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종소재 융합과 초고강도강판으로 경량 혁신 가속

| 스마트에프엔 = 김종훈 기자 |완성차의 핵심 경쟁력은 경량화다. 경량화는 주행거리와 연비, 안전성, 그리고 친환경성을 동시에 높이는 핵심 기술로 평가받는다. 이는 전동화 시대의 효율 경쟁을 가르는 분기점이 되고 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는 무거워질수록 주행거리가 줄고, 효율은 떨어진다. 누가 더 가볍고 강하게 만들 수 있느냐가 기술 경쟁의 본질이 됐다.
지난 30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제12회 미래형 자동차 소재 및 경량화 기술 세미나’에서는 완성차와 소재기업 연구진들이 모여 미래 모빌리티의 경량화 전략과 기술 방향을 논의했다. 이날 행사에는 현대자동차, 기아, 한화첨단소재, 르노코리아, GM 등 주요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경량화는 기술이 아닌 산업의 체질 개선
전동화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차량 경량화는 단순한 소재 기술을 넘어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전기차는 배터리 무게가 큰 만큼, 차체를 얼마나 가볍게 만드느냐가 주행거리와 에너지 효율을 좌우한다. 그러나 경량화를 위해서는 소재만 바꾸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설계 방식, 부품 구조, 용접·접합 공정, 협력사 공급망까지 모두 재편돼야 한다.
BMW는 i3와 i8 개발 과정에서 일본 도레이와 협력해 미국 모지스레이크에 탄소섬유 전용 공장을 세우며 원재료 생산부터 조립까지의 전 과정을 통합했다.
테슬라는 기가캐스팅 공법을 도입했다. 기존 70여 개의 후면 차체 부품을 하나의 알루미늄 구조로 일체화하며 납품망과 생산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꿨다. 이처럼 경량화는 연비나 성능 향상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전동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제조 생태계의 체질 개선 과정으로 인식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소재 혁신으로 경량화 경쟁력 확대
BMW는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CFRP)을 바탕으로 iX·i4 등 전기차 모델에 카본 코어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고효율 6세대 배터리와 경량 차체 구조를 결합해 2025년 이후 출시할 뉴 iX3를 시작으로 상용화할 계획이다.
미국의 포드와 GM도 전기 픽업트럭과 SUV 시장에서 경량화 기술을 차세대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 포드는 F-150 라이트닝에 기존 알루미늄 바디를 유지하면서도 고장력 스틸 스키드플레이트를 하단에 적용했다. 무거운 배터리 팩을 보호하면서도 차체 무게를 효율적으로 제어했다.
GM은 얼티움 플랫폼을 기반으로 허머 EV, 실버라도 EV 등 대형 전기차에 알루미늄·초고장력강·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를 맞춤형으로 조합하는 복합소재 전략을 구사한다. 특히 배터리 팩을 차체 구조물의 일부로 활용해 차체 강성을 높이는 구조 통합형 경량화를 추진 중이다.
아우디는 알루미늄 중심의 ASF(Audi Space Frame) 기술을 기반으로 차체 구조를 경량화했다. 전기차의 무게를 줄이는 핵심 역할을 한다. 여기에 주행 성능에 중요한 루프 및 스포일러 등에는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으로 무게 중심을 낮추고 강성을 높임으로써 경량화와 안전성을 높였다. A5·S5 등 고성능 라인업에는 카본 인레이와 경량 내·외장재를 적극 채택하며 성능을 강화했다.

