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 /사진=네이버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 /사진=네이버

이재명 정부가 AI 기술 주권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통령실은 16일, 하정우 전 네이버클라우드 AI 혁신센터장을 초대 AI미래기획수석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AI를 국가 전략 기술로 규정하고, 민간 최고 전문가를 정책 사령탑에 앉힌 첫 사례다.

이번 인선은 정부가 내건 ‘AI 3대 강국 도약’ 비전 실현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은 하 수석이 민간에서 축적한 기술·산업 통찰을 바탕으로 국가 AI 정책 전반을 주도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이 현장을 가장 잘 아는 민간 전문가에게 권한과 책임을 맡겨 AI 국가경쟁력을 빠르게 향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하 수석은 AI 주권을 강조한 ‘소버린 AI’를 앞장서 제안하고 이끄는 인사로, 국가가 기업을 지원하고 기업은 성과를 공유하는 AI 선순환 성장전략을 강조한 전문가"라고 강조했다.

하정우 AI 수석은 오랫동안 '소버린(Sovereign·주권) AI' 개념을 강조했다. 이는 자국의 문화와 언어, 가치관을 반영한 독립형 AI를 통해 기술 종속을 탈피하고자 하는 전략이다. 그는 한국이 한국어 기반 LLM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하 수석은 올해 초 국회 간담회에서 "소버린 AI가 실현되지 않으면 우리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원천 기술 없이 종속의 길로 가게 된다"며 "토종 LLM 개발에 대한 투자가 꼭 필요하다. 개발 비용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는 한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 풍부한 제조업 데이터도 한국형 AI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 수석과 대통령 간의 시너지는 그가 이전에 참여했던 논의에서 정부 데이터를 기계가 읽을 수 있도록 공개하는 것과 같은 그의 제안이 대통령의 AI 공약에 포함된 것에서도 드러난다. 

하 수석은 이 대통령이 지난 3월 민주연구원 유튜브 채널에서 ‘K-엔비디아 지분 30% 국민공유론’ 구상을 밝혔을 당시 출연자 중 한 명이다. 이 대통령이 하 수석을 가리키며 "저번에 잡았어야 했는데, 언젠가 같이하게 되겠지요"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지분 공유 구상을 설명할 때도 "그때 하정우 위원장과 대담하면서 ’엔비디아 같은 거대 첨단미래산업 기업을 하나 만들어서 정부·국민 단위에서 초기 투자를 대규모로 하고 그 지분을 제대로 확보한다면, 굳이 연금 저금하느라 고생 안 해도 되지 않겠는가’ 말했다"고 밝혔다.

3월 민주당 이재명 대표 'AI 대담'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과 하정우 수석 /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3월 민주당 이재명 대표 'AI 대담'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과 하정우 수석 /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이재명 정부의 AI 수석의 임무에 '인구·기후 위기 대응 등 미래 과제까지 도맡는다'는 내용이 명시적으로 포함됐다. AI가 단순한 산업적 또는 기술적 도구를 넘어선다는 인식이다. AI가 인구 감소와 기후 변화와 같은 복잡하고 체계적인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접근 방식은 AI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같은 특정 부처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정책 영역에 통합되는 총체적이고 부처 간 협력적인 접근을 의미한다. AI를 경제 성장 동력으로만 보는 것을 넘어, 국가 회복력, 사회 복지, 미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핵심 도구로 인식하는 전략적 전환을 나타낸다. 이에 이재명 정부는 AI 수석을 따로 두어 그 자리에 하정우 수석을 임명한 것이다.

AI미래기획수석은 대통령실 정책실장 산하 신설 직제로, ‘AI 3대 강국 진입’ 전략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산업 육성에 그치지 않고, 인구 감소·기후 위기 등 국가적 난제 해결 수단으로서 AI 활용도 주도하게 된다.

AI 수석은 정부가 발표한 향후 5년간 AI 관련 분야에 100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약속을 구체화하고 실행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이런 대규모 투자는 국가 AI 전략의 주요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성능 컴퓨팅, 전용 AI 데이터 센터, 강력한 클라우드 서비스, 그리고 다양한 산업 분야로의 AI 응용 확산 등 AI 산업 생태계 전체를 육성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다. 정부 지원이 기업을 강화하고 기업이 성과를 공유하여 협력적이고 상호 이익이 되는 환경을 조성하는 '선순환 성장 주기'를 촉진할 것이다.   

LLM과 같은 AI 고유 기술이나 AI 반도체 같은 하드웨어 개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닌, 핵심 기술을 디지털 헬스케어, 농업, 제조업 등 특정 고영향 분야의 응용과 인구 및 기후 문제와 같은 광범위한 사회적 과제에 명시적으로 연결하는 고도로 통합된 AI 전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하 수석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강연에서 생성형AI 서비스를 사용해본 적이 있는지 물으면 70~80%가 손을 들지만, 매일 일상에서 쓰면서 생산성 좋아지는 것을 느낀 사람이 있냐고 물으면 5명 정도가 남는다"며 "인쇄술·전기·인터넷의 역사가 보여주듯 기술은 다양한 분야로 확산됐을 때 세상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AI 시대에는 기업들이 기술을 확보하고 더 많은 사람이 이를 활용해 혁신 모델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1977년생인 하 수석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SDS 연구원을 거쳐 2015년 네이버랩스 입사 후 네이버 클로바 AI 리서치 리더, 네이버 AI랩 연구소장 등을 역임했으며, 최근까지 네이버클라우드 AI 혁신센터장을 맡았다. 3대 AI 연구학회인 ICLR 등 다수의 글로벌 학회에서 100개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다. AI 인재 양성에도 앞장서 왔다. 

하 수석은 윤석열 전 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에서 2년간 활동했다. 2023년부터 금융감독원·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에서 자문위원 등을 맡는 등 정치권과도 활발히 교류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 ‘모두의질문Q’가 주최한 이재명 당시 당대표와의 대담에도 참여했다.

하 수석은 한국어 특화 초거대 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이끈 핵심 인물이다. 국내외 AI 학회에 5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다. 총 피인용 횟수는 1만4000건을 넘는다. 기술뿐 아니라 활용 영역에서도 농업 특화 AI, 온디바이스 AI, 의료 특화 LLM 등 다방면에서 실용적 성과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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