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 대비 매출액 8.8% 증가, 영업이익 29.2% 감소
미국 관세 인하 협상 타결···수출 경쟁력 큰 회복 기대
현대차, 투자 효율화와 내부 체질 개선 속도 필요

현대차 매출은 전년 대비 8.8% 늘며 3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지만, 미국 관세 영향과 인센티브 확대 여파로 영업이익률은 전년 대비 2.9%포인트 하락한 5.4%를 기록했다./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 매출은 전년 대비 8.8% 늘며 3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지만, 미국 관세 영향과 인센티브 확대 여파로 영업이익률은 전년 대비 2.9%포인트 하락한 5.4%를 기록했다./ 사진=현대차그룹

| 스마트에프엔 = 김종훈 기자 | 현대차가 2025년 3분기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지만, 미국 관세 영향으로 수익성은 둔화됐다. 다만 미국의 관세 인하 합의로 북미 수출 부담이 완화되면 내년 실적 회복의 전환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 매출 46조7214억원 역대 최대, 수익성은 둔화

현대차는 30일 열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2025년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46조7214억 원, 영업이익 2조537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도매 판매는 103만8353대로 전년 동기보다 2.6% 증가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8.8% 늘며 3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북미·유럽 시장의 판매 호조와 우호적인 환율, 금융 부문 실적 개선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미국 관세 영향과 인센티브 확대 여파로 영업이익률은 전년 대비 2.9%포인트 하락한 5.4%를 기록했다.

국내 판매는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와 아이오닉 9 등 신차 효과로 6.3% 늘어난 18만558대를 기록했다. 해외 판매는 85만7795대로 1.9% 증가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는 25만7446대가 팔리며 전년보다 2.4% 성장했다.

친환경차 판매는 25만2343대로 25% 증가했다. 하이브리드 16만1251대, 전기차 7만6153대가 판매돼 성과가 나타났다.

기아 실적은 EV9과 셀토스 등 SUV 중심의 고수익 모델 판매가 이끌었다는 평가다. /사진=기아
기아 실적은 EV9과 셀토스 등 SUV 중심의 고수익 모델 판매가 이끌었다는 평가다. /사진=기아

기아도 긍정적 흐름, EV9·셀토스가 실적 견인

기아도 실적 개선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기아의 3분기 매출은 26조8127억원, 영업이익은 2조1508억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각각 7.9%, 5.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EV9과 셀토스 등 SUV 중심의 고수익 모델 판매가 실적을 이끌었다. 북미와 유럽 시장의 판매 호조, 환율 효과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다만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관세 부담이 본격화되며 영업이익률은 8.0%로 소폭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한미 정상회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한미 정상회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연합뉴스

미국 관세 인하 협상 타결...수출 경쟁력 완화 기대

한미 협상에서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 수출품에 부과하던 25% 관세를 15%로 인하한다.

실제 시행까지는 한국 측의 대미 투자 확대 계획과 미국 의회의 법률 절차가 남아 있다. 이번 조치는 자동차뿐 아니라 부품, 제약, 항공기 부품 등 주요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무관세 수준은 아니지만, 부담 완화의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전기차·하이브리드 중심의 수출 비중이 확대되는 시점이라 현대차·기아 모두 북미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일정 부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세 인하, 그러나 자동차 업계 여전히 부담

자동차 전문가들은 이번 관세 조정을 단기 수출 경쟁력 회복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는 관세 부담으로 인해 북미 현지 인센티브 비용이 증가하며 수익성이 저하된 바 있다. 관세 인하가 시행되면 차량당 원가가 줄어, 판매마진 회복 폭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관세 인하가 15% 수준에 그쳤지만, 자유무역협정에 비하면 부담스럽다. EU와 일본의 자동차의 대미 관세율은 2.5% 이었다. 한국 완성차의 공정 경쟁을 위해서는 최소 12.5% 수준까지 인하돼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이번 인하 조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관세 부담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EU·일본과의 격차가 좁혀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 사진=연합뉴스
현대차는 미국 관세 완화를 계기로 북미 시장에서 경쟁력 회복에 나서는 동시에, 유럽 내 전기차·하이브리드 생산거점 확대할 계획이다. 기아 역시 슬로바키아 등 유럽 현지 공장에서 EV·HEV 생산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북미에서 유럽까지 투트랙 전환

S&P Global Mobility의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경승용차 시장은 중요한 성장 요소로 분석되고 있다. 전동화 전환 속도가 가장 빠른 지역으로, 현대차와 기아 모두 중장기 성장 거점으로 육성하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 관세 완화를 계기로 북미 시장에서 경쟁력 회복에 나서는 동시에, 유럽 내 전기차·하이브리드 생산거점을 확대할 계획이다. 기아 역시 슬로바키아 등 유럽 현지 공장에서 EV·HEV 생산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유럽이 전동화 전환의 선두 시장으로 부상하면서 완성차 업체들이 북미 외에도 유럽 시장 공략을 병행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중국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유럽 시장 내 경쟁 구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6일(현지시간) 조지아주에서 열린 HMGMA 준공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는 관세 인하 이후 확보될 재무 여력을 전동화·배터리·생산 구조 혁신 투자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 수익성·투자 효율·전동화 병행

현대차는 관세 인하 이후 확보될 재무 여력을 전동화·배터리·생산 구조 혁신 투자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진행 중인 전기차 생산 및 배터리 합작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 고부가가치 모델 중심으로 재편이 가능하다고 전망한다.

또한 지난 9월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표한 '2025년 연결 기준 연간 가이던스'(매출 성장률 5~6%, 영업이익률 6~7%) 달성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현대차는 주주환원 정책도 강화했다. 지난해 발표한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라 3분기 보통주 배당금을 전년 대비 25% 늘린 주당 2500원으로 확정했다. 이는 총주주환원률 최소 35%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다. 현대차 관계자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선제적 대응과 사업 구조 다변화를 통해 안정적 성장 기반을 강화하고,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 투자 효율화와 내실 강화 필요

현대차는 사상 최대 매출에도 불구하고 관세·환율 등 외부 변수로 수익성이 저조한 분기를 보냈다. 그러나 관세 인하와 유럽 전동화 시장의 성장세가 맞물리며 글로벌 재편의 전환점에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관세 인하가 연간 약 4조원 규모의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추산한다. 중기적으로는 미국 시장 내 마진 개선과 판매 확대가 기대되지만, 실적 반등을 위해서는 현지 생산 최적화와 신차 라인업 확충 등 병행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현대차의 향후 행보는 '관세 완화'라는 외부 요인보다, 투자 효율화와 내부 체질 개선 속도에 달려 있다. 단기 실적보다 중장기 경쟁력 강화에 집중한 현대차의 전략은 불확실한 환경에서 생존과 성장을 위한 선택이다. 관세 완화, 유럽의 전동화 확대, 그리고 내부 체질 개선이 맞물릴 때 비로소 현대차는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구조적 성장'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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