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中내 美 반도체 장비 반입에 제한둬···삼성·SK, 타격 불가피
中 자체 AI 칩 개발해 엔비디아 의존도↓···HBM 수요도↓ 예상

이미지=챗GPT 생성
이미지=챗GPT 생성

| 스마트에프엔 = 양대규 기자 | 미국의 대(對)중국 규제가 다시 한번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최근 알리바바가 자체 AI 반도체를 개발해 엔비디아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겨냥한 반도체 장비 규제를 강화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中내 美 반도체 장비 반입에 제한둬···삼성·SK, 타격 불가피

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반도체 기업의 중국 공장으로의 장비 반입에 대한 포괄적 허가를 취소하기로 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전망이 불투명졌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을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프로그램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미 정부는 2022년 10월 중국 반도체 산업 견제를 위해 반도체 장비의 중국 반입을 사실상 금지했다. 다만 VEU 자격이 있는 업체는 미국의 허가 없이도 미국산 장비를 중국으로 들여올 수 있었다.

삼성전자는 VEU 지위를 통해 미국산 장비를 중국 공장에 반입할 때마다 건별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특혜를 누렸다. 이는 중국 내 생산 시설의 안정적인 운영과 공정 전환에 필수적인 안전장치였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 지위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결정은 관보가 정식 게시되는 9월 2일(현지시간)로부터 120일 이후 실행될 예정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공장에서 낸드플래시의 40%를 생산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 공장에서 D램의 40%, 다롄 공장에서 낸드 20%를 생산하고 있다.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내년부터 중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메모리 반도체 공장들은 램리서치나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와 같은 미국의 반도체 첨단 장비를 활용할 수 없게 된다. 

최첨단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양사의 첨단 장비가 독점적으로 사용된다. 즉 이를 더이상 활용하지 못하는 중국 내 반도체 공장들의 기술력은 도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중국 내 양사의 공장은 한국 공장에 비해 1~2세대 늦은 공정의 제품을 양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왼쪽부터) 2025년 1분기 전세계 D램 점유율, 2분기 낸드 플래시 점유율 /자료=트렌드포스
(왼쪽부터) 2025년 1분기 전세계 D램 점유율, 2분기 낸드 플래시 점유율 /자료=트렌드포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생산 전략에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반도체 제조사인 마이크론이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1분기 D램 점유율은 36.0%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33.7%로 2위를 차지했으며, 마이크론은 24.3%로 3위를 기록했다. 낸드플래시는 2분기 기준 삼성전자가 32.9%로 1위를, SK하이닉스와 솔리다임을 포함한 SK는 21.1%로 2위를 각각 차지했다. 마이크론은 13.3%로 4위를 기록했다.

한국기업이 압도적인 1,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 규제의 영향으로 약 40%에 가까운 생산 시설이 반도체 시장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그만큼 마이크론과 같은 경쟁 기업에게 점유율을 일부 빼앗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K하이닉스의 HBM3E 모형 /사진=양대규 기자SK하이닉스의 HBM3E 모형 /사진=양대규 기자
K하이닉스의 HBM3E 모형 /사진=양대규 기자SK하이닉스의 HBM3E 모형 /사진=양대규 기자

中 자체 AI 칩으로 엔비디아 의존도↓···HBM 생산량 줄어들 수도

또한 최근 중국 알리바바가 자체 AI 칩을 통해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 메모리(HBM) 판매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다만 이는 경쟁사인 마이크론도 마찬가지라서 점유율에서 손해는 보지 않겠지만 전체 시장의 축소 가능성이 커지며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

중국은 막대한 국가 자본이 투입되는 국가 주도의 전략적 과제로 미국의 반도체 패권을 극복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3440억위안(약 65조원) 규모로 조성된 3기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일명 '대기금')을 필두로, 지방 정부들까지 자체 펀드를 조성하며 AI 반도체 100% 자급률을 목표로 내걸고 있다. 모든 관련 투자를 합산하면 그 규모는 6000억 달러(약 80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산도 나온다. 이런 천문학적인 자금은 2027년까지 AI 칩 자급률 82% 달성이라는 야심 찬 목표를 뒷받침한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중국 제재가 역설적으로 중국의 AI 반도체 자급자족을 가속화시켜 장기적으로 한국 기업의 핵심 수익원인 HBM 시장 지배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전략적 위협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AI 반도체의 배출 증가로 중국내 엔비디아의 매출이 감소되면서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판매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번 트럼프발 규제 리스크가 단기적으로는 엔비디아와 중국 기업 간 경쟁 구도 변화로 나타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전략적 대응력이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기술 패권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이 어떤 해법을 마련할 지가 향후 글로벌 반도체 판도에 중대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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