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지난해 금융지주·은행 등 검사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감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지난해 금융지주·은행 등 검사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우리은행에서 총 2334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이 발생했다는 정기검사 결과를 4일 발표하면서, 관련 내용이 우리금융그룹이 추진 중인 동양생명·ABL생명 M&A(인수·합병)의 변수로 떠올랐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중국 다자보험이 대주주로 있는 중국계 보험사다.

이날 금감원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총 730억원과 고위 임직원 27명이 개입한 부당대출 1604억원에 관한 검사를 발표했다.

이번 금융사고로 인해 우리금융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현재의 2등급에서 3등급 이하로 하향 조정된다면,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인수 자체가 어려워 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영실태평가 등급은 금감원의 정기검사를 기반으로 결정되며, 1등급(우수)∼5등급(위험)으로 구분한다. 우리금융이 동양·ABL생명을 인수하려면 경영실태평가에서 2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특히 이번 평가에서 내부통제 항목이 독립된 평가 항목으로 분리되었고 가중치도 기존 5.3%에서 15%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내부통제 부실이 드러난 우리금융그룹의 평가 등급이 2등급에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자료=금융감독원
자료=금융감독원

이복현 금감원장은 "부실한 내부통제나 불건전한 조직 문화에 대해 상을 줄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2월 중에 금융위에 (경영실태평가)관련 내용을 송부해야 금융위에서 3월에는 판단할 수 있다"며 이달 중 평가 결과를 낼 것을 시사했다.

다만 금감원에서 3등급 이하 등급을 받더라도 인수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금융당국의 규정에 따르면 경영실태평가가 2등급 미만이더라도 자본금 증액 등의 보완 조치를 통해 요건을 충족한다고 금융위원회가 인정한다면 인수가 가능하다.

1조5000억원 이상 규모의 한·중 M&A 거래를 금융당국이 쉽게 불허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내부통제 및 건전성 강화를 조건으로 '조건부 승인'이 내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우리금융은 종합금융그룹이 되기 위해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인수를 적극 추진해 왔다.

우리금융의 지난해 상반기 순이익의 은행 의존도는 약 95.4%였다(그룹 순이익 1조7550억원 중 은행 순이익 1조6735억원). 이는 국내 4대 금융그룹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우리금융은 사업 다각화를 위해 지난해 8월 포스증권을 합병해 우리투자증권으로 출범시킨 바 있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대상으로 한 M&A 추진 과정도 사업 다각화의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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