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역삼동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본사 앞에서 사무금융노조 보험설계사지부 토스인슈어런스지회가 사측의 부당행위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김준하 기자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운영사)가 100% 지분을 보유한 법인보험대리점(GA)인 토스인슈어런스 소속 보험설계사들이 사측의 갑질 행위를 주장하며 나섰다. 사측이 보험 영업에 필요한 고객정보(DB) 가격을 갑작스럽게 올리거나, 설계사를 부당하게 해촉한다는 게 골자다. 한 설계사는 고객의 민원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사실관계 확인 없이 징계 처분을 받고, 급기야 해촉당했다고 주장했다.

사무금융노조 보험설계사지부 토스인슈어런스지회는 23일 서울 역삼동 비바리퍼블리카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노조는 이날 "토스인슈어런스는 지난해 35억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냈지만 이는 보험설계사들에 대한 부당행위를 통해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토스인슈어런스가 지난해 기록한 순익은 35억8873만원이다.

홍운기 토스인슈어런스지회장은 "회사가 쉽게 순이익을 올리는 방법 중 하나는 설계사를 해촉하고 남은 수수료와 시책금(인센티브)를 받아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토스인슈어런스의 보험설계사들은 토스 앱에 유입되는 DB를 구매해서 영업하는데, 노조 측은 지난해 9월부터 갑작스럽게 DB 가격을 약 80% 인상했다고 주장했다.

맹장염으로 인해 복부에 물이 차서 수술을 했는데도 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해촉된 설계사가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노조는 "2~3일의 짧은 기간 내에 실적을 제대로 내지 못한 근거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며 "제때 제출하지 못하면 해촉당하는데, 굉장히 촉박한 시간일 뿐이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해촉 설계사 "민원 받았다는 이유로 해촉"

지난해 12월 토스인슈어런스로부터 해촉당했다고 소개한 장운현 설계사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11월 불리한 조건으로 보험 계약을 맺은 것으로 판단되는 계약자에게 '좋지 않은 조건으로 가입돼 있다'고 설명했다"며 "담당 직원을 배정해주며 미팅을 추진했는데, 해당 계약자가 불쾌해하며 민원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또 해당 계약자는 민원에서 '설계사가 욕을 하고 협박을 했다'고 말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게 장 설계사의 주장이다. 그는 사측이 사실 검증 없이 DB 배정 정지 조치를 내렸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장 설계사는 "지난해 5월 회사로부터 DB 배정 2개월 정지 처분을 받았다"며 "고객의 민원으로 인해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고, 고객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는 이유로 이런 처분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장 설계사는 이후 해촉까지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일한 사안에 대해서 나에게는 해촉 처분을 내렸지만, 본사 직영 사업장의 설계사에게는 아무런 징계가 없었다"면서 "토스의 징계에는 아무런 기준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측은 녹취 등 관련 자료도 없이 일방적으로 민원인의 말을 받아들여서 부당한 처분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토스인슈어런스를 상대로 1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토스인슈어런스 "노조 주장, 사실과 달라"

토스인슈어런스 측은 "3개월 동안 비가동(보험계약을 맺지 않은 상태)인 경우에 설계사에게 사유를 묻는다"며 "질병으로 인해 실적을 조금 못 올렸다고 해촉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사측은 2018년 설립 이래 현재까지 ▲보험업법 위반 ▲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 ▲위촉계약서 위반 등의 사유로 27명의 부당 설계사를 해촉했다고 밝혔다. 사측은 "무분별한 해촉을 스스로 경계하면서도 소비자보호를 위한 품질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다. 누적 27명이라는 수치와 각 사유에 대한 상세한 기록은 회사가 시스템화된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준수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DB 가격을 80% 올렸다는 노조의 주장에 대해서는 "DB 공급이 너무 많을 때 수급 조절을 위해서 일시적으로 DB 가격을 낮춰서 제공한 적이 있다. 이후에 수급 밸런스가 맞게 돼서 다시 원래 가격으로 복구했던 것인데 가격을 인상했다고 주장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토스인슈어런스는 "DB 가격을 낮춘 적은 있어도 원래 가격보다 인상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말 기준 토스인슈어런스의 설계사 수는 2393명이며, 올해 5월 기준으로는 2700명까지 설계사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토스인슈어런스는 설계사의 13개월차 정착률이 85%로 "업계 최고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와 관련 "회사가 부당하게 대우해도 설계사들은 이미 이뤄놓은 보험계약들 때문에 나가기 쉽지 않다"면서 "지금까지 쌓아온 돈이 모두 회사로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를 떠나는 건 회사에 좋은 일만 해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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