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우리금융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우리금융

우리금융지주가 은행·증권·보험을 아우르는 종합금융그룹 체제를 완성하면서 임종룡 회장의 경영 성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횡령과 부당대출 등 수백~수천억원대 금융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며 그의 내부통제 실패에 대한 지적도 동시에 거론되고 있다. '비은행 강화'라는 청사진 아래 'A+' 성적표를 받은 임 회장이 자신을 둘러싼 리스크를 극복하고 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증권·보험 품고 종합금융그룹 완성···기업대출·비이자이익 호성과

우리금융은 2024년 5월 한국포스증권을 인수한 데 이어, 같은 해 8월 우리종합금융과 한국포스증권을 합병해 우리투자증권을 출범시켰다.

또한 올해 5월 동양·ABL생명의 자회사 편입에 대해 금융위원회로부터 조건부로 승인받았다. 내부통제 개선계획과 중장기 자본관리계획을 2027년 말까지 반기별로 금융감독원에 보고하는 조건이다. 우리금융은 해당 보험사들 저가에 인수했고, 약 6000억원의 회계상 시세차익을 볼 것으로 평가된다. 

이로써 2014년 지주사의 해체 이후 11년 만에 우리금융은 은행·증권·보험업을 아우르는 종합금융그룹이 될 기반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에 과도하게 의존하던 포트폴리오 구조도 변화될 전망이다. 

한국기업평가의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우리금융의 은행에 대한 자산의존도와 순이익의존도는 각각 91.4%, 94.7%였다. 이 같은 구조 때문에 지난 1분기에는 은행의 당기순이익이 그룹 전체의 순이익보다 커지는 현상도 나타났다. 1분기 우리은행의 연결 당기순이익은 6341억원이었지만, 금융지주의 순이익은 이보다 적은 6170억원이었다. ▲우리자산신탁 -138억원 ▲우리에프아이에스 -6억원 ▲우리신용정보 -6억원 등 계열사에서 순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이 같은 '은행 의존성'을 극복하기 위해 비은행부문 이익 비중을 25%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우기에 이르렀다. 

은행의 호실적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우리은행은 전년 대비 21.3% 증가한 3조39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임 회장 취임 이후 우리은행의 기업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원화기준으로 2023년에는 142조546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3% 증가, 2024년 154조960억원으로 8.1% 성장했다.

비이자이익의 성장도 눈에 띈다. 우리은행의 지난해 비이자이익은 1조710억원으로 전년 대비 58.9% 증가했다. 수수료이익은 1조60억원으로 전년 대비 14.4% 증가했다. 이 중 WM수수료이익이 3060억원으로 16.3% 늘어났다.

지난 2월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 우리은행,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에서 총 3875억원의 부당대출이 벌어졌다. /자료=금융감독원
지난 2월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 우리은행,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에서 총 3875억원의 부당대출이 벌어졌다. /자료=금융감독원

◆ 수천억원 금융사고···내부통제 실패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임 회장 체제에서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하며 내부통제가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우선 '177억원 횡령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는 임 회장의 취임 이후인 2023년 7월부터 2024년 5월까지 약 10개월 간 벌어졌다. 우리은행 직원 A씨가 개인·기업 고객 17명의 명의로 서류를 위조해 허위 대출을 일으켜 177억원을 횡령한 금융사고였다. A씨는 35차례나 대출 서류를 위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결재권자가 없을 때 실무 담당자가 급한 대출을 대신 결재하는 관행을 악용했을 뿐 아니라 대출금을 대출 명의자가 아닌 지점 계좌로 보낸 후 이 돈을 지인 계좌로 보내는 수법을 썼다. 내부통제에 심각한 허점이 있었던 것이다. 이 직원은 지난 5월 항소심에서 징역 11년을 선고받았다.

올해 2월에는 2334억원의 부당대출이 금융감독원에 의해 적발됐다.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730억원 ▲고위 임직원 27명이 연루된 부당대출 1604억원 등이다. 손 전 회장 부당대출 중 451억원은 임 회장 취임 이후 취급된 대출이었다.

금감원은 지난 3월 우리금융에 경영유의사항 11건, 개선사항 10건을 통보했다. ▲준법감시체계 미흡 ▲자회사 M&A 관련 내부통제 부실 ▲경영계획 변경 절차 위반 ▲자회사 성과평가 부실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수천억원 금융사고 직후 우리금융은 사외이사 7명 중 4명을 교체했다. 또한 고질적 내부통제 실패에 대한 외부의 진단을 받기로 했다. 현재 우리금융은 '그룹 내부통제 혁신 컨설팅' 사업 제안서를 외부로부터 접수받고 있다. 해당 컨설팅은 그룹 통합 내부통제시스템 구축, 내부통제 부서 핵심 인재 배치 등에 관한 것이다. 제안서 접수는 오는 20일까지다.

◆ '낙하산', '관치금융' 꼬리표 영향은    

이 외에 임 회장의 금융관료 경력과 정치적 요소가 연임 전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가 우리금융 회장 선임 당시 '모피아'의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있었다. 모피아는 금융 관료 출신들이 금융기관의 요직을 차지하는 현상을 비판적으로 일컫는 용어다.

그는 행정고시 24회 출신으로 ▲1999년 재정경제부 금융기업구조조정개혁반장 ▲2009년 청와대 경제비서관 ▲2010년 기획재정부 1차관 등을 맡았다. ▲이명박 정부 때는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2011년) ▲박근혜 정부 때는 NH농협금융지주 회장(2013년)을 거쳐 금융위원장(2015년)을 지낸 인물이다.

임 회장은 사실상 보수 정권의 수혜를 받은 인물으로 평가되면서, 이재명 정권 하의 연임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현 정부가 관치금융과 선을 그을 것이란 분석이 있어, 이는 섣부른 예단일 수 있다.  

반면, 일각에선 임 회장이 관치금융의 장본인이란 시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임 회장 취임 직전 우리금융에선 손 전 회장의 연임 가능성에 대한 관측이 적지 않았으나 이를 뒤엎고 외부 인사인 임 회장이 선임된 것을 두고 정치적 입김의 결과라는 분석이 파다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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