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 에스씨이코리아 대표 /사진=양대규 기자
손학 에스씨이코리아 대표 /사진=양대규 기자

무인정보단말기와 관련한 '장애인차별금지법(장차법)'의 계도 기간이 지난 1월 종료되면서 모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 대한 접근성 준수가 의무화 됐다. 이에 따라 디지털 환경에서 장애인과 고령자 등 소외 계층의 권리를 보장하는 일이 전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변화의 최전선에서 '모바일 접근성'의 중요성을 설파하며 기술적 해법을 제시하는 이가 바로 에스씨이코리아(SCE Korea)의 손학 대표다.

그는 모바일 접근성 자동 검증 솔루션 '포앱(forApp)'을 개발해 국내외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접근성 기술이 더 이상 소수만을 위한 고려가 아닌 모두를 위한 '기본 권리'임을 강조한다.

13일 손 대표를 만나 모바일 접근성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에스씨이코리아의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웹에 이어 모바일과 키오스크까지 '장차법' 적용 대상이 되면서 사실상 모든 앱은 '모바일 접근성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최고 3000만원의 벌금 또는 3년 이하 징역형까지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손 대표는 "금융 앱 하나에만 수천 개의 메뉴가 존재하는데, 이를 일일이 사람이 수동으로 검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현재의 수동 검증 방식은 극히 일부 페이지만 샘플링해 점검하는 수준으로 추후 개선작업이 어려우며, 전수 검사를 하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과도하게 소모되며 오류 가능성도 높다.

그는 "수동 검증의 문제는 단순히 비효율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불가능성의 문제"라며 "솔루션 등을통한 자동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스씨이코리아가 선보인 자동화 솔루션이 바로 '포앱'이다. 포앱을 적용하면 대용량의 앱도 빠르고 정확하게 전수 검사가 가능하며, 수동 방식에 비해 시간과 비용에서 최소 50배 이상의 효율을 보인다.

손 대표는 "기업들이 접근성 개선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시간과 비용 부담"이라며 "우리는 그 부담을 줄이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스씨이코리아는 기존의 컨설팅 중심 모델에서 벗어나 솔루션 비즈니스 중심으로 사업을 전환하고 있으며,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차세대 버전도 개발 중이다.

포앱의 기술력은 국내를 넘어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아시아 태평양 표준화기구(APT)는 아시아 국가들의 모바일 접근성 실태 조사에 포앱을 공식 도구로 채택했다. "아시아 국가들의 실태조사를 시작할 당시 W3C가 인증한 모바일 접근성 검증 솔루션이 포앱이 유일했다"며 손 대표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견제를 극복하며 기술력으로 주도권을 확보한 경험을 전했다.

에스씨이코리아는 이를 발판으로 B2G(기업과 정부간 거래) 시장을 우선 공략 중이다. 중국, 태국 등 접근성 법제화를 시작한 아시아 국가들의 정부와 협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UN 산하 국제기구인 ITU(국제전기통신연합)을 통한 글로벌 실태조사도 앞두고 있다.

손 대표는 "2040년이 되면 국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35~40%에 달할 것"이라며, "장애인까지 포함하면 국민 절반 이상이 정보약자로서 디지털 환경에서 불편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상생활에서 모바일 전용 서비스가 보편화된 지금, 모바일 접근성은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 됐다. 그는 "디지털 활용 능력과 소비의 격차는 곧 삶의 질 격차로 이어진다"며 "모든 사람이 장애인이 될 수 있고 고령자가 될 것이다. 지금부터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접근성 개선을 준비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15년간 정보 접근성 분야에 헌신해온 손 대표는 UN 및 아시아 표준화기구에서 10년 이상 활동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최근에는 아시아 태평양 표준화기구(APT) 접근성/사용성 그룹의 의장으로 선출되었고, 태국 시리드린 차크리(Siridrin Chakri) 공주가 운영하는 세계 재활 컨퍼런스인 iCRATE의 보드 멤버로도 활동 중이다.

국내에서는 서울시 산하의 장애단체인 서울시장애인재활협회 회장으로 정보 격차 해소를 위한 다양한 정책 제안과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24년에는 정보문화유공 훈장(포장)을 수여  받아 정보격차해소 및 장애환경개선을 위한 노력을 인정받게 되었다. IT 전문가로 출발해 국제 무대에서 인정받는 접근성 리더가 된 그의 여정은 기술이 어떻게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모범적인 사례다.

마지막으로 손 대표는 "모바일 접근성은 단지 법을 지키기 위한 의무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라며 "기술이 사람을 배려할 때 진정한 혁신이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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