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위기와 관세 리스크, 생존 전략은 어떻게
이재용 "위기 극복은 조직문화와 사람에 달렸다"

삼성전자가 17일부터 사흘간 글로벌 전략회의에 돌입했다. 반도체 경쟁력 약화, 미국의 고율 관세, 중동 지정학적 불안 등 복합적인 대외 리스크가 겹치는 가운데, 핵심 사업의 하반기 전략과 중장기 로드맵을 전면 재점검한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전략회의는 노태문 DX 부문장 직무대행과 전영현 DS 부문장이 각각 주재하며, 해외 법인장들과 계열사 최고경영진이 총출동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회의가 끝난 뒤 보고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없는 자리는 그의 메시지와 경영 철학으로 채워질 전망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부터 "기회는 위기 속에서 온다", "초격차가 무너지면 생존도 없다", "기술로 미래를 바꾸자"는 화두를 잇따라 내놓으며, 변화의 속도보다 한 발 앞서 나가는 결단을 강조해왔다. 이 같은 기조는 올해 전략회의에서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반도체 위기와 관세 리스크, 생존 전략은 어떻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반도체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1992년 이후 처음으로 글로벌 D램시장 1위 자리를 SK하이닉스에 내줬다. 여기에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는 경쟁사들이 엔비디아 수요를 선점하고 있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삼성은 이번 회의에서 HBM3E 12단 제품의 품질 인증과 HBM4 양산 계획을 집중 논의하며, '메모리 왕좌 탈환'을 위한 하반기 전략을 가다듬을 예정이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역시 성적표가 미묘하다. 중국 SMIC와 점유율 격차는 1%포인트 내외로 좁혀졌고 수익성도 부담이다. 삼성은 하반기 2나노 공정의 안정화, 엑시노스2600 양산, 수율 개선 등을 통해 파운드리 반등 계기를 마련할 전망이다.
세트 사업을 담당하는 DX 부문은 '트럼프 관세'란 암초에 직면했다. 삼성의 북미시장 가격 경쟁력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7월 공개 예정인 갤럭시 Z폴드7·Z플립7의 글로벌 마케팅 전략은 대폭 수정이 불가피하다. 이에 북미 생산 거점 재배치, 유통망 최적화, 시장별 마케팅 전략 재정비 등 전방위적 대응에 착수할 전망이다. 여기에 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로 인한 중동 공급망 불안 역시 위기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 개정 움직임도 논의된다. 삼성은 멕시코에 대규모 가전 생산기지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협정 변경은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선제적 시나리오 분석과 대응책 마련도 필요하다.

이재용의 다음 수···기술과 사람, 두 축을 다시 정비하라
전사 차원에선 신사업 투자 성과와 포트폴리오 재점검이 이뤄진다. 최근 글로벌 HVAC 업체 플랙트와 의료기기 전문기업 마시모를 인수했고 AI 로봇 개발을 위해 레인보우로보틱스와 스킬드AI에도 전략적으로 투자했다. 연내 출시 예정인 가정용 AI 로봇 '볼리(Ballie)'도 진척 상황이 점검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 회장이 강조해온 '미래 기술에 대한 묵묵한 투자'와 맞닿아 있다. "지금은 버티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설계할 때"라고 수차례 강조하며 기술 중심의 투자와 인재 확보를 핵심 가치로 삼았다. "위기를 감당할 수 있는 체력은 조직문화와 사람에서 나온다"는 메시지도 남겼다.
전략회의는 단순히 하반기 계획을 조율하는 자리가 아닌 삼성의 '다음 10년'을 결정짓는 리허설이다. 경영 환경이 복합적이고 불확실한 지금, 삼성은 과거의 '초격차 방정식'이 통하지 않는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전략 언어를 고민하고 있다.
글로벌 전략회의는 조용하지만 무겁게 흐르고 있다. 이 회장은 '말'이 없지만, 그의 경영 철학은 곳곳에 드러나 있다. 삼성은 전략회의를 통해 다음 세대를 위한 명확한 좌표를 그려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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