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은행 예·적금 상품의 실질금리가 0%대로 떨어지면서 시중의 대규모 자금이 해외주식ㆍ상장지수펀드(ETF)ㆍ금 등 투자자산이나 요구불예금(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에 유입된 것으로 관측된다.
16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이날 기준 은행 정기예금으로 받을 수 있는 최대금리는 2.90%(SC제일은행 'e-그린세이브예금')다. 이마저도 여러 우대금리 조건들을 만족해야 가능한 수준이다. 4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2.1%)을 감안하면 실질금리는 0.8%에 불과하다.
금리가 낮아지자 저축성예금 증가세는 둔화됐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저축성예금 전체 잔액은 1768조7882억원으로, 전분기(1768조8760억원)에 비해 878억원(-0.01%) 줄었다. 이는 전분기 대비 기준으로 최근 10년래 두 번째 감소 사례다. 지난 2023년 1분기에도 저축성예금 잔액이 약 10조원(-0.6%) 감소한 바 있다.
특히 저축성예금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정기예금의 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 -0.13%를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는 0.10% 증가하는 것에 그쳤다. 정기적금의 증가율 역시 올해 1분기 -1.21%로 떨어졌다.
계좌 수는 급감했다. 2023년 상반기 3505만5000좌였던 정기예금 계좌 수는 지난해 말 2314만7000좌로 줄었다. 1년 반 동안 1190만8000좌가 사라진 것이다.

은행을 떠난 자금은 어디로 이동했을까. 저축은행으로 옮겨간 것은 아니다. 지난해 3분기 102조6000억원이었던 저축은행의 수신 잔액은 4분기 102조2000억원, 올해 1분기 99조6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저축은행의 금리도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16일 기준 저축은행들의 정기예금(만기 12개월) 평균 금리는 2.96%로, 이 역시 실질금리가 1%에 못 미친다.
반면, 일부 투자자산의 증가세가 눈에 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거래 금액은 1572억달러(약 219조원)로, 전년 동기의 1027억달러(약 143조원)보다 54% 증가했다. 금리 인하가 시작되던 4분기에는 1845억달러(약 258조원)가 투자됐다.
ETF 시장에도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말 140조원 규모였던 ETF 시장은 올해 1분기 말 186조원으로 1년 새 46조원 성장했다. 지난 13일 기준 ETF 시장은 197조원까지 커져 200조원 돌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다만 국내투자는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코스닥·코넥스 등 국내증시의 순매수액은 지난해 3분기 6조4867억원이었으나 4분기 1조9680억원, 올해 1분기 1조2399억원으로 줄었다.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의 전체 수신액은 지난해 3분기 1026조원이었던 수신액은 올해 1분기 1107조원으로, 약 81조원 늘어났다.
5월 들어 금값이 떨어지고 있긴 하지만 금 시장 역시 주목받는 대체 투자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 1kg의 거래량은 지난해 3분기 5494kg에서 4분기 1만1298kg, 올해 1분기 2만1532kg으로 가파르게 늘어났다.
3월 말 KRX 금 1kg 가격은 그램(g)당 14만9000원으로 전월 대비 7.2% 상승했다. 국제 금 시세는 같은 기간 9.6% 상승했다.

요구불예금도 늘어나는 추세다.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해 3분기 338조원에서 올해 1분기 355조원으로 17조원 늘어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실질금리가 사실상 0%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예·적금 상품의 매력이 줄어들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투자 여력이 있는 자금이 적극적으로 주식이나 금 등 투자자산으로 이동하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2030 세대는 은행 예·적금을 안전자산으로 여기기보다는 기회비용이 발생하는 자산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며 "실질금리 회복 없이 이탈하는 자금을 붙잡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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