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체부터 희귀질환 치료제까지 ···파이프라인 다각화

사진=삼성바이오에피스
사진=삼성바이오에피스

| 스마트에프엔 = 양대규 기자 |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삼성바이오로직스로부터 인적 분할을 단행하며 R&D 중심의 바이오의약품 전문 기업으로서 독자적 행보를 시작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위탁생산(CMO) 역할을 맡아온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사업 영역을 명확히 구분하고, 개발과 임상, 허가, 마케팅 및 판매에 이르는 전 주기를 자체 수행하는 체제를 갖추게 된다. 

10월 1일 법인 설립을 통해 삼성에피스홀딩스 산하 100% 자회사로 새롭게 편입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제약사와 CMO 계약을 체결할 때 자회사로 R&D 기업이 존재하는 구조가 다소 부담이 됐던 것으로 판단했다"며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요청으로 인적 분할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분할 이후에도 IPO를 추진할 계획은 없고, 상장 주체는 삼성에피스홀딩스가 될 것"이라며 "에피스의 기업 가치는 상장된 지주회사에 반영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2012년 설립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생명과학(Bio)과 과학(Episteme)을 합친 사명에 걸맞게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괄목할 성과를 거두며 성장을 이어왔다. 현재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비롯해 항암제, 황반변성 치료제, 희귀질환 치료제, 골다공증 치료제 등 총 11개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제품은 보령제약, 삼일제약, 한미약품 등 국내 제약사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국내 시장에 공급되며, 바이오젠, 오가논, 산도즈, 테바 등과 함께 북미 및 유럽 시장 공략도 병행하고 있다.

관계자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는 블록버스터 오리지널 의약품인 휴미라나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를 중심으로 개발하고 있다"며 "항체 치료제 중심의 2세대 바이오의약품에서 시작해, 점차 세포·유전자 치료제 등 3세대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파이프라인 / 이미지=삼성바이오에피스 기업소개 브로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파이프라인 / 이미지=삼성바이오에피스 기업소개 브로셔

"바이오시밀러, 오리지널 대비 800배 분자량··· 복잡한 제조기술 요구"

바이오의약품은 생물유래 물질을 기반으로 한 만큼 화학합성 의약품에 비해 분자 구조가 복잡하며, 생산 공정도 훨씬 정밀하고 고난도 기술이 요구된다. 실제로 분자량만 보더라도 화학의약품 대비 800배 이상 크기이며, 100% 동일 복제가 어려워 ‘제네릭’이 아닌 ‘바이오시밀러’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바이오시밀러 개발은 단순 복제가 아닌 고도의 기술력과 임상 검증을 필요로 하며,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글로벌 기준을 충족하는 품질과 안전성으로 주요 시장에 진출해왔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또한 차세대 치료제로 각광받는 항체약물접합체(ADC), 면역항암제, 유전자치료제 등 새로운 바이오 모달리티의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관계자는 "ADC는 항체의 표적 정확성과 화학항암제의 치료 효과를 결합한 기술로, 약효는 극대화하면서 부작용은 최소화할 수 있다"며 "실제로 유도미사일에 비유되며 항암제 분야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면역항암제는 면역체계를 활성화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대표 치료제인 키트루다는 이미 40개 이상의 암종에서 효능을 입증하며 단일 의약품으로 글로벌 매출 1위를 기록 중이다.

유전자치료제 역시 새로운 치료의 패러다임으로 부상 중이다. 바이러스 벡터를 이용해 환자의 세포 내에 특정 유전자를 전달하고 발현시키는 방식으로, 장기간 치료 효과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물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함께 ‘삼성라이프사이언스 펀드’를 통해 미국 유전자 치료제 기업 라투스 바이오에 투자하며 해당 분야에도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김경아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 / 사진=삼성바이오에피스
김경아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 / 사진=삼성바이오에피스

과학자 출신 CEO 김경아 대표, 전문성·리더십 모두 갖춰

회사는 지난해 말 대표를 교체하며 리더십에도 변화를 줬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수장은 김경아 대표다. 2015년 입사 이후 개발 조직을 총괄하며 R&D의 내실을 다져온 인물이다. 

김 대표는 미국 존스홉킨스대 박사 출신으로, 글로벌 제약사에서 경험을 쌓은 후 삼성에 합류했다. 회사 내부에서는 과학자 출신 CEO로서의 전문성과 리더십 모두를 인정받으며 대표이사로 자연스럽게 발탁됐다는 평가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김 대표는 실험실에서 직접 연구를 주도했을 뿐만 아니라 임상·허가 업무에도 깊이 관여해온 인물”이라며 “대표이사 취임 이후에도 경영과 과학을 아우르는 안정된 리더십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회사는 "삼성은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로 키우겠다는 확고한 비전을 갖고 있으며, 에피스는 그 중심에서 R&D를 주도할 것"이라며 "분할 이후에도 IPO 없이 안정적으로 연구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된 만큼 기술 중심의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23년 기준 연매출 1조5000억 원, 영업이익 4354억 원을 기록했으며, 석사 이상 인력이 임직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등 기술 집약형 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다.

분할 이후에는 삼성에피스홀딩스 산하의 독립된 R&D 기업으로 기능하면서도, 기존 삼성바이오로직스와는 형제회사 형태로 협력 관계를 이어간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생산을 맡고, 에피스는 개발과 상업화에 집중하게 된다”며 “삼성의 바이오 밸류체인이 CMO와 R&D로 분화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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