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 토론회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스테이블코인'에 관한 질문을 던지며 가상자산에 대한 논의에 불이 지펴지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원화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이 안정적일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이준석 후보는 불법자금 송금 등에 악용될 우려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꼬집었다. 한국은행은 스테이블코인이 통화주권을 침해하고 금융안정을 해칠 수 있어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난 18일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경제 분야)에서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에게 "(법정화폐) 담보형 스테이블코인 중에서 미국 달러화를 기반으로 한 코인 외에는 실제 사용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USDT(테더), USDC(USD코인)가 90% 이상 유통되고 있는데 이 둘이 어떻게 다른지 알고 있느냐"고 질문했다.
이재명 후보가 즉답을 피하자 이준석 후보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스테이블코인은 자금의 불법적인 유통을 막기 위해 어떤 장치를 갖추고 있느냐"며 “USDC는 대북송금을 하더라도 계좌를 동결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안전한데,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이 없다면 작전주 하던 것처럼 시장을 들썩이게 하는 효과밖에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동일한 가치의 액수만큼 예치해 두고 그에 맞게 코인을 발행하도록 허용할 것이기 때문에 안정성이 있다"며 "지급준비율은 1:1로 할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이재명 후보는 지난 8일 경제 유튜버들과의 토크쇼에서 "원화 기반의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만들어야 국부유출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등의 법정화폐나 특정자산(채권·금·석유·부동산·암호화폐 등)에 가치를 연동해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된 가상자산이다. 미국 달러에 가치를 연동한 USDT와 USDC 등이 가장 흔히 쓰인다.
과거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대표가 만든 테라·루나도 스테이블코인의 일종이었다. 다만, 테라·루나는 법정화폐 담보 없이 알고리즘을 통해 루나의 공급량을 조절해 테라의 가치를 1달러에 맞추는 구조였다. 다만 테라가 1달러 페깅(고정)에 실패하면서 급격히 하락하자 테라와 루나는 모두 폭락했다.
원화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이 없었던 건 아니다. 테라폼랩스가 테라 블록체인 상에서 발행했던 테라KRW(KRT)는 1KRT가 대한민국 1원의 가치에 연동되도록 설계됐었다. 하지만 ‘테라·루나 사태’로 인해 사실상 가치를 잃어 현재는 사용되지 않는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암호화폐 데이터 플랫폼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19일 기준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시가총액은 2191억달러(약 306조원)로 1년 전의 1537억달러(약 215조원)에 비해 약 43% 성장했다.
다만 스테이블코인의 불법 거래와 자금세탁 등에 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이정두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3일 '자본시장 활성화와 금융안정' 컨퍼런스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 규모가 커지면서 제도보완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불법 거래를 방지하기 위한 모니터링 체계의 보완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내에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 자금세탁방지제도(AML)/테러자금조달금지(CFT) 시스템 차원에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제컴플라이언스협회(ICA)는 "일부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는 의도적으로 투명성을 회피하고 있다"며 "발행한 토큰의 준비금에 대한 감사를 거부하거나, 회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형식적인 검토만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법 무기 거래, 마약 밀매, 인신매매 등 중대한 범죄 활동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사용되고 있다는 증거가 증가하고 있으며, 제재 대상국이나 고위험 관할지역 간의 거래에서 선호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은행은 스테이블코인이 통화주권을 침해하고 금융안정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4월 발표한 '2024년도 지급결제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일반 가상자산과 달리 지급수단적 특성을 내재하고 있어 이용이 확대될 경우 법정통화 수요를 대체하면서 통화주권을 침해하고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부 충격으로 인한 코인런 발생 시 관련 리스크가 전통 금융시장으로 전이되면서, 금융안정과 지급결제시스템의 안전성이 저해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도입 및 규제 방안 마련 시 매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번 주 중에 '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 입법)'을 국회에 발의할 예정이다. 이 법안은 가상자산을 '블록체인 기반의 경제적 가치를 지닌 전자적 기록'으로 정의해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며, ICO(암호화폐 업체가 투자 자금을 모집하기 위해 암호화폐의 일부를 현금이나 다른 암호화폐를 받고 넘겨주는 것) 허용, 디지털자산위원회 신설, 상장심사위원회 설치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스테이블코인에 관해서는 금융위원회의 사전 인가와, 50억원 이상의 준비금 확보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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