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소재의 IBK기업은행 사옥 앞 모습. 사진=김준하 기자
서울 중구 소재의 IBK기업은행 사옥 앞 모습. 사진=김준하 기자

IBK기업은행에서 총 882억원의 금융사고가 발생해 주목된다. 한 기업은행 퇴직직원이 현직 직원과 공모해 대규모 부당대출을 일으킨 사실 등이 드러난 것이다. 게다가 기업은행이 금융사고를 금융당국에 알리지 않고, 조직적으로 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하려 했다는 정황도 확인됐다. 

금감원은 25일 '이해관계자 등과의 부당거래에 대한 최근 금감원 검사사례' 자료에서 이같이 밝혔다.

앞서 기업은행은 지난 1월 업무상 배임 등에 따른 239억5000만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해당 금융사고는 은행 자체감사를 통해 발견됐고, 이를 보고받은 금감원이 현장 검사를 실시한 결과, 금융사고 금액이 882억원으로 늘어난 것이다.

기업은행의 한 퇴직직원이 주축이 된 부당대출 규모가 가장 컸다. 기업은행에서 14년 간 근무했던 G씨는 기업은행 직원인 배우자(대출 심사역), 입행동기(심사센터장, 지점장), 사모임 등을 통해 친해진 임직원 28명과 공모, 2017년 6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약 7년 동안 785억원(51건)의 부당대출을 받았다. 

G씨와 일당은 ▲허위 자료를 이용해 자기자금 없이 토지 구입 명목으로 64억원 대출 ▲거래처를 통해 일시적으로 조달한 차입금을 자기자본처럼 꾸며 지식산업센터 공사비 명목으로 59억원 대출 ▲건설사의 청탁을 받고 허위 매매계약서를 통해 부풀린 매매가로 216억원 대출을 하는 등 다양한 수법으로 부당대출을 벌였다.

특히 216억원 대출 사례에서 G씨는 대출을 알선한 대가로 건설사로부터 12억원을 수수한 혐의가 있고, 이를 공모한 심사센터장 H씨는 G씨로부터 현금 2억원과 G씨의 차명법인 지분 20%를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퇴직직원 G씨와 일당이 벌인 216억원 규모의 부당대출 구조도. 자료=금융감독원
퇴직직원 G씨와 일당이 벌인 216억원 규모의 부당대출 구조도. 자료=금융감독원

심사센터장 H씨는 A법인의 대표를 본인의 처형으로 바꾸고서 이 법인에 내주는 27억원의 대출을 본인이 심사했다. 이 대가로 H씨는 A법인으로부터 처형의 급여 계좌로 9800만원을 받고, A법인의 법인카드로 골프비를 결제했다.

금감원은 부당대출에 연루된 8명이 G씨로부터 총 15억7000만원의 금품을 수수했고, 여러 임직원이 G씨로부터 국내외에서 골프접대를 받은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기업은행이 비위행위 제보를 받아 자체조사를 통해 금융사고를 알게 됐지만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별도 문건을 마련해 사고를 은폐·축소하려고 했다고도 밝혔다. 금감원 검사기간 중인 지난 1월 은행 부서장 지시 등으로 직원들이 271개의 파일 및 사내 메신저 기록을 삭제하는 등 조직적으로 검사를 방해한 혐의도 받는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부당대출 882억원의 대출잔액은 535억원이며 이 중 95억원(17.8%)이 부실화됐다. 금감원은 "부당대출 적발 이후 대출 돌려막기 등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앞으로 부실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은 "이번 사건으로 고객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금감원 감사 결과를 철저한 반성의 기회로 삼아, 빈틈없는 후속조치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IBK는 금감원 지적사항을 포함해 업무 프로세스, 내부통제, 조직문화 전반에 걸친 강도 높은 쇄신책을 조만간 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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