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경쟁으로 시장 과열 우려···소비자들간 정보 차이도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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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에프엔 = 양대규 기자 |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일명 ‘단통법’이 22일부터 폐지됐다. 2014년 10월 시행된 지 약 11년 만이다. 이날부터 이동통신사의 단말기 지원금 공시 의무가 사라지며 공시지원금의 15% 한도로 제한됐던 추가지원금 상한도 없어진다.

22일 통신업계에 따름녀 단통법은 2014년 고가 단말기 위주의 보조금 경쟁과 과도한 가입자 유치 비용, 유통망 간 차별 문제 등을 해결하고자 도입됐다. 이동통신사 간 과열 경쟁이 ‘호갱’과 ‘눈탱이’ 논란을 야기하며 사회적 이슈로 번졌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규제책으로 마련된 법이다. 

단통법은 단말기 보조금 상한선을 설정하고, 공시지원금 외에 유통점이 지급하는 추가지원금은 공시지원금의 15%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단통법 실효성 의문에 11년만에 역사 속으로

최근 시장환경 변화와 함께 단통법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온라인 중심의 유통 환경이 확대되고 자급제 단말기 비중이 커지면서 단통법이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고 유통 경쟁을 막는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비판이다. 특히 중고폰∙알뜰폰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단통법의 규제 대상 밖에서 더 큰 가격 변동이 발생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부터 관련 법 개정 작업을 진행해 이번에 완전 폐지를 단행했다.

이날부터 단통법 폐지로 인해 제조사와 이통사, 유통점이 자율적으로 단말기 가격과 보조금을 결정할 수 있게 됐다. 소비자는 앞으로 휴대폰을 구매할 때 공시지원금이나 선택약정 외에도 유통점 별로 제시하는 다양한 보조금 혜택을 비교할 수 있게 된다. 

온라인몰, 오프라인 매장, 알뜰폰 유통점 등 유통 채널마다 가격 차이가 커질 수 있어, ‘호갱’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구매 전 꼼꼼한 가격 비교가 중요해졌다. 과거보다 더 투명하지 않은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 만큼, 소비자 입장에서는 정보 접근성과 비교 능력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실제로 단통법 제정 이전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 간의 과도한 단말기 보조금 지급 경쟁으로 몸살을 앓았다. 이런 출혈 경쟁은 통신사들의 막대한 마케팅 비용 낭비로 이어졌다. 보조금 정보에 능통한 일부 소비자들은 '폰테크족'으로 불리며 값싸게 휴대폰을 구매할 수 있지만 정보가 부족한 일반 소비자들은 비싸게 구매하는 불공정한 차별을 겪었다. '휴대폰 성지'와 같은 비공식적인 유통 채널을 통해 지나친 보조금이 음성적으로 지급되는 등 유통 시장의 불투명성이 증대되어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법은 폐지하되 불공정 행위나 과도한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를 중심으로 감시체계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특정 유통망에만 과도한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소비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는 경우 제재가 가능하도록 관련 가이드라인도 마련 중이다.

단통법 폐지 이후 이통3사의 시장 경쟁 과열  우려도

이동통신 3사들도 단통법 폐지와 관련해 대응책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유심 해킹 사고로 상당수 고객이 이탈한 SK텔레콤은 점유율 회복을 위한 '총력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경우 유심 해킹 사고로 반사 이익을 본 KT와 LG유플러스의 강도 높은 대응을 유발해 전체 시장의 경쟁을 격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단순한 개별 기업의 위기나 기회를 넘어, 단통법 폐지 이후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 양상과 판도를 결정짓는 중요한 촉매제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공시 의무는 없지만 이동통신 3사는 방통위와의 협의에 따라 자율적으로 홈페이지에 공통 지원금 정보를 일 단위로 게시할 예정이다. 단말기 보조금 대신 월 통신 요금을 최대 25%까지 할인받는 선택약정 할인 제도도 유지된다. 기존에는 선택약정 이용 시 추가지원금을 받을 수 없었으나 이제는 중복으로 받을 수 있게 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단통법 폐지로 인한 시장 변화는 당장 눈에 띄기보다는 향후 몇 달에 걸쳐 점진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통신사와 제조사, 유통점 간 보조금 경쟁이 다시 본격화될 경우, 소비자 혜택은 늘어날 수 있으나 투명성과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단통법 폐지 이후 단말기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단말기 구매 시 다양한 채널을 통한 가격 및 혜택 비교, 모든 계약 조건(요금제, 약정 기간, 위약금, 사은품 등)의 서면 확인과 명확한 이해, 구두 약속 지양 등 능동적이고 신중한 자세가 요구된다"며 "정보 취약 계층은 공식 유통망 및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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