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의 ‘의료자문’이 보험금 지급 거절 수단으로 쓰인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습니다. 약관상 보험금 지급 요건을 충족했음에도 '불필요한 진료'라는 의료자문 결과 하나로 뒤집어지는 사례가 속출합니다. 의료자문 담당 의사가 보험사로부터 자문료를 받는 구조라는 점에서 공정성에도 의문이 제기됩니다. 이에 본보는 의료자문 관련 제도에 내재한 허점을 파헤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 스마트에프엔 = 김준하 기자 | "아니, 내 눈 갖고 큰돈 들여가며 사기 치는 사람이 세상에 어딨습니까?"
자기도 모르게 언성을 높인 A씨는 수군대는 주변에도 아랑곳 않고 말을 이었다.
"보험금을 줄 것처럼 설명해서 굳게 믿고 수술비를 결제했더니 날벼락 같은 일만 당했어요. '이 XX놈의 XX야' 있는 대로 욕을 했죠."
그의 손은 분노로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보험금 준다더니"···의료자문 뒤 날아온 거절 통보
2022년 4월 가락시장 상인 A씨는 지인의 권유로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 지인은 "수술하니 돋보기도 안 끼고 정말 편하다"고 추천했고, 그가 소개한 병원 관계자는 강남의 한 안과로 데려가며 "병원에서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의사는 "실손보험이 있으니 수술하면 돈이 다 나온다"고 안심시켰다.
A씨는 1200만원짜리 다초점 인공수정체(렌즈) 삽입수술을 받았다. 이 수술은 단초점 렌즈 수술보다 시력 개선 효과가 커 수술비가 더 비싸다.
수술 후 보험금 청구를 하자 보험회사(MG손해보험)는 "보험금 지급을 위해서 의료자문을 받아야 한다"고 안내했다. 보험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던 A씨에게 '의료자문'이라는 용어는 생소했다. 의료자문이 뭔지 묻자 보험사는 "의료자문을 해야 보험금 지급 과정이 원활해진다"고 답변했다. 금방이라도 보험금이 나올 수 있을 것만 같은 설명에 A씨는 의료자문에 동의했다.
의료자문은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할 때 질환·치료 과정에 대해 전문의의 소견을 묻는 행위다. 그러나 의료자문은 보험사에 유리한 판단을 내리는 것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또한 의료자문 담당 전문의는 보험사로부터 자문료를 받기 때문에 객관성과 공정성이 결여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의사의 이름이 개인정보 문제로 공개되지도 않는다. 애초에 공정한 관리·감독을 하는 제3자 의료자문 기구도 없다.
며칠 뒤 보험사에서 전화가 왔다. 보험사는 의료자문을 한 결과, 안 해도 될 수술을 했기 때문에 보험금을 줄 수 없다고 통보했다. 보험사를 속여 과도한 수술을 받았다는 것이다.
A씨는 "보험금을 줄 것처럼 설명해놓고 수술비를 결제했더니 날벼락 같은 일을 당했다"고 토로했다.
보험약관에 어긋나는 수술도 아니었다. A씨는 MG손보가 그린손해보험이었던 2009년에 실손의료보험을 계약했다. 약관에는 '질병입원의료비'가 보장 항목으로 명시돼 있는데, '질병으로 병원 입원치료 시 약관에 따른 의료실비'가 포함된다. 최대 1억원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러나 MG손보 측은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담당 손해사정사는 "A씨가 취할 수 있는 조치를 다 취하시면 된다"고 했다. A씨는 이 문제를 두고 소송을 벌였으나 1심부터 3심까지 모두 패소했다.

진료 병원은 "치료 목적"이라는데···의료자문 병원은 서류만 보고 "수술 필요 없음"
A씨가 수술을 받은 안과는 진료소견서에서 "환자는 수년 전부터 진행된 시력저하, 빛번짐 증상이 있었고, 수정체 핵혼탁도 3단계 이상의 백내장을 앓았다"며 "환자의 불편을 개선할 궁극적 치료법은 백내장 수술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인공수정체를 사용하는지에 따라 시력교정 효과의 정도가 달라질 뿐, 시력교정 효과는 필연적으로 발생한다"며 "(환자가 받은) 다초점 인공수정체 수술이 보험약관에서 보상하지 않는 시력교정술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수 없다는 2021년 3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MG손보가 의뢰한 의료자문 병원 두 곳은 환자를 직접 만나보지도 않고 관련 서류만 검토한 뒤 회신서를 작성했다. 한 곳에서는 "수정체 혼탁도를 고려할 때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상태로 보기 어려우며, 시력저하 증상은 백내장으로 인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으며, 다른 한 곳에서는 "수정체 혼탁정도의 평가가 어려워 백내장 치료 필요성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적었다.
의료자문 결과로 인해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한 또 다른 보험계약자 B씨는 "어떻게 수술한 사람을 보지도 않고 판단을 할 수 있냐"며 "20년 가까이 3000만원 정도의 보험료를 납입했는데, 돌려받은 건 없다"고 억울해 했다.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의료자문이 보험금 지급 거절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지적이 있지만 실제로는 10건 중 9건이 지급으로 이어진다"며 "보험금 부지급과 지급 사이에 애매한 경우가 많아 약관에 따라 의학적으로 사유를 명확히 하기 위해 의료자문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후속기사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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