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엔비디아에 HBM4  공급 기대감↑
테슬라·애플, 삼성 파운드리와 계약
SK하이닉스·TSMC와 같은 기술경쟁력 필요

삼성전자가 매년 개최하는 '삼성 파운드리 포럼'은 고객에 반도체 공정 기술 로드맵을 소개하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경쟁력을 알리기 위한 자리다.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4'와 'SAFE(Samsung Advanced Foundry Ecosystem) 포럼 2024' 행사장이 참석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연합
삼성전자가 매년 개최하는 '삼성 파운드리 포럼'은 고객에 반도체 공정 기술 로드맵을 소개하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경쟁력을 알리기 위한 자리다.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4'와 'SAFE(Samsung Advanced Foundry Ecosystem) 포럼 2024' 행사장이 참석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연합

| 스마트에프엔 = 양대규 기자 | 삼성전자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이 메모리와 비메모리 영역에서 동시에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며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메모리부문에서는 SK하이닉스에 밀렸던 고대역폭메모리(HBM) 영역에서, 비메모리부문에서는 TSMC에 밀렸던 파운드리 부문에서 최근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의 실적 개선의 이유가 경쟁사를 압도하는 기술력보다는 주요 고객사의 공급망 다각화 전략 또는 가격 경쟁력 등 일종의 '틈새시장 확보'라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예전의 삼성전자 반도체가 보여준 '초격차'는 더이상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엔비디아에 HBM4  공급 기대감↑···테슬라·애플, 삼성 파운드리 채택

2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제공한 6세대 HBM인 HBM4 샘플이 초기 시제품 및 품질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HBM4는 양산을 위한 마지막 관문인 '프리 프로덕션(Pre-Production, PP)' 단계에 진입할 예정이다. 

이 단계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와의 호환성, 특정 온도 조건에서의 내구성 등 실제 양산 환경과 동일한 수준의 엄격한 검증을 거치는 과정이다. PP 단계를 성공적으로 통과한다면, 이르면 올해 11월부터 대량 생산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 시점은 엔비디아가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Rubin)'을 출시하는 로드맵과 일치한다. 이는 삼성이 HBM4 시장의 핵심 공급사로 진입할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삼성 HBM3E에 남긴 사인. /사진=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삼성 HBM3E에 남긴 사인. /사진=연합뉴스

경쟁사인 SK하이닉스 역시 HBM4 샘플을 조기에 납품하고 10월 양산을 목표로 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다만 시장의 절대적 수요자인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단일 공급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신뢰할 수 있는 2차 공급사를 확보함으로써 SK하이닉스의 독점적 지위를 견제하고 가격 협상력을 높이며,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메모리 부문도 반등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테슬라와 애플의 주요 반도체 물량을 일부 수주하면서 글로벌 고객사를 확대했다. 내년 출시 예정인 갤럭시 차기 제품에 자체 개발한 ‘엑시노스’ 칩셋 탑재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실적 개선 기대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테슬라와 8년간 22조7000억원 규모의 차세대 AI 칩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삼성 파운드리 역사상 단일 최대 규모의 수주다. 이 계약의 핵심은 금액 보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도입하는 '2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으로 수주했다는 점이다. GAA는 기존 핀펫(FinFET) 구조의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는 차세대 트랜지스터 기술로 삼성이 TSMC를 추월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이와 함께 애플은 미국 오스틴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새로운 칩 제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애플 측은 "아이폰을 포함한 애플 제품의 전력 효율성과 성능을 최적화하는 칩을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약 10년 만에 성사된 삼성전자와 애플의 계약이다. 

업계는 애플에 공급하는 칩이 '이미지 센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도널트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따라 미국 내 이미지센서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애플의 선택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차세대 갤럭시 S 제품에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 반도체인 '엑시노스'를 사용할 것이라는 소식도 들리고 있다. 퀄컴의 스냅드래곤 가격이 점점 올라가면서 갤럭시 시리즈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근 트럼프 관세로 TSMC가 파운드리 단가를 높이면서 퀄컴의 최신 스냅드래곤의 가격도 크게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엑시노스2500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엑시노스2500 /사진=삼성전자

HBM서 SK하이닉스와 같은 경쟁력 보여야  

이런 호재들은 지난해부터 부진을 면치 못했던 삼성전자 반도체의 턴어라운드를 기대하게 만든다. 다만 그럼에도 업계 전반에서는 삼성전자 반도체의 근본적인 경쟁력에는 여전히 의문을 보이고 있다.

