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영풍 간의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75년간 이어온 동업 관계가 파탄 나면서 시작된 이 싸움은 이제 기업의 존립을 위협하는 수준을 넘어 국가 기간산업을 위협하는 무모한 싸움으로 번지고 있어 씁쓸한 심정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MBK·영풍은 서로를 향해 “기업 가치를 훼손했다”, “약탈적 인수합병(M&A)”이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주고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고려아연의 핵심 경영 정보가 무분별하게 노출되면서 임직원 사기는 저하되고, 협력업체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MBK와 영풍은 고려아연 인수를 위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는 국내 비철금속 산업의 미래를 위협하는 위험한 도박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사모펀드의 본질은 단기 수익 실현에 있는데 만약 MBK가 고려아연을 인수한다면 장기적 성장보다는 단기 실적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고려아연의 기업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려스러운 점은 이 분쟁이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려아연은 국내 비철금속 산업의 핵심 기업으로, 이차전지 소재와 관련된 중요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MBK가 경영권을 확보한 뒤 해외 자본에 매각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가 기간산업의 해외 유출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국민 10명 중 6명이 MBK의 고려아연 인수 시 중국 등 해외로의 매각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고려아연이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비철금속 제련 기술이 해외로 유출된다면 국가 경쟁력 약화로 직결될 수 있다.
경영권 분쟁은 고려아연 노동자들에게도 큰 불안 요소다. 노동조합은 MBK·영풍의 인수 시도가 성공할 경우 총파업을 예고했다. 단순히 고용 불안을 넘어 국내 비철금속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이러한 분쟁 과정에서 양측은 천문학적인 자금을 동원해 주식을 매입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의 실질적인 가치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재무구조를 악화시키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미 고려아연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양측은 법정 공방을 벌이는 한편, 언론을 통한 여론전까지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업의 내부 정보가 무분별하게 유출되고, 상대방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이 난무하고 있다. 결국 고려아연이라는 기업 자체의 신뢰도와 평판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 분쟁은 어느 한 쪽의 승리로 끝나더라도 결국 패자는 고려아연이라는 기업과 그 주주들, 나아가 국가 산업 전체가 될 것이다.
양측은 지금이라도 대승적 차원에서 기업의 본질적 가치와 국가 산업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합리적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무모한 싸움의 대가는 결국 우리 모두가 치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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