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C·CLA·콘셉트 AMG·비전 V 공개
LG·삼성과 전장 동맹, 리테일 오브 더 퓨처까지 한 번에

| 스마트에프엔 = 김종훈 기자 | 14일 오전 10시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스튜디오파라다이스. 블랙과 실버 조명이 교차하는 무대 위 대형 스크린에 'Mercedes-Benz Future Strategy Conference'라는 문구가 떠오르자 객석에서는 스마트폰 셔터 소리가 짧게 연달아 터졌다. 행사장은 통역기를 귀에 건 취재진과 업계 관계자들로 거의 만석이었다.
조명이 서서히 줄어들고, 무대 중앙으로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AG 이사회 의장 겸 CEO 올라 칼레니우스가 걸어 나왔다. 한국을 '가장 역동적인 핵심 시장'으로 지목해 온 글로벌 CEO가 방한해 미래 모빌리티 전략을 꺼내 든 순간이다.
연단에 오른 칼레니우스 CEO는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럭셔리 전략을 축으로 중장기 비전을 설명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전기차 아키텍처 기반으로 어떤 차급에 집중하고, 탈 내연기관 시대에 브랜드를 어떻게 정의할지에 대한 로드맵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모든 차급에서 '모두가 선망하는 자동차'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27년까지 순수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동화 기반 내연기관을 합쳐 40종이 넘는 신차를 선보여 고객 선택지를 넓혀가겠다."

벤츠가 그린 다음 10년, 'NEW CAR' 공개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번 간담회에서 2026년 이후 국내 시장에 도입할 ▲디 올-뉴 일렉트릭 GLC ▲디 올-뉴 일렉트릭 CLA ▲콘셉트 AMG GT XX ▲비전 V 등 4종의 모델을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디 올-뉴 일렉트릭 GLC는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전용 아키텍처 MB.EA를 적용한 중형 전기 SUV다. 새로운 크롬 그릴과 일체형 디스플레이, 기존 대비 넓어진 실내 공간이 특징이다.
디 올-뉴 일렉트릭 CLA는 메르세데스-벤츠 자체 운영체제 MB.OS를 탑재한 전동화 콤팩트 차급 차종이다. 스마트하고 감성적이며, 효율적이고 유연한 모델이다.
콘셉트 AMG GT XX는 향후 AMG 전기 아키텍처 기반으로 한 4도어 전기 스포츠카 개발 방향을 보여주는 모델이다. 3개의 축방향 자속 모터와 고성능 배터리 시스템을 적용해 고출력, 반복 가속 성능, 초고속 충전 가능성을 시험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마지막 비전 V는 밴 전기 아키텍처를 바탕으로 쇼퍼 드리븐 리무진 콘셉트카로, 넓은 실내와 대형 디스플레이를 활용해 VLS 가 제시할 새로운 방향을 미리 보여줬다.
행사장에는 콘셉트 AMG GT XX, 디 올-뉴 CLA, 디 올-뉴 일렉트릭 GLC, 비전 V가 나란히 전시돼 관계자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실내조명이 차량 실루엣을 따라 흘러내리며, 벤츠가 그리고 있는 '미래'를 시각적으로 압축해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한국은 브랜드 전략 실험무대
이날 칼레니우스 CEO는 글로벌 전략 속에서 한국 시장이 갖는 상징성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지난 7월 서울 압구정에 문을 연 마이바흐 전용 브랜드 센터를 언급하며 "한국은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마이바흐 시장이자, 메르세데스-벤츠에게 상징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라고 말했다.
한국 시장은 전기차, 플래그십 세단, 고가 SUV까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동시에, IT·배터리·소프트웨어 산업이 촘촘히 얽혀 있는 곳이다. 이날 미래 전략 간담회가 독일도, 미국도 아닌 한국에서 열리고 차세대 전기차 라인업이 국내에서 먼저 공개된 배경이다.
판매 방식도 바꾼다···'리테일 오브 더 퓨처' 한국 상륙
메르세데스-벤츠는 제품뿐 아니라 판매 방식 변화도 예고했다. 칼레니우스 CEO는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내년 도입할 새로운 판매 모델 리테일 오브 더 퓨처의 개요와 글로벌 성과도 소개했다.
리테일 오브 더 퓨처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유럽 등 12개국에 먼저 도입한 고객 중심 판매 방식이다. 제조사가 가격과 재고를 직접 관리하고 딜러는 컨설팅과 서비스에 집중하는 구조다. 메르세데스-벤츠 관계자는 "이미 도입된 시장에서 고객 만족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삼성과 연쇄 회동···한국은 '전장 테스트베드'
이번 방한 기간 칼레니우스 CEO는 LG, 삼성 등 한국 주요 전장 파트너사들과 비즈니스 미팅도 진행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인포테인먼트 등 분야별 협력 강화를 통해 한국 고객에게 월드클래스 수준의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LG전자·LG디스플레이와는 차량용 디스플레이와 인포테인먼트, LG에너지솔루션과는 배터리 공급 및 차세대 셀 기술 협력, 삼성과는 반도체·배터리·전장 솔루션 협업이 주요 의제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이 결합된 미래 모빌리티에서, 독일 완성차와 한국 전자·배터리 기업의 공조 폭이 더 넓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한 전장 업계 관계자는 "벤츠가 한국을 미래 전략 발표 무대로 택하고, 동시에 LG·삼성과 연쇄 회동을 한 것은 한국을 R&D, 전장 테스트베드로 보겠다는 신호에 가깝다"며 "향후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 고성능 칩셋, 대형 OLED·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 등에서 공동 프로젝트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날 칼레니우스 CEO는 방한 기간 LG와 삼성과의 회동에 대해 "혁신과 기술을 주제로 한 장기 로드맵 논의였다"고 설명했다. 내년 출시 차량에 들어갈 기술은 이미 3~4년 전 협의가 끝났으며, 이번 논의는 수년 뒤 선보일 차세대 인포테인먼트·배터리·전장 및 디지털 경험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그는 구체적인 제품과 기술 내용은 "다음에 한국을 다시 찾을 때 차량으로 보여주겠다"며 공개를 미뤘다.

