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 회장 사과 요구" 국민청원 22만 넘었다…청와대는 어떤 답변?

현대차, 유튜버 '오토포스트'에 소송 걸자…
정우성 기자 2020-12-23 16:13:27
(사진=청와대 게시판)
(사진=청와대 게시판)
현대자동차의 품질 결함 문제를 거론하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22만명의 동의를 받았다. 20만명을 넘은 청원은 정부나 청와대 관계자가 답변해야 한다.

지난 20일 마감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부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합니다'라는 청원은 참여인원이 22만2017명에 달했다.

청원인의 이름은 가려졌지만 인기 유튜브 채널 '오토포스트'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지난달 허위사실에 따른 명예훼손을 이유로 오토포스트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청원인은 자신을 자동차 전문 매체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원인은 "현대자동차그룹의 한국 자동차 시장 독과점과 그로 인해 피해를 받는 소비자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면서 "정부기관에 강력한 제재를 요구하고,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제네시스G70의 화재 문제, K5 떨림 현상, 그랜저의 엔진오일 감소와 화재 문제, 팰리세이드·쏘렌토 시동 꺼짐 문제를 거론하며 조목 조목 현대차그룹을 비판했다. 현대차그룹이 문제 해결과 품질 개선보다는 언론 보도와 여론 조성 차단에 집중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청원 동의자들이 남긴 댓글 (편집=정우성 기자)
청원 동의자들이 남긴 댓글 (편집=정우성 기자)
다음은 청원 내용 전문.

대한민국 자동차 전문 매체로서 청와대에 직접 청원을 하게 되어 마음이 아픕니다. 저희 구성원들은 직업으로 자동차 관련 콘텐츠를 만들고 있으며, 구성원들이 속해있는 매체명은 '*****'입니다. 저희는 현대자동차그룹의 한국 자동차 시장 독과점과 그로 인해 피해를 받는 소비자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를 위해 정부기관에 강력한 제재를 요구하고,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기 위해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는 그간 수많은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저희는 그 목소리를 세상에 알리는 역할을 해왔고, 지금도 소중한 목소리를 한 분이라도 더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을 통해 좋은 말만 들었으면 좋았으련만, 저희에게 도움을 요청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제조사가 만든 자동차로 인해 피해를 보거나, 제조사의 부당한 대응으로 상처를 입으신 분들이었습니다.

저희는 이들의 목소리를 널리 알려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가장 큰 목적입니다. 이 목적이 달성된다면 저희는 더 이상 결함 및 품질 이슈 관련 콘텐츠를 만들지 못하게 될 것이고, 저희의 쓰임새가 다 하는 날에는 한국 자동차 시장이 올바르게 성장하고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외부인 입장에서 보신다면 '일개 자동차 매체', '일개 유튜브 채널'에 불과하다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만, 실제로 저희가 제작한 콘텐츠는 피해 차주가 차량을 환불받거나 상식적인 수리를 받도록 만드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제네시스 G70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아마 대부분이 모르실 겁니다. 당연합니다. 포털사이트에 검색해보면 관련 뉴스 기사는 단 한 건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BMW에서 발생한 화재를 검색하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기사가 수두룩하게 나옵니다.

K5 진동 떨림으로 피해를 본 차주의 목소리를 담은 저희 영상의 조회 수는 무려 200만 회를 넘어섰습니다. 서비스센터 직원은 차주에게 지속적으로 거짓말을 하였습니다. "본사에서 나온 직원이 차를 봐줄 것이다"라고 했지만 해당 직원은 알고 보니 본사 직원이 아닌 판촉실 직원이었습니다. 서비스센터 직원은 문제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환불해 줄 것을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다음 방문 때는 되려 차주에게 화를 냅니다. 차주는 3천만 원 넘는 차를 제대로 타지도 못하고 서비스센터만 왔다 갔다 했습니다. 그럼에도 차를 제대로 수리할 수 없었습니다. 사회적으로 충분히 질타를 받아 마땅한 사례였습니다.

그러나 200만 조회 수라는 어마어마한 숫자에도 다른 언론을 통해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저희 영상 덕에 해당 차주는 차량을 환불받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더 이상 외부에 알리지 않는다는 조건"하에 말입니다.

성공의 상징이라는 그랜저는 엔진오일 감소와 화재로 곤욕을 치렀습니다. 실제로 더 뉴 그랜저 화재 피해 차주와 인터뷰를 나눴습니다. 해당 차주는 불이 나기 전 속도가 나지 않고 엔진에서 쇠 갈리는 소리가 나는 등 제작상 결함으로 인한 전조증상이 있었다고 증언하였습니다. 저희와 인터뷰를 나눈 후 해당 차주는 현대차로부터 적절한 조치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정확히 어떤 조치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 역시 "외부에 알리지 않는다는 조건"하에 조치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최근 품질 경영을 선언한 현대차그룹은 문제를 덮기에만 급급했을 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았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그들이 "프리미엄"이라고 자칭하는 제네시스는 출시 후 엔진 진동 떨림, 변속기 로직 문제, 시동 꺼짐 등의 문제가 발견되었고, 팰리세이드와 쏘렌토는 시동이 꺼지거나, ISG 작동 이후 시동이 다시 켜지지 않는 문제도 발견되었습니다. 팰리세이드와 쏘렌토는 제2의 옥시 사태를 연상케했던 '에바 가루' 문제도 아직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자신이 구입한 차에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다면 서비스센터를 찾아가거나 정부기관에 민원을 넣을 것입니다. 그런데 차주들은 서비스센터나 정부기관이 아닌 저희를 찾아옵니다. 자동차에 문제가 생기면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는 현상입니다. 서비스센터에 가면 차주들은 암묵적 갑질을 당합니다. 정부기관에 이야기해봤자 중재 위원은 현대자동차 공업사 대표라서 사실상 있으나 마나입니다. 공무원들은 형식적인 답변만 내놓을 뿐 차를 고치는 데에는 전혀 도움 되지 않습니다. 여기저기 외면당했던 차주들이 목소리를 낼 곳을 찾고 찾다가 저희에게 온 것입니다.

