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원·달러 등 법정화폐 연동 가상화폐
네이버페이, 디지털 결제망으로 원화 스테이블 코인 진출
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 다양한 상표 출원···선제적 대응

원본사진=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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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에프엔 = 양대규 기자 |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이 디지털 결제의 새로운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국내 양대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각기 다른 전략으로 치열한 경쟁에 돌입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도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을 위한 규제 정비에 나서고 있으며, 중앙은행인 한국은행과의 정책 충돌까지 맞물려 이를 둘러싼 디지털 금융 질서 재편이 본격화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원·달러 등 법정화폐 연동되는 가상화폐

9일 업계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은 기존 가상자산의 극심한 가격 변동성을 극복하기 위한 디지털 자산의 일종이다. 달러나 원화 같은 법정화폐나 금, 국채 등 실물 자산의 가치에 연동되는 구조를 가진다. 대부분 1:1 비율로 고정됐다. 이로 인한 안정성 덕분에 송금, 결제, 디파이(DeFi) 등 실생활 기반 금융 활동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실제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글로벌 송금은 1% 미만의 수수료로 수 분 내에 완료될 수 있다. 기존 금융망 대비 효율성과 비용 측면에서 강점이다. 지난 5월 기준 전세계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는 약 2400억 달러(약 335조원)에 이른다. 활성 지갑 수는 전년 대비 50% 증가한 3000만개를 돌파했다.

네이버페이, 디지털 결제망으로 원화 스테이블 코인 진출

이런 추세 속에 네이버는 정부의 정책 변화에 발맞춰 선제적으로 스테이블코인 시장 진입을 선언했다.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페이는 ‘KRW 스테이블코인’ 상표를 출원했다. 네이버페이가 상표 출원한 의 원화 스테이블 코인 상표는 ‘KRWZ’ ‘NWON’ ‘KRNP’ ‘NKRW’ ‘KRWNP’ 등 5종이다. 원화를 뜻하는 KRW에 네이버 및 네이버페이를 나타내는 ‘N’과 ‘NP’를 조합했다. 지식재산정보 서비스 키프리스에 따르면 네이버파이낸셜은 5개 상표를 3개 상품분류(09·36·42류)로 등록했다. 

네이버페이는 작년 8월 사용자가 직접 개인키를 관리하는 비수탁형 월렛 서비스를 선보였다. 해당 월렛은 칠리즈 체인 기반으로 개발되어 해킹 위험을 줄였다. 실시간 환전 및 디파이 접근성을 제공함으로써 사용자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현재 이 월렛의 활성 이용자 수는 120만 명을 돌파했다. 네이버의 플랫폼 사용자 기반을 바탕으로 스테이블코인 서비스의 대중화를 노리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나아가 일본 라인페이와의 기술 제휴를 통해 오는 2025년 말까지 일본 24만 개 가맹점에서 원화와 엔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간의 교차 결제를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국경을 넘는 디지털 결제망 구축은 네이버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전략의 핵심이다.

박상진 네이버페이 대표는 네이버페이 미디어데이에서 "온·오프라인의 방대하고도 안정적인 인프라와 리스크 관리 능력이 있기 때문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제도적 안착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사례들을 활발하게 적용할 수 있다"며 "네이버페이는 국내 최대 간편 결제 생태계와 안정적인 디지털 금융 기술력을 갖춘 플랫폼으로서, 정책 도입에 빠르게 발맞춰 업계 컨소시엄 등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상진 네이버페이 대표가 'Npay 미디어데이 2025'에서 스테이블코인 전략 등을 공개했다. /사진=네이버페이
박상진 네이버페이 대표가 'Npay 미디어데이 2025'에서 스테이블코인 전략 등을 공개했다. /사진=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 다양한 상표 출원으로 스테이블코인 선제적 대응

카카오는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킹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먼저 카카오페이를 통해 'KRWKP', 'KPKRW' 등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관련된 18건의 상표권을 선제적으로 출원하며 시장 진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이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초기 선점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페이 측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스테이블코인 사업과 관련해 선제적으로 상표권을 등록해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카카오는 계열사인 카카오페이·카카오페이증권·카카오뱅크 등과 함께 스테이블코인 발행부터 플랫폼·결제·보관·유통에 이르기까지 스테이블코인 전 영역에 대한 역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뱅크도 스테이블코인 시장 진입을 위한 준비를 본격화하며 관련 상표권을 출원했다. BKRW, KRWB, KKBKRW, KRWKKB 등의 4개 상표를 9류(암호화폐 소프트웨어 등), 36류(암호화폐 금융거래 업무 등), 42류(암호화폐 채굴업 등)의 상품분류로 나누어 총 12건의 상표권을 등록 신청했다.

카카오뱅크 측은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라며 "관련 법안과 시장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주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호응' vs 한은 '신중'···전문가 "경쟁력 확보 위해 이중 전략 필요"

정부도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지위 정립에 나서며 시장에 호응했다. 6월 민병덕 의원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발의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발행과 거래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발행 주체는 자기자본 5억원 이상을 갖춘 국내 법인으로 제한된다. 환불 준비금은 현금, 예금,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구성해야 한다. 발행 신고서 제출, 이용자 상환권 보장, 준비자산 공시 의무 등도 포함됐다. 이는 소비자 보호와 동시에 제도권 금융으로 스테이블코인을 흡수하려는 정책 방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한국은행은 이에 대해 신중론을 고수하고 있다. 민간 주도의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통화 정책의 유효성을 저해하고, ‘코인런’이나 자본 유출 같은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은행에만 적용할지 비은행권에도 허용할지 금융안정 측면에서 생각 중”이라며 “자본규제를 우회하는 방향으로 쓰일 수 있어 미국보다 조심스러운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은행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프로젝트 한강’을 통해 예금 토큰 기반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실험을 추진하고 있으며, 민간 화폐보다는 공공 기반의 디지털 지급결제 시스템 구축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민간 스테이블코인과 CBDC가 상호보완적으로 작동하는 이중 전략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10일 서울대 이종섭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을 ‘돈의 인터넷’, CBDC를 ‘인트라넷’에 비유하며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활성화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기술 발전 속도에 맞춘 제도 정비와 소비자 보호, 그리고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투명한 규제 체계 마련이 과제로 제시된다.

이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이미 디지털 화폐 시대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스테이블코인과 CBDC를 둘 중 하나만 선택할 문제가 아니다. 프라이빗 체인 기반 기술 인프라와 발행 주체 육성 등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금융 시장이 본격적인 제도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활성화가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에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전략 차이는 향후 국내 결제 시장 주도권 확보에 중대한 변수가 될 것이다. 또한 이들 기업을 비롯해 정계, 금융당국 등 시장 참여자 간 협력과 제도적 명확성 확보가 국내 디지털 자산 생태계의 미래를 좌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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