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몇 년 사이 중고차 시장이 급격히 성장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중고차 시장 등록대수가 신차의 1.5배일 정도다. 중고차 시장이 성장한 이유로는 신차 출고 지연, 경기 불황, 소비자들의 실용적 소비 성향 등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과거 중고차 시장은 '레몬마켓'이라고 불렸다. 레몬 껍질처럼 두꺼운 정보 비대칭으로 불투명성과 사기의 온상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중고차=사기'라는 고정관념이 있을 정도로 불신이 팽배했다. 일부 판매자들은 허위 매물이나 미끼 상품으로 소비자들을 유인하기도 했다.
신차 대비 경제적이란 점에서 중고차는 매력적인 선택지다. 초기 비용 부담이 적고 여러 모델을 보다 저렴하게 경험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그러나 장점만 보고 중고차를 보러갔지만 성능, 사고이력 등이 명확하지 않은 차량을 거래하는 등 여러 문제가 불거졌었다.
이런 중고차 시장에도 대기업들이 진출하며 분위기는 달라지고 있다. 더 이상 레몬마켓이 아닌 '피치마켓'으로 발돋움하는 과도기에 접어든 것이다. 피치마켓이란 복숭아처럼 껍질이 얇아 겉모습만으로도 품질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표현이다.
먼저 현대차·기아가 있다. 이달 점유율 제한이 풀린 현대차·기아는 인증 중고차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차량을 만든 완성차 업체에서 직접 품질을 검사하고 관리한다는 장점이 있다.
또 다른 사례로 롯데렌탈의 티카(T car)가 있다. 롯데렌탈은 구매한 시점부터 중고차 상품으로 내놓을 시기까지의 모든 사고 및 정비 이력을 보유하고 있고 이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중고차에 대한 소비자 신뢰 회복에 기여하고 있다.
정부도 중고차 거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를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품질보증제도 도입, 성능점검 기록부의 정보 확대, 실매물 인증제 도입, 거래 실명제 시행, 온라인 통합 정보 플랫폼 '자동차365' 운영 등이 포함된다.
아직까지 중고차 거래의 대부분은 개인거래가 차지하고 있지만 중소 딜러들도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향후 중고차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이 전망되는 만큼 대기업의 체계적인 프로그램들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신뢰를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