실제로 '자동차'는 가장 안전해야 할 기계장치이지만 여기서 발생한 문제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를 책임지는 곳은 아무도 없습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타고 있는 자동차가 그렇습니다. 제조사도 책임을 지지 않고, 그렇다고 정부기관이 책임을 지지도 않습니다. 보여주기식으로 만든 법은 보여주기식일 뿐, 소비자를 전혀 보호해 주지 못합니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정몽구 前 현대차그룹 회장은 '품질 경영'을 선언했습니다. 그가 품질 경영을 선언한 이후 달라진 것은 무엇입니까? 2014년 즈음부터 급발진, 누수, 내수 차별 논란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때 당시 만들어진 차들이 미국에서는 현재 화재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언론과 미디어는 신차가 나왔다 하면 찬양하기 바쁘지만, 실제 소비자들의 목소리는 미디어에서 흘러나오는 것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그것은 1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품질 경영이 아닌 여론 경영을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현대기아차만 차를 만드는 것이 아닌데 왜 현대기아차만 물고 늘어지느냐", "왜 현대차만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냐"... 이렇게 물어보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현대기아차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가장 많이 구매하는 자동차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많이 구매한다"라는 것은 단순하지만 중요합니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국산차 브랜드 점유율 중 현대기아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83%에 달합니다. 국산차를 구매하는 사람 10명 중 8명이 현대기아차를 구매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다시 말하자면 한국 자동차 시장을 대표하는 자동차 제조사이며, 한국 자동차 시장의 표준이 되는 자동차 브랜드라는 것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소비자를 위한 법과 제도가 없습니다. 레몬법은 단순 권고사항에 그칠 뿐 법적 강제성이 없으며,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로 배상을 받은 소비자도 지금껏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법과 제도가 규제를 하지 않는 이상 그 시장의 표준이 하는 대로 다른 자동차 제조사들은 따라갈 수밖에 없고, 그렇기 때문에 한국 자동차 시장의 표준인 현대기아차가 변화해야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 자동차 시장의 표준인 현대기아차는 지금껏 소비자를 외면해왔습니다. 차에서 불이 나거나, 주행 중 시동이 꺼지거나, 주행 중 문이 열려도 소비자는 보상받을 수 없습니다. 차주들이 마지막으로 믿고 방문하는 서비스센터마저 "정상이다", "원래 그렇다", "교환 환불은 어렵다"라는 형식적인 답변만 늘어놓을 뿐입니다. 마치 다른 제조사들은 이를 배우기라도 한 듯 똑같은 말만 반복합니다. 결국 소비자들은 돈을 지불한 제조사, 차가 고장 나면 찾는 서비스센터, 이들의 부당함으로부터 보호해 줄 국가조차 외면하자 저희와 같은 작은 매체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음식에서 머리카락이 나온다면 그 식당 사장은 손님에게 사과합니다. 조그만 가전제품에 하자가 있다면 제조사는 망설임 없이 교환이나 환불을 해줍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자사가 만든 스마트폰 배터리가 발화 불량으로 논란이 되자 임원진이 나서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객에게 사과하고 전량 리콜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삼성전자가 만든 100만 원짜리 스마트폰은 되고, 현대자동차그룹이 만든 몇천만 원짜리 자동차는 왜 안 되는 겁니까?

결함 및 품질 이슈를 피해로 본 차주들은 그로 인해 시간과 돈을 버렸고,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받았습니다. 실제로 목숨을 잃을뻔한 아찔한 사례를 가지고 있는 차주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제조사로부터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았다고 말한 차주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몇만 원짜리 엔진오일 쿠폰을 주겠다"라며 고객을 호구 취급했습니다.

정의선 회장은 취임 후 '품질 비용'으로 3조 3,900억 원을 쓰겠다고 밝혔습니다. 지금은 돈 쓴다고 생색낼 때가 아닙니다. 지금까지 현대차그룹에서 만든 만든 자동차로 피해를 본 소비자,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그 자동차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소비자에게 사과 먼저 하는 것이 맞지 않겠습니까?

10여 년 만에 현대차그룹은 '품질경영'을 다시 선언했습니다. 부디 '품질 경영'이라고 시작한 것이 '여론 경영'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여론 경영'이 아닌 제대로 된 '품질 경영'을 한다면 저희 역시 더 이상 고발 보도를 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저희는 그런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제대로 된 품질 경영은 피해를 본 차주들에게 정식으로 사과하는 것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여론 경영에 홀렸던 5년 전의 소비자와 지금의 소비자는 다릅니다. 국민들의 생명과 직결되어 있는 자동차 품질 문제, 이를 외면한다면 정부 역시 '직무 유기'라 질책 받아 마땅할 것입니다.

대한민국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차를 구매하기를 원합니다.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의 올바른 발전을 원합니다.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대국민 사과를 원합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당사의 제품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피해를 본 고객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십시오.

2020년 11월 19일

청원인 대한민국 자동차 전문 매체 <*****>



정우성 기자 wsj@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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