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3사 중 하나였던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밟으면서 흔들리고 있다.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기업회생절차 신청이 불가피 했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이번 사태로 MBK측의 책임론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홈플러스 제휴사들은 변제 지연 등을 우려해 상품권 사용을 중단하면서 제2의 티메프 사태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MBK에 인수되기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실적이 크게 감소했다. 인수 당시 7조9334억원(2016회계연도·2016년 3월∼2017년 2월)에 달하던 매출액은 10년 만에 6조9315억원(2023회계연도·2023년 3월∼2024년 2월)으로 약 12.6% 하락했다.
대부분 차입금 때문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신용평가사들은 최근 홈플러스의 기업어음과 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내렸다. 주요점포 리뉴얼, 그로서리매장 강화 등 효율성을 키워 수익개선에 힘줬지만 매출 회복 가능성이 확실 하지 않다는 의미에서다. 홈플러스의 신용등급도 지난 4일 투기 등급 중에서 가장 하위인 D 등급으로 강등됐다.
'먹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책임론도 확산
특히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 신청에 대해 대주주인 MBK의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MBK가 막대한 차입금으로 홈플러스를 인수했지만, 별다른 자구 노력 없이 불시에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는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MBK는 지난 2015년 인수 후 10년간 점포 매각 등으로 빚을 갚고 배당을 받는 등으로 투자 원금 회수에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홈플러스 도산 결정을 내리기 직전까지도 개인과 법인 등의 일반 투자자들을 상대로 기업어음(CP) 등을 팔았다. 국민연금 또한 6000억원 가량을 투자해 큰 손실이 예상된다.
MBK가 홈플러스 인수를 위해, 3호 펀드에서 투자한 자금(공동투자자 자금과 우선주 7000억 원 포함)은 약 3조2000억원이며, 인수를 위한 차입금(인수금융)은 약 2조7000억원이다.

MBK는 애초 인수 대금의 절반 정도를 대출로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빚을 갚기 위해 점포를 팔아치웠지만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매출은 더욱 악화 됐다. 인수 후 점포 25 군데가 문을 닫거나 닫을 예정이며 완전 폐점한 점포는 14곳이다. 그 기간 동안 할인점은 141개에서 126개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371개에서 308개로 쪼그라들었다. 매출이 잘 나오는 지점이 연이어 문을 닫으며 수익성이 더욱 악화 된 것이다.
더불어 MBK는 점포 폐점 및 세일앤드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전략으로 확보한 자금을 재투자 하지 않고 차입금 상환 및 이자 비용으로 올인했다.
홈플러스측은 차입금 규모에 대해 “인수 당시, 홈플러스의 부채는 약 2조원 정도였다”며 “그 중 이전 대주주였던 테스코로부터 고금리로 빌렸던 차입금이 이미 1.3조원과 운전자금 목적의 단기차입금이 최대 7000억 원 규모에서 이용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MBK 파트너스 인수 후, 해당 기존 홈플러스의 차입금 중 1.3조원은 국내 금융기관으로 차환하고 나머지는 최근까지 계속하여 운전자금 목적의 단기차입금 형식으로 조달되어 왔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 "실적 악화는 유통 규제 탓"
홈플러스 측은 실적 악화의 집적적인 요인을 대형마트에 대한 각종 유통규제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회사측은 “대형마트에 대한 각종 유통규제로 인해 온라인 사업자와의 경쟁구도가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불공평해진 상황에서 소비트렌드 마저 빠르게 변화하면서 매출이 감소했다”며 “코로나 기간 동안 오프라인 매장 방문 고객이 급감하면서 매출 감소가 심화됐다”고 전했다.
또 “대표적 노동집약산업으로 인건비 비중이 높은 유통업에서, 직원 정규직화 및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건비 상승도 실적 악화의 원인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상황이 악화되자 전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홈플러스의 위험 노출액은 금융회사가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문제를 모니터링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로 불안해진 수많은 협력 업체들은 홈플러스 상품권 결제를 중단하면서 일각에서는 제 2의 티메프 사태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신라면세점과 CJ푸드빌, 에버랜드, 신라면세점, CGV 등은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을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아웃백은 홈플러스 상품권 중단 여부에 대해 고민 중이며, 앞으로 더 많은 제휴사들이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을 막을 예정이다.
소비자들도 불안해하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홈플러스 상품권에 대해 “다 중단되기 전에 빨리 팔아야 한다”, “중단되기 전에 빨리 써야 겠다”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홈플러스 측은 회생절차에 따라 거래가 제한되는 금융채권이 아닌 상거래채권이기 때문에 거래에 제한이 생길 우려가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홈플러스 상품권의 96%는 홈플러스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제휴사 사용 비중은 4% 수준이라고 밝혔다. 현재 홈플러스에서는 상품권 사용이 가능하다.
회사 측은 “현재 일부 제휴사에서 상품권 수취를 거부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으나, 이는 상품권이 100% 변제가 이뤄지는 일반 상거래 채권임에도 가맹점들이 지난해 이커머스 업계 미정산 사태와 연관 지으며 과도하게 민감하게 반응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상품권은 일반 상거래 채권이므로 기업회생 절차에 따른 금융채권 상환 유예 조치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제휴사와 충분한 소통을 통해 불필요한 우려를 해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확인되지 않은 추측성 소문이 확산되지 않도록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불필요한 오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 주력하는 한편, 상품권 사용에 관한 혼선이 빠른 시일 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제휴사와 적극 소통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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