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전쟁에 뜬 '수출 프리미엄'
차량에 따라 중고차 판매 전략 설정 필요

| 스마트에프엔 = 김종훈 기자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국 중고차는 '글로벌 효자 산업'으로 떠올랐다.
한국무역협회와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중고차 수출은 63만5000대, 2024년에도 62만대 수준을 유지했다. 올해 상반기 중고차 수출은 43만7151대, 39억달러까지 늘어 상반기 기준 자동차 수출 물량의 25%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러시아, 중앙아시아, 중동 등으로 향하는 SUV·픽업·1톤 트럭이다.
국내 중고차 경매장에서는 수출업자가 몰리는 차종의 낙찰가가 새차 못지않다는 말도 나온다. 그렇다면 개인 차주 입장에서도 "국내보다 수출이 무조건 이득"일까.

러-우 전쟁이 만든 '중고차 황금기'···SUV·상용차가 주인공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 완성차 업체들이 러시아 시장에서 빠져나가자, 현지에서는 신차 공급 공백을 메울 대체재로 한국과 일본 중고차에 눈을 돌렸다. 이 영향으로 한국 중고차 수출은 2021년 46만대에서 2023년 63만5972대, 2024년 62만6000대로 급증했고, 2025년 상반기에는 43만7000대로 39억달러를 기록하며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수출 목적지도 빠르게 변화했다.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3국과 리비아, 알제리 등 북아프리카, 그리고 일부 중동 국가로 물량이 급속하게 늘었다. 국내 경매장에선 수출업체들이 SUV·RV, 1톤 트럭, 디젤 차량을 중심으로 낙찰가를 올렸다. 같은 연식·주행거리라도 ‘수출 각’이 나오는 모델은 내수용보다 가격이 한 단계 위에서 형성되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현지 도로 사정이 열악해지고 신차 부품 수급도 어려워지자, 내구성을 검증받은 한국산 SUV 수요가 높아졌다"라며 중고차 수출 수요에 대해서 설명했다.
"해외가 더 잘 쳐준다?"···수출이 진짜 유리한 경우
'해외 수출이 더 낫다'는 말은 모든 차에 통하는 공식이 아니다. 차종, 연식, 수요국이 맞아떨어질 때만 성립한다.
먼저 수출 프리미엄이 붙기 쉬운 건 대형·중형 SUV·픽업·1톤 트럭이다. 러시아, 중앙아시아, 중동처럼 험로 주행 상용 수요가 많은 지역에선 현대 팰리세이드, 싼타페, 기아 쏘렌토, 모하비, 봉고, 포터 같은 차에 해외 바이어가 몰린다.
국내에선 연식 10년 이상, 20만km 안팎으로 200~300만원대에 거래되는 구형 모델이라도, 일부 아프리카, 중앙아시아에선 부품 수급과 정비 편의성을 이유로 더 높은 값을 받는 경우가 있다. 원화 약세 구간엔 달러 매출을 원화로 바꿀 때 수익이 커져 수출업체가 매입가를 더 올려 부를 여지도 생긴다.
5년 이내 준신차급 국산 SUV, 쏘나타, 그랜저, 카니발처럼 국내 인기 모델 등 주행거리 짧고 사고 이력 거의 없는 차는 국내 인증 중고·플랫폼 경쟁이 치열해 굳이 수출 프리미엄을 얹을 이유가 적다. 이 구간은 내수 경매나 직거래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핵심은 “내 차가 해외에서 더 귀한지, 국내에서 더 귀한지”를 먼저 가려보는 일이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국내와 해외의 가장 큰 차이는 주행거리에 대한 시각"이라며 "국내는 10만km만 넘어도 가격이 크게 꺾이지만, 해외에서는 10만km를 이제 길이 든 차 정도로 본다. 주행거리 숫자보다 차량 모델 자체의 내구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럼 내 차는 어디에 파는 게 많이 남을까
소비자 입장에서 중요한 건 이 질문이다. "내 차, 국내에 파는 게 나을까? 해외 수출업자에 넘기는 게 나을까?" 따져볼 수 있는 포인트는 네 가지 정도다.
첫 번째는 내 차가 수출형인지부터 체크해야 한다. SUV, 픽업, 1톤 트럭, 디젤·가솔린 2.0L 이상 대배기량, 4WD 등을 갖춘 현대·기아 브랜드라면 수출에 유리하다.
또 아반떼, K3 같은 2000cc 이하 준중형 세단이 러시아 제제를 피할 수 있어 인기가 높아 수출형으로 분류된다. 반대로 모닝, 레이 등 경차나 LPG·하이브리드 차종은 '국내용'에 가깝다. 러시아, 중동, 아프리카 같은 험지에서 잘 버틸 만한 차일수록 수출형일 확률이 높다.
두 번째는 최소 세 곳에서 견적을 받아 실수령액 기준으로 비교해야 한다. 국내 대형 플랫폼, 인근 중고차 매매상사, 수출 전문 매입업체까지 견적을 받아보는 게 좋다.
단순 제시가가 아니라 탁송비, 상사 수수료, 말소, 이전 비용 등을 제외한 금액을 기준으로 비교해야 한다. "수출용이라 ○○만원 더 드린다"는 말만 믿고 결정했다가, 정작 손에 쥐는 돈은 별 차이 없을 수 있다.
세 번째는 수출업체가 목적지와 배기량 규제를 어떻게 설명하는지를 봐야 한다. 견적 과정에서 "서류상 목적지는 키르기스스탄으로 찍고, 실제 러시아로 가는 건 신경 안 쓰셔도 된다", "차 값은 계약서에 실제보다 조금 낮게 써야 통관이 잘 된다" 같은 말이 나온다면 경고 신호다. 이런 제안은 허위 신고와 우회 수출을 전제로 할 수 있고 구속 사례도 나왔다. 정식 업체라면 2000cc 초과 규제, 전략물자 해당 여부, 필요 시 산업통상부 허가 절차를 먼저 설명한다.
네 번째는 환율과 세금까지 감안해야 '진짜 이득'이 보인다. 원·달러 환율이 높으면 수출업체는 달러 매출을 원화로 바꾸면서 매입가를 올릴 수 있다. 그만큼 수출단가도 함께 오르기 때문에 차주 몫이 실제로 얼마나 늘어나는지 따로 계산해야 한다. 고가 차량이나 법인·사업자 차량은 양도소득세와 부가세 이슈가 얽힐 수 있어 세무사 혹은 관세사 상담을 거치는 편이 안전하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가장 오해하는 것이 수출이 무조건 이득이라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차종에 따라 수출이 유리한 경우가 많지만,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모델은 내수용 B2C 플랫폼이나 딜러 대상 B2B 경매 시세가 높아 굳이 수출을 보낼 이유가 없다"라며 각자의 상황에 맞게 중고차 판매 전략을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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