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소재의 우리은행 본점 사옥. 사진=김준하 기자
서울 중구 소재의 우리은행 본점 사옥. 사진=김준하 기자

우리은행에서 2334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이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 관련 부당대출은 기존의 350억원에서 두 배 이상 늘어나 총 730억원으로 잠정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은 4일 우리·KB국민·NH농협은행 등 금융기관에 대한 정기검사 결과(잠정)를 발표하는 기자설명회에서 이같이 설명했다.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규모 2배 이상 늘어나···총 730억원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친인척 관련 의심대출 350억원 외에도, 임직원들이 개입한 380억원의 부당대출이 추가로 적발됐다. 부당대출 규모는 총 730억원인 셈이다.

해당 730억원 중 451억원(약 62%)은 2023년 3월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취임 이후 취급된 대출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금감원은 730억원 중 338억원(약 46%)이 부실화(채무 상환이 어려워지는 상태)됐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이미 적발된 손 전 회장의 부당대출 금액 350억원 중 약 85%가 부실화된 점을 볼 때, 현 경영진 취임 이후 취급돼 정상(연체로 취급되지 않은 금액)으로 분류된 328억원도 부실화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의 부당대출 금액이 기존 350억원에서 380억원이 추가로 드러나 총 730억원 규모라고 발표했다. 자료=금융감독원
금감원은 우리은행의 부당대출 금액이 기존 350억원에서 380억원이 추가로 드러나 총 730억원 규모라고 발표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추가 적발된 부당대출 380억원은 ▲시설자금대출을 취급하면서 이미 부도가 나 결제되지 않는 수표를 정상적인 거래 증빙 자료로 인정해 대출을 승인한 것 ▲계약서 등 고객이 제출한 서류의 진위를 소홀히 확인한 것 ▲대출 심사 과정에서 차주의 재정 상태와 대출 상환 능력을 미흡하게 평가한 것 등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손 전 회장의 친인척 대출을 취급한 지역본부장이 한 법인에 42억7000만원의 대출을 내주는 과정에서 회사 규정을 여러 번 위반한 데다가, 퇴직 후인 지난해 4월부터 대출을 내준 농업법인에 재취업한 사실도 확인됐다.

◆고위 임직원 27명이 1604억원 부당대출···아내 계좌로 3800만원 뇌물 받은 정황도

우리은행의 전현직 고위 임직원 27명의 부당대출 1604억원도 드러났다. 이 중 987억원(약 62%)이 현 경영진 취임 이후 취급된 것이다. 부당대출 금액 1604억원 중 1229억원(약 77%)가 부실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 "단기성과 등을 위해 대출심사·사후관리를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은행 고위 임원(부행장)이 교회에서 알게 된 대출 브로커를 자신이 아는 지점장에게 소개하고, 이 브로커를 통해 17억8000만원의 대출을 승인하는 대가로 자신의 아내 계좌에 3800만원을 받은 정황이 확인됐다.

부동산 대출을 강행하기 위해 서류를 조작하고 내부 심사 담당자를 압박한 사례도 있었다.

한 법인(A사)이 부동산을 사기 위해 250억원의 대출을 신청했지만 본부 심사에서 거절당하자, 한 우리은행 지점장이 A사와 모의해 대출이 승인되도록 계약서의 조건과 금액을 조작했다. 해당 지점장은 대출 승인을 원치 않던 대출심사 담당자에게 "대출이 승인되지 않으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로 압력을 가해 강제로 대출을 승인시켰다. 이뿐만 아니라 대출 승인 후 A사는 대출금의 일부를 제3자에게 지급했지만 지점장은 이를 방조했다는 것이 금감원의 설명이다.

정진완 은행장(오른쪽)이 지점에 있는 금고의 잠금장치 이상 유무 및 관리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정진완 은행장(오른쪽)이 지점에 있는 금고의 잠금장치 이상 유무 및 관리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우리은행은 지난달 31일부터 영업현장의 내부통제강화 방안으로서 지점장이 직접 금고를 관리하기로 4일 밝혔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진짜 내부통제'가 돼야만 소비자와 시장의 신뢰가 두터워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금감원은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에서도 수백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이 벌어졌다고 발표했다. 우리·KB국민·NH농협 등 3개 은행에서 총 3875억원, 건수로는 482건의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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