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마트에프엔 = 김준하 기자 | 백내장 수술을 받은 보험 계약자들이 실손보험금 미지급 문제를 두고 주요 보험사와 전·현직 금융당국 수장들을 고발했다. 고발인 측은 보험사들이 개정된 약관을 소급 적용해 부당하게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연대, 투기자본감시센터, 공익감시민권회의 등 시민단체와 백내장 수술 환자 등 56명은 28일 대통령실과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7개 보험사 ▲전·현직 금융위원장·금융감독원장 ▲전·현직 생명·손해보험협회장 ▲금감원 실무자 등 43명을 고발했다. 혐의는 보험업법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횡령, 직무유기 등이다.
고발인 측은 보험사가 새 약관을 부당하게 소급 적용한 것을 핵심 문제로 지적했다. 이들은 보험사들이 2016년 이전 보험계약자들에게 계약 당시의 약관이 아닌, 2021년 7월 개정된 약관을 소급 적용해 백내장 수술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변경된 약관에서는 '입원'의 정의가 '의료기관에 입실해 6시간 이상 체류'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계약 체결 당시의 약관에서 입원은 '의사가 질병·상해 등으로 인한 치료의 필요성을 인정한 경우, 의료기관에 입실해 의사의 관리를 받으며 치료에 전념하는 것'이었다. 고발인 측은 '6시간 이상 체류'와 같은 조건이 계약 당시에는 없었는데도 이후에 변경된 약관을 소급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보험사들이 수백만원대의 다초점 렌즈 수술 보험금을 회피하고, 통원 치료비(25만원)만을 지급하려 했다고 비판했다.
이근철 국민연대 상임대표는 "만약 '6시간 이상 체류'라는 조건이 계약 체결 당시부터 있었다면 실손보험 가입 자체를 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보험 계약 여부를 고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됐다. 고발장에는 "(과거) 금융감독원은 6시간 미만의 입원도 입원 치료로 인정했기 때문에, 보험사들도 비급여 항목인 다초점 렌즈 수술비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해 왔다"고 적시됐다. 금감원의 감독이 비일관적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고발인들은 백내장 수술에 적용되는 '포괄수가제'가 입원 치료의 근거라고 주장했다. 포괄수가제는 특정 질병군에 대해 입원부터 퇴원까지의 의료 비용을 하나로 묶어 일정액의 진료비만 부담하는 제도다. 진료·검사·처치 등 행위 하나마다 가격을 매겨 합산하는 방식인 '행위별 수가제'와는 대조된다. 환자들은 포괄수가제의 설계 자체가 '입원'부터 '퇴원'까지의 과정을 묶는 것이니, 이 제도가 적용되는 백내장 수술은 국가가 입원 치료의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라는 의견을 드러냈다.
보험계약자 A씨는 "20년 동안 3000만원에 가까운 보험료를 냈는데 돌려받은 돈은 거의 없었다"면서 "그런데도 보험사는 불필요한 수술을 받았다면서 우리를 보험사기꾼으로 몰았다"고 호소했다.
계약자 B씨는 "보험사가 의료 자문에 동의하면 바로 돈이 나온다고 하길래 응했는데, 실제로는 '안 해도 될 수술을 했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B씨는 "결과를 믿을 수 없어서 병원에 찾아갔더니 의료 자문을 진행한 기록 자체가 없다고 했다. 보험사와 의사의 결탁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보험사 측은 최근 재판들에서 보험사가 승소한 경우가 많다는 점을 언급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최근 재판들의 결론이 대부분 보험사의 승소였다"며 "백내장 수술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입원의 필요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관련 사건의 한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입원의 개념에 '6시간 이상' 입원실에 체류할 것을 요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았다가 이후에 그 내용이 포함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입원의 개념은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으로서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이었다"고 판시하며 보험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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