국내 완성차, 단계부터 경량화 내재화
현대차·기아는 E-GMP 기반 전용 전기 아이오닉 5·6, EV6 등을 중심으로 경량화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배터리 케이스 외장재와 하체 섀시 부품에는 알루미늄 다이캐스팅 비중을 늘려 무게를 줄였다.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과 G90 등 모델에는 1.8 GPa급 초고강도 핫스탬핑 강판을 차체 골격에 적용했다.
또한 테슬라의 기가캐스팅을 벤치마킹한 대형 일체형 주조 기술(하이퍼 캐스팅)을 도입해 차체 주요 부위를 일체형 알루미늄 구조로 생산하는 기술을 준비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해당 공법을 2026년 이후 신규 전기차에 적용할 계획이다. 이는 국내 완성차 제조공정 진화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첨단소재는 주력 제품인 GMT를 비롯해, 전기차 시대에 맞춘 복합소재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의 가장 무거운 부품인 배터리 팩 시스템에 경량 복합소재를 적용해 무게를 줄이면서도 안전성을 강화하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분야는 배터리 보호용 복합소재 부품이다. 배터리 상·하부 케이스에는 유리섬유 강화 시트몰딩컴파운드(GF-SMC) 소재를 적용한다. 기존 금속 대비 20% 이상의 경량화를 실현했다. 압축·낙하·진동 등 내구 성능에서도 동일한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했다. 또한 SMC-금속 하이브리드 케이스는 배터리 화재 시 발생하는 열폭주 확산을 지연시키고, 전자파 차폐 기능을 제공해 전자 회로의 오작동을 방지한다.
경량 복합소재는 단순한 소재 혁신을 넘어, 차체·배터리·안전 기술이 통합된 전기차 구조 혁신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경량화 기술, 세 축으로 진화하다
자동차 경량화 기술은 ▲소재 ▲설계 ▲공법의 세 축을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세 축은 각각 독립된 기술이 아니라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산업 생태계 구조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우선 소재 경량화는 새로운 재료를 통한 무게 절감이다.
대표적으로 초고강도강(UHSS), 알루미늄, 탄소섬유복합재 등으로 구분된다. 철보다 가볍지만 강도가 높은 신소재를 통해 차량 중량을 줄이면서도 충돌에서 안전성을 확보한다. 최근에는 단순한 금속 대체가 아닌, 기능 통합형 소재로 발전하고 있다.
그 다음 설계에서는 차체 구조와 부품 설계의 효율화가 중점이다. 단순히 소재를 바꾸는 수준을 넘어, 부품의 개수를 줄이고 차체 구조를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테슬라의 기가캐스팅과 현대차의 하이퍼 캐스팅처럼 부품을 일체화해 무게를 줄이고 생산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 중이다. 또 배터리를 차체와 통합하는 Cell-to-Body 구조는 불필요한 프레임을 제거해 효율을 극대화한다.
마지막 공법은 생산 기술의 혁신이다. 새로운 소재와 설계가 실제 차량으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정교한 제조 공정이 필수다. 이러한 신소재와 구조를 실제로 구현하는 기술로, 이종소재 접합(FSW·SPR)과 고진공 다이캐스팅, 초고속 압축성형 등 첨단 생산공정이 핵심이다.
*미래를 이끌 4대 경량 소재
| 소재 | 친환경 중점 목표 | 최신 기술/트렌드 |
핵심 효과 |
| 초고강도 강판 | 탄소 배출 저감 | 저탄소/그린 스틸 (수소 환원제철·전기로 확대) |
강판 생산 과정의 탄소 발자국 최소화 |
| 알루미늄 합금 | 에너지 절감·순환경제 | 재생 알루미늄 확대 |
생산 에너지 95% 절감 효과 |
| 탄소섬유 복합소재 | 재활용 용이성 | 열가소성 CFRP 개발, 대량 양산 공정 |
재활용성 확보·단가 절감 |
| 복합소재·플라스틱 | 바이오 기반·순환 자원 | 바이오 플라스틱·재활용 소재 활용 |
화석 연료 의존도 감소·환경 부담 최소화 |

가벼운 차가 자동차산업 무게 중심 바꾼다
전기차는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핵심 축이기 때문에 경량화를 위한 핵심은 셀 자체보다 배터리 팩의 효율을 얼마나 높이느냐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해 국내 배터리 업계는 고에너지 밀도 소재와 구조 혁신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술이 하이니켈 양극재다. 니켈 함량을 높이면 에너지 저장량이 커져, 같은 주행거리를 내기 위해 필요한 셀 수를 줄일 수 있다. 이는 곧 팩 전체 무게를 줄이는 효과로 이어진다. 또 다른 축은 전고체 배터리다. 액체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해 안정성과 에너지 밀도를 동시에 끌어올리고, 모듈 구조를 단순화해 경량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삼성SDI는 BMW·솔리드파워와 협력해 2027년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한편 리튬-황 배터리는 황을 활용해 리튬이온 대비 2~3배 높은 에너지 밀도를 구현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로 꼽힌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고고도 무인기 실증을 완료하고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결국 경량화는 단순한 소재 기술이 아니라 전동화 시대 제조 경쟁력의 본질이다. 가벼운 차체는 배터리 효율을 높이고, 생산 공정의 단순화는 비용 절감을 이끈다. 여기에 ESG 흐름까지 맞물리며, 경량화는 이제 '친환경'과 '산업 체질 개선'을 동시에 아우르는 핵심 전략으로 부상했다.
업계의 시선은 더 멀리, 더 가볍게 향하고 있다. 현대차의 하이퍼 캐스팅, 삼성SDI의 전고체 배터리, 한화첨단소재의 복합소재 기술은 서로 다른 영역에서 같은 질문에 답하고 있다. "얼마나 가볍게,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가." 가벼워진 차가 자동차산업의 무게 중심을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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