'모두가 선망하는 차', 한국 시장 과제는···
이날 간담회는 메르세데스-벤츠가 한국을 향해 내놓은 러브콜이자 시험대에 가깝다.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MB.EA·AMG.EA·VAN.EA), 자체 운영체제, 새로운 판매 방식, 그리고 한국 전장·배터리 기업과의 동맹까지 한꺼번에 꺼내 든 셈이다.
과제도 적지 않다. 국내 전기차 시장은 이미 현대차·기아의 전용 전기차와 테슬라가 각축을 벌이고 있고, 고금리·고물가 환경에서 프리미엄 전기차 수요가 얼마나 지속될지 여부도 변수다. 여러 아키텍처와 파워트레인을 동시에 운영하는 전략이 실제 시장에서는 가격과 서비스로 인해 복잡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무대에 줄지어 선 자동차는 메르세데스-벤츠가 한국을 단순한 판매 시장이 아니라 '미래 전략의 전면'으로 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말하는 '모두가 선망하는 자동차'가 국내 소비자에게 어떤 설득력을 가질지, 그리고 한국 전자·배터리 기업과의 공조가 어떤 결과물로 돌아올지가 향후 몇 년간 이 시장을 지켜볼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한편, 행사장 밖에서는 인천 청라 화재 피해 주민 모임이 집회를 열고 직접 피해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항의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마티아스 바이틀 대표이사는 "청라 화재로 피해를 입은 모든 주민들께 다시 한 번 애석한 마음을 전한다"며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메르세데스-벤츠는 주민들의 일상 복귀를 위해 정기적인 대화와 지원을 이어가고 있고, 피해를 보신 분들이 정당하게 받아야 할 도움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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