우선 HBM 시장에서 아직까지 엔비디아의 검증을 받은 실질적인 성과는 없는 상태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의 지속적인 협업으로 신뢰를 쌓아왔다. 그 결과 올해 1분기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의 압도적인 성과에 힘입어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D램 시장 점유율 1위에 등극했다. 

반면 삼성전자의 5세대 제품인 HBM3E가 엔비디아의 품질 검증(Qualification)을 통과하는 데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공급이 지연됐다. 이에 삼성전자는 AI 가속기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에 따른 수혜를 온전히 누리지 못했다. AMD나 브로드컴 등 비(非)엔비디아 고객사로의 HBM3E 판매를 늘리기는 했으나 시장의 주류인 엔비디아 생태계 진입 실패는 막대한 기회비용과 함께 기술력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저하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HBM3E에서 80%에 육박하는 높은 수율을 조기에 달성하며 엔비디아에 대한 독점적 공급 지위를 확고히 했다. 이 기술적 격차가 두 회사의 D램 시장 점유율 역전 현상을 초래한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적된다.

파운드리, TSMC보다 경쟁력↓··· 엑시노스도 퀄컴 대비 성능↓

파운드리 수주 역시 TSMC의 최첨단 공정과 비교해 밀리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테슬라가 삼성전자의 2나노 공정 계약을 체결했지만 최신 반도체의 주요 고객인 엔비디아, 애플, 퀄컴 등 주요 빅테크들은 TSMC의 최신 공정을 신뢰하고 있기 때문이다. 

3나노에서 삼성전자는 공정의 수율 안정화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최상위 고객사들을 유치하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애플이 아이폰 16 프로에 탑재되는 최신 'A18 Pro' 칩 생산을 TSMC의 2세대 3나노 공정(N3E)에 맡긴 것은 이 기술 격차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애플이 이번에 삼성전자와 계약을 진행한 칩도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가 아닌 이미지센서다. 또한 생산 거점이 미국 오스틴팹으로 여기는 선단 공정이 아닌 범용칩을 생산하는 거점이다. 

TSMC/ 사진=플리커
TSMC/ 사진=플리커

양사의 기술력은 점유율 차이에서 명확히 보여진다. 올해 1분기 TSMC는 시장 점유율을 67.6%까지 끌어올리며 독주 체제를 공고히 한 반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7.7%로 축소됐다. 이는 TSMC와의 격차가 60%포인트에 육박할 정도로 벌어졌음을 의미한다. 

엑시노스 또한 퀄컴 스냅드래곤 제품군과 비교할 때 성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나타난 벤치마크 점수에 따르면 엑시노스 2500의 순수 CPU 및 GPU 성능은 경쟁 제품인 퀄컴의 스냅드래곤 8 4세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TSMC 최첨단 파운드리에서 생산되는 스냅드래곤의 가격이 크게 올라가면서 삼성전자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엑시노스를 사용할 수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반도체의 '부활'은 구호가 아닌 실제 진행 중인 전략적 움직임이다. HBM4의 엔비디아 품질 검증 통과와 테슬라의 2나노 수주는 단순한 희망 회로가 아닌, 구체적인 반전의 신호탄으로 보여진다. 다만 긍정적 신호들은 아직 '잠재력'의 단계에 있으며, '실현된 매출'로 이어지기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남아있다.

삼성전자가 단기간에 SK하이닉스나 TSMC를 압도하며 과거의 절대적 지위를 되찾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HBM4와 2나노 GAA 공정의 성공적인 안착을 통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AI 메모리와 첨단 파운드리라는 핵심 성장 분야에서 강력한 '도전자'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마트에프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