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KB금융그룹 사옥. /사진=김준하 기자
서울 영등포구 KB금융그룹 사옥. /사진=김준하 기자

지난해부터 보통주자본비율(CET1) 13% 기준치 초과분을 전액 주주에게 환원하는 등 '주주환원 자동화' 정책을 추진 중인 KB금융이 새 정권이 들어선 이후 주가가 부양되는 '허니문 랠리'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지난 10일 KB금융은 역대 최대 주가를 기록했다. 다만 여전히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극복해 저평가 국면을 벗어날지에 관심이 쏠린다. 

1분기 최대 실적 및 안정적 포트폴리오···공격적인 주주환원으로 이어져

KB금융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6973억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은 5조782억원으로 전년 대비 10.5% 증가했다.

1분기 비은행 부문 순이익 비중은 약 42.1%였다. 신한지주(29.1%), 하나금융지주 (19.1%)와 비교해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나상록 KB금융 재무담당 상무는 컨퍼런스콜에서 "비우호적인 영업환경에서도 은행과 비은행 계열사간 상호보완적인 실적을 시현한 덕분"이라고 밝혔다.

이익 창출력은 공격적인 주주환원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총주주환원율은 39.8%로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높았다. 다른 금융지주의 총주주환원율은 ▲신한금융지주 39.6% ▲하나금융지주 37.8% ▲우리금융지주 33.3% 등이다. 총주주환원율은 순이익 중에서 주주에게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의 형태로 되돌려주는 비율을 의미한다.

KB금융은 지난해 10월 '밸류업 정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배당총액 기준 분기 균등배당' 등을 핵심 주주환원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약 82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소각했으며, 지난 5월에는 약 1조200억원(1206만주)을 추가로 소각했다.

'배당총액 기준 분기 균등배당'은 올해 연간 배당총액을 일정 수준으로 고정하고 이를 분기별로 균등 분할하는 정책이다. 연말에 한 번 받던 배당이 매 분기마다 들어오는 배당이 된 것이다. KB금융은 2023년부터 분기 배당을 시범 도입한 바 있으며, 2024년에 이를 정례화했다. 

KB금융은 올해 배당총액을 분기당 3350억원, 연간 1조3400억원으로 상향했다. 1분기 주당배당금(DPS)으로는 912원으로, 지난해 4분기(804원)에 비해 100원 이상 증가했다. 2024년에는 전년보다 3.7% 증가한 총 3174원을 기록했다. 분기당 약 791원 수준이었다.

KB금융은 지난달 기업가치 제고 노력과 성과를 인정받아 '밸류업 우수기업 경제부총리상'을 수상한 바 있다.

2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밸류업 우수기업 시상식에서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오른쪽)과 윤인대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KB금융
2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밸류업 우수기업 시상식에서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오른쪽)과 윤인대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KB금융

보통주자본비율(CET1) 비율 13% 초과 시 전액 주주환원···주주환원 자동화

KB금융 주주환원 정책의 핵심 중 하나는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13%를 초과할 경우, 초과분 전액을 한도 제한 없이 다음 해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CET1 비율은 보통주로 조달된 자본이 총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금융 기관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다른 금융지주들이 2027년까지 주주환원율 50% 달성하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제시한 것과 달리, KB금융은 CET1 기준을 활용해 주주환원을 사실상 자동화했다. 2024년 말 KB금융의 CET1 비율은 13.51%였는데, 초과분에 해당하는 0.51%p(약 1조7600억원)을 올해 배당 및 자사주 매입·소각 재원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이 중 5200억 원이 올해 상반기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 배정됐다. 

또한 상반기 말 CET1 비율이 13.5%를 넘으면 그 초과분으로 하반기에 추가 자사주 매입·소각을 시행하는 2단계 환원책도 마련했다. 1분기 말 CET1 비율은 13.70%였고, 초과 자본은 2조4350억원이다.

과거 다수 금융사들은 주주환원을 경영진 재량에 맡겨왔다. 이익이 늘어도 투자 명목으로 이익을 유보하거나, 뚜렷한 기준 없이 배당 규모를 정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이는 투자자의 미래 현금흐름 예측을 어렵게 했고, 이는 기업가치 저평가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다.

KB금융의 '주주환원 자동화' 정책은 이러한 재량적 판단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 '연말 CET1 비율 13% 초과분은 전액 주주에게 돌려준다'는 명확한 공식을 내놓은 것이다.

23일 기준 4대 금융지주사 주요 지표 비교. /자료=각 사. 표=김준하 기자
23일 기준 4대 금융지주사 주요 지표 비교. /자료=각 사. 표=김준하 기자

4대 금융 중 밸류에이션 가장 높지만, 성장 여력은 여전

KB금융은 지난 10일 장중 11만4800원의 주가를 기록하며 2008년 코스피시장 상장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정치 불안 등으로 인해, 올해 2월 한때 7만7600원의 저점을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단기간에 급등한 것이다. 

그러나 KB금융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여전히 1배 미만의 저평가 상태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융지주의 PBR은 ▲KB금융 0.69 ▲신한지주 0.54 ▲하나금융지주 0.53 ▲우리금융지주 0.46 등이다. KB금융의 PBR은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여전히 1에 훨씬 못 미친다. PBR 1배 미만이라는 것은 기업이 보유자산을 모두 처분해 청산할 때의 가치보다, 현재 시가총액이 더 낮다는 의미다.

KB금융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4대 지주 중 가장 높기 때문에 저평가가 더 부각된다. ROE는 기업이 자기자본을 활용하여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익을 창출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각 사의 ROE는 ▲KB금융 11.69% ▲신한지주 10.55% ▲하나금융지주 10.57% ▲우리금융지주 7.72% 등이다.

KB금융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경영관리 체계 전반을 정비하고 핵심 성과지표(KPI)를 재설계 하는 등 기업가치제고 패러다임에 맞춰 경영관리 체계를 정비하고 있다"며 "회사의 본원적인 수익성을 개선하면서 지속적으로 주주가치를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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