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 121억원 횡령 연루 직원 사망 이어 또다시 사망
NH농협은행 최근 1년여간 금융사고 규모 943억원
"내부통제 부실이 잇단 죽음 부른게 아니냐" 지적도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본사. 사진=김준하 기자.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본사. 사진=김준하 기자.

수백억원 규모 불법 대출 의혹으로 NH농협은행에 대한 검찰의 강제 수사가 진행된 가운데, 관련 검찰 수사를 받던 50대 농협은행 직원이 사망해 주목된다. 농협은행에선 지난해에도 100억원대 횡령에 연루된 직원이 사망한 바 있어, 농협은행의 부실한 내부통제가 잇단 비극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농협은행 본사 직원 A씨가 지난 4일 인천 모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구체적인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A씨는 서영홀딩스, 서영산업개발과 관련된 최대 수백억원대 규모 불법 대출 의혹으로 검찰 수사망에 올랐던 인물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이와 관련 입장을 묻는 본보 질문에 "아는 바 없다"고 밝혔다. 

2023년 10월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승남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석용 당시 NH농협은행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국회 영상회의록시스템 캡처 
2023년 10월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승남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석용 당시 NH농협은행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국회 영상회의록시스템 캡처 

◆ 농협은행-서영홀딩스 부당대출 의혹

본보가 파악한 농협은행과 서영홀딩스의 관계는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농협은행 경기본부는 2021년 3월 서영홀딩스와 특수관계이자 경기신문 최대주주(지분율 80%)인 서영산업개발과 금융지원 업무협약을 맺었다. 당시 업무협약으로 인해 농협은행 경기본부는 1년 동안 서영산업개발의 주거래 은행 업무를 수행하게 됐다.  

이후 2023년 국정감사에서 농협은행과 서영홀딩스 간 부당대출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승남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협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2022년 5월과 2023년 4월, 3차례에 걸쳐 서영홀딩스에 총 302억원의 대출을 내줬다. 서영홀딩스는 부동산임대업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업체로,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 소재 토지를 매입하고 건물을 세우기 위해 토지 매입비 94억원, 건축비 208억원을 농협은행으로부터 대출받았다.

서영홀딩스는 94억원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관계사를 연대보증인으로 세웠으며, 건축비 대출금 중 100억원은 신용보증기금 보증서 100%, 108억원은 경영주의 부동산과 비상장주식을 담보로 제공했다. 또한 다른 관계사가 자금보충을 확약했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은 신용보증기금 보증서 발급 시점과 농협은행의 대출 승인 시점이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영홀딩스가 건축비 대출을 위해 신용보증기금 보증서를 발급받은 시기는 2023년 3월(40억원)과 같은 해 9월(60억원)인데 농협은행은 4월에 이미 100억원의 대출을 승인해줬던 것이다. 신용보증기금 보증서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미리 대출을 승인해 준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또한 김 전 의원은 "농협은행이 2차 건축비 108억원을 대출할 때 경영진이 제공한 담보의 가치는 32억원에 불과하다"면서 "관계사가 자금보충 확약을 했다는 이유로 32억원의 가치를 가진 담보로 108억원을 대출해주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라며 특혜 대출 의혹을 제기했다.

김 전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제기한 의혹이 사실이라면 최소 208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이 일어난 것이다.

검찰은 최근 이와 관련한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이준동)는 지난달 6일 A씨가 근무한 농협은행 본사와 서영홀딩스, 서영산업개발 등을 압수수색했다.

지난해 9월 공시된 NH농협은행의 금융사고 내용. 2020년 1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약 4년 동안 121억원 규모의 횡령이 발생했다. 자료=NH농협은행
NH농협은행이 지난해 9월 공시한 금융사고 내용. 2020년 1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약 4년 동안 121억원 규모의 횡령이 발생했다. 자료=NH농협은행

 지난해 농협은행 121억원 횡령 발생···그해 8월 직원 사망

금융사고와 관련된 농협은행 직원이 사망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농협은행 서울 영업점에서 121억원 규모의 횡령을 벌인 30대 직원 B씨는 지난해 8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농협은행 공시에 따르면 해당 금융사고는 2020년 1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약 4년간 벌어졌다. B씨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은행 공시와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잠정)를 종합하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 현재까지 농협은행에서 벌어진 금융사고 규모는 943억원에 달한다. 특히, 지난 2월 금융감독원은 농협은행에서 649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이 일어났다는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검사에선 ▲허위 매매계약서를 이용한 감정평가액 부풀리기 ▲브로커와 공모해 허위차주 명의로 대출 취급 ▲일부 대출에 대해 차주로부터 금품 수수 등 비리 행위가 적발됐다.

농협은행의 부실한 내부통제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수개월 전 농협은행 직원 사망 소식이 잊혀지나 싶었는데 안타까운 마음"이라면서 "일차적으로 이들의 죽음은 개인의 책임이지만 공통적으로 금융사고와 관련 있다는 점에서 농협은행의 내부통제 부실이 잇단 죽음을 부른게 아니냐는 지적도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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