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에프엔 = 이장혁 기자 | 콜마그룹 창업주 윤동한 회장과 장남 윤상현 부회장이 경영권을 두고 정면충돌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경영 의견 차이를 넘어, 부자(父子) 관계가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파탄 났음을 보여준다.

4일 재계에 따르면 표면적으로는 '임시 주총 소집'이라는 법적 절차지만, 같은 강 위에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두 배의 결별이 선명하게 담겨 있다.

윤동한 콜마그룹 회장 /사진=콜마
윤동한 콜마그룹 회장 /사진=콜마

윤동한은 7월 29일 대전지방법원에 지주사 콜마홀딩스 이사 선임을 위한 임시주총 소집 허가를 신청했다. 안건엔 본인과 딸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사장, 전·현직 경영진 8명을 사내이사로, 2명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내용이 담겼다. 윤여원이 이끄는 콜마비앤에이치 이사회 개편을 추진한 윤상현의 결정에 맞선 '맞불 카드'다.

윤상현은 콜마홀딩스 수장이다. 그는 자회사 콜마비앤에이치의 실적 부진을 이유로 사내이사 추가 선임을 추진했다. 7월 25일 법원으로부터 임시주총 소집 허가도 받아냈다. 업계에선 9월 중 열릴 임시주총을 첫 번째 '부자의 난'으로 보고 있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균열이 간 건 수년 전부터다. 윤동한은 콜마그룹 창업 초기부터 '가족경영'을 강조하며 아들과 딸을 경영 전면에 세웠다. 윤상현은 지주사 콜마홀딩스를, 윤여원은 건강기능식품·바이오 계열사 콜마비앤에이치를 맡아 '투트랙 경영'을 펼쳤다. 그런데 콜마비앤에이치 실적이 악화되고 사업 방향의 견해차가 커지면서 부자 간 신뢰는 급속히 흔들렸다.

'가족경영'은 창업자의 철학과 전략이 그대로 반영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감정이 의사결정에 개입하기 쉽고 가족간 갈등이 표면화될 경우 기업 전체가 흔들리게 된다. 한국 재계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오너가(家) 분쟁'은 경영권만이 아니라 시장의 신뢰, 파트너십, 투자 환경까지 위협한다. 콜마 사태도 그렇다.

윤상현이 콜마비앤에이치 이사회 구조를 개편하고 경영진을 교체하려 하자 윤동한과 윤여원은 '가족경영' 축소로 받아들였고 경영권 수성 차원에서 정면 대응을 택했다. 재계에선 '루비콘강을 건넜다' 할만큼 대치상태는 풀릴 기미가 없다.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과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사장 /사진=콜마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과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사장 /사진=콜마

경영권 분쟁은 가족 간 불화에 그치지 않는다. 지주사와 핵심 자회사가 각기 다른 리더십 아래 움직이면 그룹 전체의 의사결정 속도와 방향성이 늦어지고 엇갈릴 수 있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화장품·바이오 산업에선 경쟁력 약화로 직결된다.

콜마 사태가 장기전으로 번질 경우, 피해는 기업과 주주에게 돌아간다. 지분 구조상 윤상현은 31.75%, 윤여원은 7.45%, 윤동한은 5.59%를 보유하고 있다. 얼마 전 윤동한은 윤상현에게 증여한 콜마홀딩스 주식 반환 소송을 냈는데 서울중앙지법이 윤상현의 주식 460만 주에 대해 '주식처분금지가처분'을 인용했다. 

본안 소송에서 윤상현이 패할 경우 지분율은 31.75%에서 18.93%로 대폭 하락해 향후 주총에서 표 대결은 예측 불가능하게 된다. 경영 공백이 이어지면, 콜마그룹의 기업 가치와 브랜드 신뢰도는 장기간 훼손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누가 이기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남느냐'다. 경영권 분쟁 속에서도 핵심 사업의 안정성과 글로벌 경쟁력 유지는 필수다. 업계 전문가들은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 지주사·자회사 간 의사결정 투명성 제고, 사업별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 같은 해법을 거론한다. 단순히 콜마만의 과제가 아니라, 가족경영 전반이 직면한 숙제기도 하다.

콜마그룹 부자의 결별은 되돌릴 수 없는 길에 올랐다. 같은 강 위에서 출발했지만, 다른 방향으로 노를 젓는 두 배가 다시 합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남은 것은 누가 먼저 목적지에 도달하느냐, 그 과정에서 무엇을 잃게 되느냐다. 콜마 사태는 한국 재계의 '가족경영의 빛과 그림자'를 보여주는 창(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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