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라이프가 지난 9일 대구에서 호텔을 빌려 고객 초청 간담회를 열었다고 한다. 신한라이프 측은 이와 관련 "고객이 회사의 서비스를 직접 체험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고객컨설턴트제도 등 다양한 고객 참여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금융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고객의 목소리를 적극 경청하는 보험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너무 아름다운 모습이다. 금융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고객의 목소리를 적극 경청하는 보험사라니. 자고로 보험 계약은 이런 보험회사와 맺어야 한다. 

수많은 계약자들이 아직 건강하던 시절, 그렇게 신한라이프와 암보험 계약을 맺었을 게다. 안타깝게도 그렇게 수십년이 흘러 그들 중 일부가 실제로 암 투병 환자가 됐다. 신한라이프와 맺은 계약의 약관대로 보험금을 청구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그러나 신한라이프는 약관에 써있는 암입원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약관에는 '암의 치료를 직접목적으로 하는 입원'에 대한 보험금 지급을 명시했는데, 신한라이프는 그들의 입원이 '약관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신한라이프는 암 수술, 항암 화학요법, 방사선치료 등의 항암치료만을 '암의 치료를 직접목적'으로 한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정작 신한라이프 암보험 약관에는 '암의 치료를 직접목적으로 하는 입원'에 대한 정의나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 이처럼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않은 경우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것이 약관에 관련 법률이다. 신한라이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모양새다. 

암 투병 환자들은 암 제거 수술 이후에 한 달 내에 퇴원을 하게 된다. 한 달이 넘으면 입원비가 저렴해지기 때문에 병원이 환자를 퇴원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암 투병 환자들은 요양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이어간다. 

수술했는데 왜 치료가 필요하냐는 의문이 들 수 있다. 현대의학은 암 수술 후 잔존하는 암 여부를 판별할 수 없고, 5~10년 이상 추적관찰·관리를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법원은 '암의 치료를 직접목적으로 하는 치료'에 대해 '병소가 명확하게 드러난 암 제거나 암의 증식을 억제하기 위한 치료에 한정된다고 볼 수 없고,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암 병소에 대한 치료도 암의 치료를 직접목적으로 하는 치료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실제로 암 투병 환자들은 다른 그 어떤 목적도 아닌, 암의 치료를 직접목적으로 치료를 받았다. 항악성종양제를 먹고, 항암면역주사를 맞았으며, 잔존암 증식 억제 치료를 받았다. 질병코드가 암으로 된 치료들이다. 이것이 '암의 치료를 직접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면 무엇인가. 아무리 현대의학이 완벽하지 않다 해도, 암의 치료가 항암치료에 국한될까. 

그럼에도 신한라이프는 이들의 치료가 '암치료 후 발생한 후유증 내지 합병증을 치료 또는 건강회복을 위하여 입원하는 요양치료'라고 치부하고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30년 가까이 납입한 암입원보험료가 연기처럼 날아갈 판이다. 이뿐이 아니다. 신한라이프는 정상이 아닌 몸을 이끌고 보험금을 달라며 본사 앞에서 1인 시위한 암 투병 환자를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걸었다. 패소하면 보험금은 고사하고 자신의 변호사비뿐만 아니라 신한라이프 측 변호사비까지 물어내야 한다. 3심까지 갈 경우 수천만원이 깨질 수 있다.  

급기야 신한라이프는 이 암 투병 환자에게 1인 시위를 계속할 경우 추가적인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명예훼손·업무방해 형사소송까지 제기할 수 있다고 했다. 신한라이프 관계자는 그에게 "우리는 (재판에서) 지지 않는다"라며 "거기(채무부존재확인 소송)서 끝나지 않을 것"라고 말했다. 무시무시하다. 

이것이 신한라이프가 수십년 관계를 맺어온 계약자를 대하는 방식이다. "이럴 거면 뭣하러 보험을 드나"라는 비판이 절로 나온다.  

그 아름다운 대구 고객 간담회가 열리던 날, 신한라이프 본사 앞에선 암 투병 환자들의 집단 시위가 열렸다. 금융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고객의 목소리를 적극 경청하는 보험사는 거기에 없었다. 혼란스럽다. 얼굴이 두 개인 괴물이 아른거린다.  

권오철 기자 konplash@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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