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홍콩 ELS사태 없었다면···마이너스 순이익 가능성

서울 영등포구 소재의 KB국민은행 사옥. /사진=김준하 기자
서울 영등포구 소재의 KB국민은행 사옥. /사진=김준하 기자

KB국민은행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무려 163.5%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1월 '홍콩 H지수 ELS 사태'로 인한 대규모 손실에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기저효과란 과거시점의 극단적인 값 때문에 현재의 변화율이 실제보다 과장·축소돼 보이는 현상인데, 이를 제거하고 보면 국민은행의 순이익은 오히려 감소했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264억원으로, 전년동기(3895억원) 대비 163.5% 증가했다. 이는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이었다. 다른 은행들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신한은행 1조1281억원(+21.5%) ▲하나은행 9929억원(+17.8%) ▲우리은행 6330억원(-19.8%) 등으로 집계됐다.

일각에선 지난해 '홍콩H지수 ELS사태'로 인한 대규모 영업외손실이 없었다고 가정했을 때, 국민은행의 올해 순익은 오히려 감소했을 것이란 가능성이 나온다. 실제로 국민은행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조3889억원으로, 전년동기(1조4404억원)보다 3.6% 줄었다. 영업이익 감소에는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 증가(+1239억원, +76.4%)와 순수수료이익 감소(-302억원, -10.1%)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2024·2025년 1분기 KB국민은행 손익지표 비교. /자료=KB국민은행. 표=김준하 기자
2024·2025년 1분기 KB국민은행 손익지표 비교. /자료=KB국민은행. 표=김준하 기자

만약 지난해 1분기 영업외손익이 올해와 비슷한 수준(물가상승률 반영해 약 143억원)이었다고 가정하면, 지난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약 1조3190억원(9438억원-143억원+3895억원)이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 경우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22.2% 감소하게 된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물론 가정일 뿐이지만 지난해 홍콩H지수 ELS사태가 없었다면 국민은행의 순익이 감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손충당금 증가는 선제적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이를 근거로 영업 기반이 악화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1분기 실적과 관련해 "순이자마진(NIM)은 직전 분기 대비 개선됐고, 전체적인 수익성도 시장 기대를 웃돌았다"며 "다만 지난해 기준금리가 인하되면서 이자이익을 확보하기 어려운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초 ELS 사태 당시 방카슈랑스의 판매 호조로 영업이익이 일시적으로 크게 증가했는데, 이로 인해 올해 영업이익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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