진
- 삼성 '갤럭시S25' 100만대 돌파…"역대 최단기간"
- 삼성전자 이사회서 반도체 전문가 영입···이재용 등기임원 복귀 무산
- 삼성전자, 자사주 3조 소각·3조 추가 매입···금융권·시장 영향 불가피
- 삼성전자 주총 "근원적 기술 경쟁력 확보"…'주주 중시 경영' 최선
- 이재용 만난 이재명 "기업 잘돼야 나라 잘되고, 삼성 잘살아야 투자자도 잘살아"
- 삼성전자, '세계 물의 날' 맞아 임직원 수자원 보전 활동
- 美 WSJ "한종희 별세로 삼성전자 위기 상황 악화"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일본 출장길…中 이어 '글로벌 경영' 속도낸다
- TSMC, 2028년 1.4나노 파운드리 양산 로드맵 발표
- TSMC, 전세계 팹 24개 건설로 '인력난 위기'
- 립 부 탄 인텔 CEO, 대규모 구조 조정 발표
- 이종혁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 'SID 2025' 공로상···"QD-OLED 상용화 기여"
- 사법리스크 마지막 고비···대법 판단 앞둔 삼성 이재용 회장
- 대법, 이재용 회장 무죄 확정···삼성 합병·회계 혐의 4년 10개월 만 종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