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안철수의 마지막 승부수…야권 재편 계기될까

야권 단일화 가능성 놓고 복잡해진 계산
정우성 기자 2020-12-20 10:12:00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더불어민주당이 서울시장직을 지킬 것인지, 국민의힘이 뺏어올 수 있을 것인지를 논의하던 정치권의 계산은 한층 복잡해졌다.

야권에 가해지는 단일화 압박


안 대표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출마해 97만표(19.55%)를 얻었다. 당시 박원순 시장의 독주와 김문수 전 경기지사의 등판 속에 치러진 선거였다.

2017년 대선에서 그가 얻은 지지율(21.41%)을 고려하면 이번 서울시장 역시 최소 그 정도의, 어쩌면 그 이상의 지지율을 기대할 수 있다.

국민의힘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현직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극단적 선택으로 열리는 선거지만 탈환을 자신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거기다 안 대표가 등판하면 결국 야당 지지표가 분산될 수밖에 없다.

단일화를 해서라도 서울시장을 가져오느냐 아니면 단일화를 하지 않고 빼앗기느냐의 계산이다. 아직 여야 후보가 정해지지 않은 점도 계산을 어렵게 한다.

(자료=선관위)
(자료=선관위)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철수에게 불리하지 않을 단일화 공식

단일화를 한다고 해도 안 대표에게 유리한 판이 펼쳐질 수 밖에 없다. 애초에 당원을 포함한 경선을 하기에는 두 당 조직력의 차이가 크다. 안 대표는 '여론조사 100%'처럼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을 제안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에게는 거절할 명분이 없다. 안 대표에게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 이미 서울시장만 도전을 말한 것만 세 번째다.

단일화에 실패해 저번에 얻은 표만큼만 얻어도 '밑지는 장사'는 아니다. 적어도 국민의힘에 흡수되지는 않고 독자 노선을 지켰다는 명분은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그동안 안 대표와 단일화를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없다. 기자들이 물어도 "합치고 싶으면 당에 들어오라"는 식이었다.

하지만 재보선을 앞두고 단일화가 성사되면 야권 내에서 안 대표가 차지하는 지분이 높아진다. 야권 단일후보로 서울시장에 당선된다면 곧바로 야권 단일 후보로 대권행을 바라볼 수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도권은 강력한 뉴페이스에 있다

​이번 서울시장 재보선은 결국 '그 나물에 그 밥'일 수 밖에 없다. 정치 입문 10년차를 바라보는 안 대표도 더 이상 '새정치'의 아이콘은 아니다.

여당의 박영선 장관, 우상호 의원, 박주민 의원이나 야당의 나경원 전 의원, 오세훈 전 시장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안 대표가 가세한다고 해도 체급이 좀 다른 선수가 링에 올랐을 뿐 국민들 입장에서는 누군가를 응원하고 싶어지는 상황은 아니다.

야당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고 안 대표에게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는 방법은 단 하나다. 9년 전 안 대표같은 '새 사람'을 찾는 것이다.

신선하고 유능한 이미지의 깨끗한 사람. 그것이 다음 보궐선거와 대선 승리를 향해 갈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다.





정우성 기자 wsj@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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