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매출 50% 이상↑···외국인 결제 급증
현대백화점, 7개 언어 ‘헤이디 글로벌’·투어 서포트 서비스 확대
내수 침체 속 ‘외부 수요’ 효과···지속 성장엔 구조 개편이 관건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의 모습./사진=김선주 기자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의 모습./사진=김선주 기자 

| 스마트에프엔 = 김선주 기자 | 내수 소비 정체가 지속되던 국내 유통업계에 최근 ‘외국인 관광객’이라는 새로운 활력소가 등장했다. 특히 서울 명동·인사동·공항 인근 편의점과 백화점이 외국인 결제 급증으로 매출이 급등하면서 ‘관광객 쇼핑’이 다시 유통 채널의 주요 성장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주요 편의점의 외국인 결제(카드·모바일 간편결제 포함)가 지난해해보다 50% 이상 증가했다. CU는 외국인 결제액이 전년 동기 대비 54.9%, GS25는 50.7%, 세븐일레븐은 40% 증가했다. 편의점 주요 4사(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에서 외국인 관광객 대상 매출이 모두 두 자릿수 신장한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집중되는 상권(명동, 인사동, 공항, 성수 등) 편의점에서 외국인 결제액이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이 단순 ‘생활편의형 매장’에서 ‘관광객 쇼핑 포인트’로 변신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9월 한 달 동안 서울에 머물렀던 스페인 국적의 한 20대 여성 소비자는 "유럽과 다르게 아주 늦은 시간에도 숙소 앞에만 나가면 언제든 먹을 것과 필요한 것을 구매할 수 있다"며 "매장 규모가 클수록 캐릭터 협업 제품도 많고, 제품 종류가 다양해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 유입 증가와 맞물려, 백화점 업계에서도 외국인 카드사용액이 급증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2분기 카드 사용 실적을 보면, 국내 비거주자의 카드 사용액은 37억9000만 달러로 전 분기보다 38.2% 증가했다.

유통업체들도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패턴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내놓고 있다. CU는 업계 최초로 38개 언어 AI 통역 서비스를 도입했다. GS25는 외국인이 많이 찾는 결제 수단(달러·엔·유로 등 외화 환전 키오스크) 설치를 확대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고객이 인공지능(AI) 쇼핑 어시스턴트 '헤이디'를 이용해 오프라인 쇼핑을 즐기고 있다./사진=현대백화점그룹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고객이 인공지능(AI) 쇼핑 어시스턴트 '헤이디'를 이용해 오프라인 쇼핑을 즐기고 있다./사진=현대백화점그룹 

현대백화점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편리한 쇼핑을 돕기 위해 '글로벌 투어 서포트' 서비스를 올해 공식 론칭해 운영하고 있다. 더현대 서울 1층에 마련된 투어리스트 데스크에선 무료 캐리어 보관 서비스를 상시 운영하고, 외국인 고객들이 직원 도움 없이도 원하는 매장을 손쉽게 찾을 수 있도록 셀프 투어맵을 비치했다.

지난 6월에는 업계 최초의 AI 쇼핑 어시스턴트 ‘헤이디 글로벌’을 선보임. 헤이디 글로벌은 점포 내 브랜드, 레스토랑, 이벤트 등 수많은 정보를 생성형 AI가 외국인 관광객 필요에 맞춰 큐레이션 해주는 서비스다. 영어·중국어·일본어·태국어·말레이시아어·베트남어·아랍어 총 7개 언어를 지원한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최근 백화점 등 주요 유통 채널에서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이 급증하는 것은 국내 소비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매우 긍정적인 신호다"며 "유통업계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함'을 선사해 한국을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쇼핑 목적지'로 각인시키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언어 장벽 해소, 외국인 맞춤형 서비스 강화, K-트렌드를 반영한 MD 강화 등을 통해 글로벌 수준의 리테일 환경을 구축하고, K-리테일의 위상을 확고히 할 것이다"고 말했다.

반면 대형마트·SSM(기업형슈퍼마켓)은 상대적으로 정체 혹은 역신장세를 보이며 업태 간 온도차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유통기업들은 관광객 유입이 많은 상권이나 관광객 특화 전략이 필수로 떠오르고 있다.

내수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이라는 새로운 ‘외부 수요’가 유통업계에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관광객 유입이 많은 상권에 위치한 매장, 관광객 맞춤 서비스 제공이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 1인당 평균 지출액이 2025년 4월 누계 기준으로 약 146.2만원으로 나타났다. 2025년 외국인 관광객 수는 약 2009만명으로 추정되며, 이들의 소비가 국내소비 규모 대비 약 2.5%p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관광객에 의존한 수요는 계절성·환율·국제관광 흐름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내수 소비 활성화와 병행하는 전략이 중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형마트 등 전통적인 유통채널은 관광객 특화 전략이 상대적으로 약한 만큼 변화가 요구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통업계가 올 들어 외국인 관광객 쇼핑을 통해 다시 활력을 되찾고 있다"며 "이 흐름을 단기 특수로 끝내지 않고 지속적인 성장 동력으로 만들기 위해선 관광객 중심의 수요뿐 아니라 내수 소비 활성화, 업태 간 전략 재정비가 병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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