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사진=김준하 기자
삼성생명. /사진=김준하 기자

| 스마트에프엔 = 한시온 기자 | 삼성생명이 고객이 맡긴 자산을 주식으로 운용하는 과정에서 절차를 위반한 사실이 드러나 금융당국으로부터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일 삼성생명에 과태료 9000만원을 부과하고, 관련 임직원에 대해서는 회사 내부 규정에 따라 자체적으로 처리하도록 했다. 제재 사유는 '불건전 영업행위 금지' 의무 위반으로 고객 자산을 한꺼번에 묶어 거래할 때 지켜야 하는 집합주문 절차를 지키지 않은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번 사건은 보험상품 판매나 운영이 아닌 삼성생명이 겸업으로 운영하는 신탁업무(고객 자산 운용) 과정에서 발생했다. 신탁업은 고객이 맡긴 돈이나 자산을 대신 관리·투자하는 사업으로 보험사가 인허가를 받아 겸업할 수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한국 내 신탁업을 영위하는 금융회사는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총 60여곳이며, 이 중 은행과 증권사를 포함한 겸영 신탁회사의 수탁고(운용 중인 신탁재산 규모)는 약 951조1000억원에 달했다. 은행이 신탁업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부동산신탁사를 제외할 경우 그 뒤를 증권사와 보험사가 잇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가 자본시장법상 '신탁재산의 집합주문 처리절차' 위반으로 제재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본시장법은 신탁업자가 고객의 각 신탁계약 재산을 개별적으로 운용하도록 규정하고 이를 여러 계약 재산과 섞어 운용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다만 매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고객 자산을 함께 주문할 수는 있으나 이 경우 미리 자산 배분 비율을 정하고 '자산배분명세'에 따라 결과를 공정하게 배분해야 한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2020년 8월 31일부터 9월 3일까지 여러 신탁계약 재산을 한꺼번에 매매 주문하면서도 사전에 자산 배분 비율을 정하지 않았다. 이후 총 3차례(거래금액 33억6000만원)에 걸쳐 주식을 처분하고, 체결 단가를 임의로 평균해 각 신탁재산에 배분한 사실이 확인됐다.

금감원은 이를 법이 정한 공정 배분 절차를 어긴 것으로 보고 '불건전 영업행위 금지'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한편, 2024년 한 해 동안 삼성생명은 총 9건의 제재를 받아 생명보험사 가운데 가장 많은 제재 건수를 기록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이번 금감원 제재와 관련해 "당시 과태료 부과와 관련된 내부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아 절차상 미비가 있었다"며, "집합주문 과정에서 사전 자산배분명세를 마련하지 않은 것도 규정 부재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절차 위반으로 고객 자산에 손해는 없었으며, 현재 관련 규정은 모두 정비를 마친 상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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